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옥 동방대학원대학교 총장
정상옥 동방대학원대학교 총장
  • 관리자
  • 승인 2008.11.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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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서예·동방문화 정수 잇는다

 “차별화된 명품 커리큘럼으로 인재양성 할 것”
  자연치유·옻칠조형·미래예측 등 6개 학과 운영
  종합적 사고 배양에 초점… 고령의 만학도 많아


대한민국의 서예사를 논할 때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여초(如初) 김응현(金膺顯)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두 대가(大家) 중 한 사람에게 사사를 받았다면 서예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주변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을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두 대가의 수제자로 서예계의 의발(衣鉢)을 전수받았을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전통 서예와 마찬가지로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차 희석돼 가는 전통 동방문화를 잇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이가 있다.

 

동방대학원대학교 설립주체 겸 총장으로 재직하는 정상옥 박사다. 정 총장은 한국 서예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서예가이기도 하지만, 2005년 동방대학원대학교를 개교해 동방문화를 계승하고 창달할 인재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정상옥 총장을 만나 그의 예술세계와 전문 대학교육을 통해 실현코자 하는 이상과 포부에 대해 들었다.   

 

 

▶ 서예인으로서 총장님을 소개해 주십시오.


본래 나는 문(文)보다는 무(武)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용인대학교의 전신인 중앙유도학교에서 운동을 했는데, 불의의 사고로 상대방에게 심한 상해를 입히게 됐습니다. 시골에 있는 좋은 논 다섯마지기를 팔아 치료를 해주고 실의에 빠져 있던 차에 아버님께서 무예도 사내로서 중요한 덕목의 하나지만, 덕과 지식을 쌓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는 가르침을 받고 ‘동방연서회’에 입회, 일중 선생과 여초 선생으로부터 글씨를 배우게 됐습니다.

 

글씨와 더불어 자연스레 한학을 익히게 됐지요. 서예는 단순히 글씨의 멋 뿐 아니라 철학을 담고 있는 훌륭한 종합예술입니다. 열심히 익히고 가다듬어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서예부분에 입선하고 나서 본격적인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의 예술에서 서예는 이론과 실기 모두 체계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중국과 수교가 이뤄져 왕래가 자유로워져 중국으로 건너 가 산동대학에서 서법미학을 수학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48세의 나이로 생계를 집사람에게 맡기고 유학을 떠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집사람은 생계는 자신에게 맡기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해 주더군요. 이후 여초 선생께서 동방연서회 사무국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셨고, 일중 선생의 허락을 받아 동방연서회 사무국장과 서예전문지 ‘서통’(書通)의 주간을 맡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계명대에서 초빙이 들어와 서예과 교수로 재직했지요.

 

▶ 동방대학원대학교를 개교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여초 선생께서는 늘 무너져가는 정신문화와 서예의 본질에 대해 안타까움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정신문화가 담보되지 않는 예술이란 공중에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초 선생께서는 그 점을 간파하고 제대로 된 동양의 정신과 문화를 교육할 기관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저를 불러 본부장을 맡으라 하셨습니다.


마침 교육부에서는 ‘대학원대학교’라는 교육제도가 새로 마련됐습니다. 석겧迷 과정을 개설하는 대학원 중심의 교육기관이 그것입니다.


제도가 발표되고 나서 가장 먼저 교육부의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재원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한 교사 건립계획은 번번이 무산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맛본 여초 선생은 실의에 빠져 낙향할 생각을 하셨지만, 저는 그대로 여초 선생의 뜻을 접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서예인의 갈망으로 자신의 혈육과 같은 작품들을 팔아 마련한 재원입니다. 그것을 중도에 그만둔다면 작게는 여초 선생의 중대한 오점이요, 크게는 한국 서예와 정신문화의 포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10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2005년 현재의 성북동에 교사를 마련하고 개교했습니다. 물론 그 기간 동안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 시간이 꼭 독이 된 것만은 아닙니다. 대학원대학교제도의 시행 초기 많은 학교들이 오류를 겪는 동안 오히려 그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차분히 학교의 경영계획을 세우는 기간으로 삼을 수 있었지요. 그것이 개교 4년 만에 동방대학원대학교가 이처럼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 수십년간 갈팡질팡하고 있는 한자교육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동양과 한국의 문화를 얘기할 때 한자문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한자를 중국에서 수입해 왔기 때문에 우리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중국 양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천자문은 우주만물, 인간생활의 모든 것을 표현해 낸 종합철학서입니다. 거기에 우리는 중국에는 없는 ‘음’과 ‘훈’을 달아 한층 그 의미의 외연을 넓혔습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통일된 발음기호인 한글, 그 이전에는 이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자의 음이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왕조가 변할 때마다 서로 다른 민족이 패권을 차지했기 때문에 한자음의 변화를 겪었고, 문자도 정자가 아닌 간체로 변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대로 동북아 문화의 정통 명맥을 이어 온 것입니다. 로마 문화가 단지 이탈리아만의 문화가 아니고, 알파벳이 이탈리아의 문자만이 아닌 것처럼 한자 역시 동아시아 정신문화를 이어온 고귀한 산물인 것입니다.


그런데, 수천년 이어 온 민족의 정신문화, 나아가서는 동아시아 문화의 결정체인 한자를 단지 몇십년 산업화에 걸맞지 않는다고 전 세대와 단절을 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는 올바른 교육이 아닙니다.

 

▶ 동방대학원대학교만의 특화된 교육이란 어떤 것입니까 


우리학교의 학과는 다른 어느 곳에서 교육받는 것보다 최고의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설치한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서구적 시각에 맞춰서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를 등한시 한 경향이 있습니다. 


역법에 관한 것도 그렇습니다. 우주의 만물이 어울려 사는 이치를 표현하고 체계화 한 것이 바로 주역입니다. 자연의 법칙과 거대한 순환의 원리 속에서 음양의 조화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역법인 셈입니다.


이를 보다 체계화하고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시키기는커녕 무속의 일환으로 치부해 버려 수천년 이어 온 위대한 철학을 폄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를 ‘미래예측학’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천문역경학’ ‘풍수지리학’ ‘명리인상학’으로 전공분야를 만들어 체계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자연의학에 대한 개념도 그렇습니다. 어떤 이들은 ‘대체의학’이란 말을 쓰는데, 이는 맞지 않습니다. 서구의 외과적 시각에 의한 의학을 대체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연과 합일한 치유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스스로 치유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동물은 병에 걸리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본능에 의해 약초를 찾아 다닌다고 합니다. 사람도 이런 능력이 있었으나 현대인들은 물질문명 속에서 감각을 예민하게 가다듬지 못했기에 능력을 상실한 것 뿐입니다.


지엽적인 사례를 들긴 했지만, 동방의 문화란 물질에 앞서 철학을 논하고, 인위에 앞서 자연을 논하는 정신문화가 그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학교를 개교하면서 다른 대학과 차별성을 둔 고유한 학과를 개설하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현재 서화예술학과를 비롯 불교문화학과, 자연치유학과, 미래예측학과, 문화정보학과, 옻칠조형학과 등을 설치해 앞에서 언급한 우리의 고유한 정신문화를 보존, 계승하는 역할을 할 인재를 양성 중에 있습니다.

 

▶ 동방대학원대학교에는 고령의 연세에 만학을 불태우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일반 대학의 학부과정은 사회에서 직장을 갖기 위해 입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철학과 종합학문을 바탕으로 한 정신적인 교육을 지향하기 때문에 실무적인 업무능력보다는 종합적인 사고를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연히 세상사에 경험이 많은 분들이 배움의 터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동양적 융화의 철학이 기업을 경영하고,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심어주는 데 일조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서구에서도 최근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해 통섭의 학문을 추구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오랫동안 서구의 학문은 분화와 전문화의 학문이었고, 동양적 전통이 바로 통섭의 학문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사 경륜을 토대로 연세가 많은 분들이 좀 더 우리 학교의 이념에 잘 맞는 부분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앞으로 동방대학원대학교를 통해 이루고 싶은 비전이 있다면.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문화에 대한 신념이 있습니다. 국내 400여개의 대학들은 나름 뛰어난 교육을 하고 있으나, 대개가 비슷비슷한 백화점식 학과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어느 나라에 가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 비슷비슷한 학제를 갖고는 ‘우리만의 것’을 만들 수 없습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교육이 아니라 한국에서만 배울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손으로 일일이 가다듬고 정성들여 명품을 만들 듯이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 설립자 겸 총장으로서 제시하는 동방대학원대학교의 비전입니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사진설명> 동방대학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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