전영수 대한노인회 서울 구로구지회장 “서울선 드물게 분회 설치…경로당 활성화에 도움 많이 돼”
전영수 대한노인회 서울 구로구지회장 “서울선 드물게 분회 설치…경로당 활성화에 도움 많이 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4.10 13:26
  • 호수 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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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서예를 해온 전영수 서울 구로구지회장은 사무실에서 틈틈이 붓글씨를 쓴다.
50여년 서예를 해온 전영수 서울 구로구지회장은 사무실에서 틈틈이 붓글씨를 쓴다.

서예 초대작가로 큰 대회 심사위원장 등 맡아…공모전 체본도 써

경로당 운영비·명절보너스 인상, 회관 마련… 지회 발전에 기여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에 분회란 조직을 찾아보기 힘들다. 구로구지회는 서울에서 드물게 분회를 설치해 지회 운영은 물론 경로당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전영수(78) 구로구지회장은 “200개에 달하는 경로당을 임기 내에 다 찾아다니는 것도 힘들뿐더러 혼자서 하나하나 상대하기에도 역부족”이라며 “구로구의 16개 동 중 경로당이 5개인 3동을 합쳐 13개 분회를 만들어 운영 중인데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초, 서울 구로구 경인로 오류문화센터 3층에 위치한 지회 사무실에서 전 지회장을 만나 재임 2년을 맞은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전 지회장은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구로 콜센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걱정을 많이 했을 텐데.

“구로 콜센터 말고 지역 내 만민교회에서도 터졌지만 경로당 회원 중에는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지회는 코로나19 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에 발 빠르게 손세정제 200여개를 구입해 자가 예방법을 적은 안내문과 함께 194개 전 경로당에 전달했다.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전체 경로당을 대상으로 방역을 했지만 우리 직원들과 봉사단이 조를 이뤄 한 번 더 소독했다.”

-봉사단이 경로당 방역도 했다고.

“지회에 하나 뿐인 은빛봉사단 얘기다. 경로당 회장을 비롯 과거 봉사를 전문으로 하던 분 등 60여명이 다방면에서 땀을 흘린다. 홀몸 어르신들 반찬도 만들어 드리고 김장도 담아 경로당에 갖다드리고 농촌에서 감자도 캐고 그런다.”  

-노인종합복지관도 수탁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온수동에 위치한 온수어르신복지관을 지회에서 맡아 운영한지 7년째이다. 하루 이용 인원 500여명 가운데 200~300여명이 무료식당을 찾는다. 복지관 운영이 힘이 부치지만 경로당 운영 주체로서 지역 내 노인시설을 수용하는게 도리라는 생각에서 계속 맡아하고 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아파트경로당은 넓고 깨끗한 반면 구립경로당은 시설이 열악한 곳이 있다. 구립은 전체 경로당 중 46개다. 구청에 요청하면 새로 경로당을 마련해주기도 하고 예산을 확보해 보수도 해준다.”

-지회장 임기 2년째이다. 소감은.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도 결국은 필요한 게 ‘돈’이더라. 구로구가 경제자립도가 높지 않다. 지역의 기관, 업체에 아쉬운 소리 해가며 얻어다가 경로당에 뭐라도 해주려고 애쓰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만큼 흘렀다.”  

-예를 들면.

“겨울이 되면 자매결연을 맺은 충북 괴산군을 통해 절임배추를 구매해 김장김치를 담가 경로당에 전달해 오고 있다. 그런 저를 보고 타 지회장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느냐’고 하지만 저로선 작은 부분이라도 (경로당에)주고 싶어 협찬사 찾는 걸 멈출 수가 없다.” 

전 지회장은 그간의 지회 운영 성과와 관련해 ▷분회 설치를 통한 원활한 경로당 관리 ▷경로당 운영비 및 명절보너스 인상 ▷지회 사무실 이전 등을 꼽았다.  

-분회 설치는 좋은 아이디어 같다.

“제가 경로당 회장을 일일이 만나기는 힘들다. 분회 월례회 때 저나 사무국장, 분회별 담당 직원들이 참석해 지회 공지사항 전달도 하고 경로당 회장의 요구사항도 듣고 하니까 소통 문제도 해소되고 경로당활성화도 잘 되더라.”

전영수 구로구지회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전 지회장 오른편이 박석희 사무국장.
전영수 구로구지회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전 지회장 오른편이 박석희 사무국장.

전 지회장은 앞으로 경로당 TV를 통해 공문 등을 전달할 수 있는 케이블방송시스템을 갖출 계획도 밝혔다. 전 지회장은 “경로당에 공문 전달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일부 경로당 회장이 문자 메시지도 확인을 하지 않아 애로점이 많다”며 “KT 도움을 받아 경로당에 셋톱박스를 설치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명절보너스와 경로당 운영비는 다른가.

“그렇다. 제가 오기 전까지 구청에서 추석, 구정 같은 명절 때 경로당에 10만원씩 지원해주었다. 제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액수는 너무하지 않느냐’고 인상을 요구하자 20만원으로 올려주었다. 경로당 운영비도 일률적으로 5만원씩 올려달라고 구청장께 요청했지만 구 재정이 어렵다며 지회의 한 발 양보를 요구해 지난 1월부터 3만원씩 인상된 운영비를 받고 있다.”

-새 회관으로 언제 이사 하나.

“원래 온수어르신복지관 한쪽에 지회 사무실이 있었지만 협소해 임시로 오류문화센터에 들어왔다. 여러 경로를 통해 구청에 협조를 구해 구로5동에 위치한 175평 규모의 단층건물을 확보, 리모델링해 5월에 이사할 예정이다. 새 지회 건물엔 강의실과 강당이 있어 노인대학도 좀 더 활성화될 것 같다.”

전영수 지회장은 보은 군청을 4년간 다니다 그만두고 30대에 서울로 올라와 구로에 정착했다. 철공소(충북공업사)를 하며 서예학원을 운영했다. 오류1동 경로당 회장, 구로구지회 노인대학장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서예학원은 어떻게 하게 됐나.

“사업이 안정적으로 된 후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 아내와 직원들에게 사업체를 맡기고 오류동에 서예학원을 차렸다. 30평 공간에서 초등학생 30여명, 어른 20여명에게 한문, 서예를 가르쳤다. 어릴 적 훈장을 하셨던 할아버지에게서 천자문, 명심보감 등을 익혔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편으로 지역에서 논어, 대학 강의도 했다.”

전 지회장은 50년간 사군자를 그리고 한문을 썼다. 일찍이 초대작가 반열에 올라 한국대표단체 초대작가 초청전에 작품이 게재되고 대한민국고불서예대전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도 제자들이 찾아와 공모전 체본(體本·초보자가 따라 쓰는 스승의 글)을 부탁할 정도이다. 

전 지회장은 늘 마음에 새기는 말로 ‘대학’에 나오는 ‘신독’(愼獨)을 소개했다.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 지회장은 2005년, 아이들마저 노인을 경시하는 세태에 충격을 받고 더 이상 노인이 비하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 경로당에 나가게 됐다.  총무를 맡아하면서 폐지 팔아 소주를 마시는 회원들을 설득해 그 돈을 모아 장학금을 주는 등 경로당 분위기를 쇄신했다. 경로당 회장 1년차에 지회 워크숍에서 우연히 전임 지회장의 독선적인 지회 운영을 보고 민주적인 지회 운영을 펼치고 싶어 지회장직에 도전해 뜻을 이뤘다. 

-임기 2년을 두고 있다. 꼭 이루고 싶은 건.

“노인을 공경하는 장소란 뜻의 경로당이란 말은 외부에서 겉치레로 하는 수식어에 불과하다. 말뿐인 경로당이 아니고 실제로 그 안에서 노인이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경로당시설을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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