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입고‘노인체험’… 고령친화제품 “多 있네”
장비 입고‘노인체험’… 고령친화제품 “多 있네”
  • 관리자
  • 승인 2008.12.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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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규모 성남 고령친화종합체험관 가봤더니…

한번에 40여명 함께 이용가능… 2~4시간 소요
‘천정주행식 리프트’ 거동불편 어르신들에 딱
세계 첫 3D영상 통해 치매노인 인지상태 경험도

 

전 세계적으로 고령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친화사업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고령친화사업은 늘어나는 고령인구에 대한 ‘복지’적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막대한 수요가 예상됨에 따라 ‘산업’의 측면에서도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이 큰 산업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2006년 2월 보건복지가족부와 지식경제부가 공동으로 ‘고령친화제품˙서비스종합체험관' 설립에 합의한 후 2007년 7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지난 4일 성남 수진역 인근에 고령친화종합체험관이 1차 개관했다.

 

<사진설명> 개관에 앞서 지난 9월 노인생애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80대 노인과 비슷한 신체 조건을 만들어 각종 생활상에서 어르신들의 애로점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설명> 고령친화용품으로 채워진 주방의 모습. 주방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이 용이하게 설계됐다. 싱크대와 수납찬장은 버튼 하나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며, 식기는 국물을 쉽게 따를 수 있도록 운두가 낮다. 수저와 포크 등은 손떨림이 심한 어르신을 위해 손잡이가 묵직한 제품, 근력이 약한 어르신을 위한 가벼운 제품 등 수요자의 상황에 맞는 제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사진설명> 전시체험관에서 해설사들이 기립이동기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이 기기에 결속하면 집안 내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다.

 

<사진설명> 유럽에서 개발한 천정주행식리프트. 레일의 경로를 바꿔가면서 집안 어느 곳이든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일반 가정에 적용하기는 아직 고가의 장비지만 노인수용시설 등에서 이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사진설명> 재활용품의 하나인 수치료기.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의 베드 밑에서 수압이 70m에 이르는 강력한 물살을 쏘아 주면서 전신마사지를 한다. 헤드 부분에서는 아로마 향과 함께 심리치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근육을 이완하는 등의 용도로 쓰인다. 원래 독일업체에서 디자인한 제품이었으나 국내 특성에 맞게 수압을 높이고 다양한 기능을 첨부해 국내 업체가 제작했다. 


앞으로 1년여 기간 동안 시범 운영한 뒤 2010년 상반기에는 야탑역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7500㎡의 규모로 2차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대구와 광주에도 체험관이 마련돼 수도권과 영˙호남의 고령자 체험수요를 충족시킬 예정이다.


이번에 개관한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관장 전경진˙이하 체험관)을 찾아 전시된 국내외 업체들의 고령친화제품들을 비교 분석하고,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대해 살펴봤다.


현재 체험관은 지하 1층에 고령친화제품에 대한 홍보와 전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지상 1층에는 노인체험공간과 교육훈련을 위한 실습장소가 마련돼 있다.


고령친화제품은 약 70여 국내업체와 200여 해외업체의 제품들이 13개 존으로 나뉘어 약 1500여점 전시돼 있다.


전 관장은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업체들의 제품 수준은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서있는 북유럽과 일본의 제품들을 비교 체험해서 국내 산업이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고령친화용품에 있어서 가장 앞서있는 곳은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그 뒤를 일본이 따라가고 있는 형편”이라며 “스웨덴의 경우 사업의 초점이 복지 쪽에 맞춰져 있어 사용자의 자세교정 및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하며 일본의 경우는 ‘산업’에 보다 비중을 두어 다양한 전자기술을 접목한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령친화용품은 특성상 제품을 직접 체험해 봐야만 실제 유용성을 알 수 있다. 기자가 체험관에 마련된 ‘노인생애체험’ 장비를 통해 근력과 시력을 80대 노인의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관절의 움직임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구속밴드를 착용한 후 각종 용품을 사용해 본 결과 눈으로 보아서 이해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고령자의 신체능력을 고려한 디자인의 제품들은 소품 하나만으로도 많은 부분 고령자의 생활불편을 덜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에 대한 홍보와 제품연구는 시급히 확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집안의 실제 생활공간을 모델하우스로 만들어 전시한 공간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노인을 위해 집안 곳곳을 ‘천정주행식 리프트’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기차의 레일을 교차시키면서 노선을 바꾸듯이 욕실과 주방, 침실로 모두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이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고가의 장비지만 거동이 불가능한 노인을 위한 시설 등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해 보였다. 생산성이 향상되고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가격은 앞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치매체험관은 세계 최초로 치매노인의 인지상태를 3D영상을 통해 체험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치매노인의 눈에 보이는 왜곡된 사물을 체험자들이 인지하면서 치매노인의 심리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


체험관에서는 현재 요양보호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전문강사 10명을 배치하고 한 기수에 40명씩 양성할 계획이다. 체험관의 각종 프로그램과 기구를 이용한 실습실이 잘 마련돼 있었다.


현재 노인생애체험관은 한번에 40여명이 함께 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키트가 마련돼 있어 일반인˙학생들에게 체험기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체험은 30분간의 사전교육과 노인체험, 사후교육을 통해 이뤄지며 전시체험, 치매체험과 함께 연계하면 2~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전 관장은 “학생들이 단체로 체험을 원할 시 자원봉사확인서를 발급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노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자의 인구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노인에 대한 이해와 생활편의를 위한 산업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올해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후 고령친화용품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또한 요양보호사들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용품들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고령친화용품 시장을 확대해 ‘복지’와 ‘산업’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보완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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