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지몽 (莊周之夢)
누가 나이고 누가 너인지
언제 왔다 언제 갔는지
물결 하나 일지 않는 고요 속을
가만히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서 작자는 “언젠가 내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기분이 아주 좋아 내가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잠을 깨고 보니 나는 틀림없는 인간이었다. 인간인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나비가 꿈에 인간이 되었던 것일까. 인간 장주와 나비는 분명 구별이 있다. 만물이 하나로 된 절대의 경지에 서 있게 되면, 인간인 장주가 곧 나비일 수 있고 나비가 곧 장주일 수도 있다. 꿈도 현실도 죽음도 삶도 구별이 없다.”
장자가 말한 나비의 꿈은 ‘胡蝶春夢(호접춘몽), 莊周之夢(장주지몽)’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세상이 꿈인지 꿈속이 현실인지 알 길이 없다. 바람하나 일지 않아 물에 비친 그림이 진짜인지 그림자인지 알 수 없듯이 이곳과 저곳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 비로소 물아일체가 되지 않을까. 마음에 담아 느끼는 것도 이와 같아서 꽃이 진다고 서러워할 일은 아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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