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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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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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산업화·도시화·핵가족화로 특징지어지는 현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장기노인환자를 부양하는 가족들의 부양부담은 각종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이로 인해 가족의 노인부양 기능을 보완하거나 그 책임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사회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여론화 됐다. 그 결과 2007년 4월 2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같은 달 27일 공표됨에 따라 2008년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됐다.


하지만, 정작 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인환자와 그 가족들은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다. 그 중 노인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모호성으로 인해 노인환자 가족 중 두 기관의 차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제도 도입 목적을 잊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더해져 요양병원에 있어야 할 중증 노인환자가 요양원으로 가게 되고, 요양원으로 가야 할 경증 노인환자는 그대로 요양병원에 남게 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요양보험 대상 기관에서 노인전문병원과 요양병원이 제외된 현실이 존재한다.


노인환자 중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등급은 요양 1, 2등급으로 제한하고 있다. 요양1등급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 요양 2등급은 일상생활에서 상당 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일상생활의 상당부분을 타인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태라면 질병의 수준도 상당히 심각한 상태이고 의료적인 처치가 필요한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요양원은 의료인력 중 처치와 처방이 가능한 의사 인력이 상근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기 힘들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전 요양병원은 중증 환자들에게 의료적인 서비스와 요양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왔다. 그러나 제도시행 후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증 환자들 중 약 18%가 요양원으로 옮겼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고도의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이다. 이러한 중증 환자들이 요양원으로 옮기는 이유는 요양병원에 있을 경우 매달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80만원까지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요양병원에 따라 차이가 난다. 비용 경감을 이유로 지속적인 의료처치가 필요한 노인환자가 의료적 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든 요양원에 있게 되는 것이다. 요양병원 현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을 겪는 가족의 뜻에 따라 요양원으로 갔던 노인환자가 건강상태가 말할 수 없이 악화돼 다시 요양병원으로 되돌아오는 가슴 아픈 경우를 종종 본다고 한다.


요양병원이 보험급여 대상 기관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20만원의 간병비를 지급하게 될 경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본인부담 차이가 줄어들어 노인환자들이 요양시설로 가지 않고 요양병원에 옮기게 되고, 이 경우 요양시설에 대한 민간투자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노인환자의 건강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노인환자 1인이 요양병원에 있게 되면 건강보험공단은 약 110만∼15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지만, 이 환자가 요양원으로 옮기게 되면 모든 부담이 사라지고 새로운 요양보험 재정에서 약 70만∼90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환자에게 간병비 20만원을 급여 제공할 경우 그 차이는 더욱더 벌어져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을 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의 문제로 인해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노인환자를 요양원으로 내모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인환자의 의료적 치료와 더불어 또 하나 제기되는 문제가 형평성의 문제다. 장기요양보험료 납부 대상은 전 국민이다. 그렇다면, 요양등급 판정을 받는 모든 사람들은 장기요양보험의 보험급여대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요양인정 등급판정(1·2등급)을 받은 사람이 요양원에 있으면 보험혜택을 받고, 노인요양병원에 있을 경우는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병든 어머니를 좀더 의료적 서비스가 충실한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게 되면, 자신이 내고 있는 보험료에 대한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비용 경감을 미끼로 중증의 병원에 있어야 할 노인환자를 요양원으로 밀어내어 고통 중에 더욱 빨리 돌아가시게끔 온 사회가 묵인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분명 집과 요양시설에서 수발 받던 노인환자와 가족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요양병원과 노인병원에 입원해 있어야만 하는 노인환자들과 가족들은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위에서 말한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제도 본래의 목적을 잊고 경제적 논리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생시킨 문제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느낀다. 또, 이러한 문제에 대해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발견되는 이기적인 마음, 즉 부모님의 건강과 안락한 노후보다는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문제에 이토록 둔감한 것에 대해 이미 연로하신 우리 시대의 부모님들께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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