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2020 서울노인영화제, 죽음‧돌봄‧가족 등 사회적 이슈 다룬 작품 본선 격돌
막오른 2020 서울노인영화제, 죽음‧돌봄‧가족 등 사회적 이슈 다룬 작품 본선 격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0.23 14:34
  • 호수 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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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서울노인영화제는 '사이공간'을 주제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사진은 김나연 감독의 '실버택배'
2020 서울노인영화제는 '사이공간'을 주제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사진은 김나연 감독의 '실버택배'

올해 영화제 주제는 ‘人ㅏ이공간’… 10월 25일까지 온‧오프라인 동시진행

노인부문 11편 본선행… 대상 2회 수상 변영희 비롯 차경미 등 주목

[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20 서울노인영화제 개막을 선포합니다.”

지난 10월 21일 국내를 대표하는 노인문화축제로 자리잡은 서울영화제가 집행위원장인 희유스님의 선포와 함께 막을 올렸다. 이날 서울극장 2관에서 진행된 개막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거리두기로 객석을 꽉 채우지 못했지만 그 열기만큼은 예년 못지 않았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노인영화제는 10월 25일까지 5일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병행해 진행된다. 서울극장과 CGV피카디리1958에서 예년처럼 상영을 하고, TBS TV와 유튜브 채널로도 국내 경쟁 부문 본선 진출작을 방영한다.

올해 영화제 주제는 ‘人ㅏ이공간(In Between)’이다. 코로나19 시대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한계를 넘어 ‘정서적 거리’를 이어주는 ‘사이’ 공간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았다. 세대 간 문제와 갈등을 강조하는 영화보다는 속도를 늦추고 자신과 타인, 세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작품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에 주목했다.

변영희 감독의 '함브루크 석 달 살이'의 극중 한 장면.
변영희 감독의 '함브루크 석 달 살이'의 극중 한 장면.

이번 영화제는 ‘국내경쟁’, ‘해외경쟁’, ‘도슨트 초이스’, ‘국내 특별장편’ ‘영상자서전 : 인생교환 -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 등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올해 경쟁부문에는 역대 최대인 국내 334편, 해외 2905편이 접수됐다. 치열한 심사 끝에 노인감독부문 11편, 청년감독부문 25편, 해외경쟁부문 19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노인 부문 출품작 중에서는 일인칭 시점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출품작들은 돌봄, 가족, 이주, 장애, 질병, 죽음, 복지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 여러 각도에서 이를 바라봤다. 주제, 형식, 장르, 연출의 전문성과 상관없이 고유한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노인영화의 매력을 선보였다.

올해 노인부문 본선에 이름을 올린 11명의 감독 중에 낯익은 이름이 많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현재까지 유일하게 2년 연속 대상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변영희 감독이다. 2014년 ‘우리집 진돌이’, 2015년 ‘밥상’으로 각각 대상을 차지한 변 감독은 올해 막내딸이 사는 함부르크에서 석 달간 살면서 가족의 의미를 탐색한 ‘함브루크 석 달 살이’를 통해 또 한 번 대상 수상을 노린다. 

이미 2회 이상 본선에 진출한 경력을 가진 차경미, 신춘몽, 박은희 감독의 이름도 반갑다. 차경미 감독은 죽음에 대한 고민을 담은 ‘2020년의 봄’을, 신춘몽 감독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서 점차 밀려나는 아버지들의 슬픔을 기록한 ‘멈춰진 시간’을, 박은희 감독은 도시재생으로 사라질지 모르는 경기 성남시 태평동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태평동 사람들’을 통해 수상에 도전한다. 

이외에도 윤기현(가족), 정인아(교수님, 안녕하세요!), 윤현순(구절초 꽃 필 무렵), 나영희(샛강 산책), 조석빈(어머니의 가을), 문춘희(우리동네 우체부), 부천시니어멘토스쿨(오늘도 가방을 멘다) 등도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개막식에서는 노인부문과 청년부문 본선 진출작 36편에 대한 서울시장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어 개막작 엘리아 술레이만 감독의 ‘여기가 천국’(It Must Be Heaven)이 상영됐다. ‘여기가 천국’은 감독이 직접 등장해 세계 속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속 세계의 모습을 풍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2019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과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했다.

또한 ‘도슨트 초이스’에서는 우리와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여러 국가의 다채로운 일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주문’, ‘정신 차려!’, ‘레나의 영화찍기’ 등이 상영된다. ‘국내특별장편’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어느 때보다 강인한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보드랍게’, ‘카일라스 가는 길’, ‘사당동더하기33’ 등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기획전인 ‘영상자서전 프로젝트: 인생교환’도 주목할 만하다. 청년과 노인이 함께 영상자서전을 만들며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로, 올해 광복 75주년을 맞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주제로 잡았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 유족인 어르신 7명과 청년 감독 7명이 짝을 이뤄 만든 작품이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오프라인 상영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입장 시 발열 체크, 문진표·명단 작성, 좌석 간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가 적용된다. 입장 인원은 50인 이하로 제한하고, 티켓 예매는 사전에 온라인과 전화를 통해서만 진행한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서울노인영화제는 영화를 매개로 노인과 청년이 한 자리에 모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영화를 통해 지친 마음을 달래고 잠시나마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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