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과서 노인이미지 ‘편협’
초등 교과서 노인이미지 ‘편협’
  • 관리자
  • 승인 2008.10.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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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진머리·수염·보따리 등 획일적이고 수동적 집단 묘사


“100년 전 노인생활상 베껴 놓은듯” 대폭 손질 서둘러야


교과서가 건국 과정과 산업화, 경제발전, 민주주의 확립 등에 크게 이바지 해온 노인들의 공로와 경험 등에 대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노인의 이미지를 한복, 쪽진 머리, 보따리, 수염 등으로 국한, 그릇된 고정관념만 키워주고 있어 초등교과서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미경씨(동국대 가정교육과 조교수)와 김정현씨(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석사과정)는 ‘초등교과서에 재현된 노인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국어, 수학, 도덕, 사회, 실과, 체육, 교과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77권의 교과서를 담론 분석한 결과 노인의 이미지는 한복, 쪽진 머리, 수염, 보따리 등으로 묘사 됐다고 밝혔다.


또 학습주제가 전통, 친절, 봉사, 돌봄, 통일과 이산가족, 가족윤리, 전통윤리일 때는 노인이 자주 등장하지만 공중질서나 공중위생 등 시민윤리를 설명하는 장면의 경우 노인은 아예 없거나 소수만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인의 물리적 공간은 주로 양로원과 경로당, 시골로 나타났고, 시간적 공간은 과거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이미지 묘사는 노인을 초등학생과 뚜렷한 경계를 지닌 비일상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노인의 개인적 경험은 잘 드러나지 않고 획일적 집단으로 묘사된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과서의 내용이 국가의 관리아래 발행되는 현행 교육제도에서 교과서는 우리 사회에서 보편타당하다고 여겨지는 노인에 대한 통념을 읽을 수 있는 유용한 장이기 때문에 교과서의 노인에 대한 묘사는 우리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된다.

 

따라서 교과서의 노인이 공경 받고 돌봐야 할 존재로만 재현될 것이 아니라 노인의 경험과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교과서에 마련되도록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성대 황진수 교수(대한노인회 정책이사)는 “교과서는 국민의 미래상을 펼쳐 놓는 지도나 마찬가지임에도 불구하고 100년 전의 노인의 생활상을 그대로 베껴 놓듯 한 것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노인들의 정체성을 오해하도록 할 위험이 크다”며 “아직도 건강하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후손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일반적인 노인의 모습이 교과서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송세웅(69) 전 현대고 교장은 “교과서 내용의 진부한 표현은 노인에 대한 편견을 주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차별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이는 비단 교과서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노인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학교가 1, 3세대를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절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환 기자 efg@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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