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보관 우유, 유통기한 지나면 버려야 할까
냉장고 보관 우유, 유통기한 지나면 버려야 할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1.09 14:54
  • 호수 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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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 유통기한과 섭취할 수 있는 기간

유통기한, 섭취 기간의 60~70%로 짧게 설정… 우유·달걀 더 오래 섭취 가능

포장지 멀쩡한 라면은 8개월까지 먹어도 돼… 소비기한 표기 필요성 제기

[백세시대=배지영기자]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의외로 잠자고 있는 식품들이 많다. 유통기한만 보면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가 될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전문가들은 식품에 따라 섭취할 수 있는 ‘여분’의 기간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 때문에 업체들이 유통기한을 짧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 여부를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으로 따지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식품의 유통기한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소개한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유통기한’이란 나라에 따라 뜻의 차이는 있으나 종합해보면 ‘제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에 따라 제조일부터 소비자에게 판매 가능한 최대기간’을 의미한다. 식품 판매업자가 ‘팔 수 있는 기한’을 나타낸 것이므로 엄밀하게 따지면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통기한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생산회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자사 제품의 품질수준과 관련된 판매 전략의 하나로, 식품의 안전을 고려해 실제 유통기한보다 짧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정한 일정한 실험과 검증에 따라 정해지고 있는데 만에 하나 있을 식품 사고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기한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의 60~70% 정도로 설정된다. 

예를 들어, 실험 결과로 나온 최대 유통기한이 150일이라면 105~135일이 유통기한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법적 유통기한과 실제로 먹어도 되는 기한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할 경우 먹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최종 기한을 의미한다. 유통기한이 지났더라도 소비기한이 경과되지 않았다면 음식에 변질이 없고, 섭취 시 체내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식품의 소비기한에 여분이 있다고 해도 냄새와 모양 등이 변하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살핀 후 먹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는 것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이 아닌 장이 예민한 노인이나 어린이는 될 수 있으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어도 되는 식품

▶우유= 9~14일 정도의 짧은 유통기한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제품 중 하나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개봉하지 않은 우유는 0~5도의 냉장실에 보관 시 유통기한 경과 후 45일까지 먹을 수 있다. 단, 우유는 종이팩이 파손되기 쉽고 온·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구입 후 바로 냉장 보관해야 한다. 또한 우유팩이 부풀었거나, 개봉하지 않았는데도 내용물이 샐 경우 상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하고, 이미 개봉한 우유는 반드시 냉장 보관해 빠른 시일 이내에 다 마시는 것이 좋다.

▶​달걀= 유통기한은 판매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19~28일 사이지만 보관 온도에 따라 다르다. 달걀을 상온에 두면 달걀 내 수분 증발이 빨라져 상하기 쉬우므로 냉장 보관해야 하며 유통기한 경과 후 3주 내에는 먹는 것이 좋다. 만약 3주가 지났더라도 찬물에 달걀을 넣었을 때 가라앉거나, 달걀을 흔들었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 경우엔 먹어도 괜찮다. 단, 삶은 달걀의 경우 이미 조리된 상태이므로 최대한 빨리 섭취해야 한다.

▶식빵= 유통기한이 1~2일로 매우 짧지만, 식빵을 얼려두면 훨씬 오래 보관 가능하다. 얼려두면 보통 유통기한 후 20일 혹은 그 이후까지도 먹을 수 있는데, 냉동실에서 식빵을 미리 꺼내 자연해동하거나 전자레인지에 20~40초 정도 데우면 방금 구운 것처럼 촉촉한 식빵을 먹을 수 있다. 단, 식빵은 주위의 냄새를 쉽게 흡수하므로 꼭 밀봉한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고추장=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무조건 오래 묵혀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시판 고추장의 경우 지나치게 오래되면 발효가 아닌 부패가 진행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개봉하지 않은 시판 고추장이라면 유통기한으로부터 2년까지 섭취 가능하지만, 개봉한 경우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곰팡이 혹은 이물질이 생기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핀 후 먹어야 한다.

▶라면= 비상식량의 대표주자인 만큼, 포장지만 멀쩡하다면 유통기한 후 8개월까지를 소비기한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봉지라면은 기름에 튀긴 유탕면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의 산화작용으로 인해 면의 식감이나 맛이 변할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먹어야 맛이 좋다. 또한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습기가 많은 곳에 있었거나 햇빛에 지나치게 노출된 라면, 포장지가 손상된 라면은 상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먹기 전 스프나 면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유통기한, 소비기한 등 복수 표기 필요

한국식품공업협회에 따르면, 유통기한 때문에 발생한 손실 비용은 연간 6500억원 수준이며, 수거비와 폐기비용까지 더하면 1조원에 달한다. 

이에 유통기한에 대한 인식과 위생체계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경우 제품 외면에 △섭취기한(Use by date) △판매기한(Sell by date) △포장일자(Packaging date) △최상 품질기한(Best before date) △최상 섭취기한(Best it used by date) 등을 복수 표기해 소비자가 여러 사항을 검토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통기한 단일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2년 정부가 가공식품에 대해 소비기한을 병행 표기하는 것을 검토한 바 있지만, 비용절감 효과가 미미하고 섭취 후 증상에 대한 각종 분쟁이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감안,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기한 병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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