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의 건배
송년의 건배
  • 관리자
  • 승인 2008.12.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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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진 충남연합회장

2008년의 끝이 보인다. 한 장 남은 12월의 달력이 마지막 잎새처럼 벽에 달려있다.


일 년 삼백예순 다섯 날이 다 빠져 나가고 있는 달력은 잎을 다 떨군 빈 나뭇가지인 듯 허허롭기만 하다.


매정한 바람은 남은 며칠마저 낙엽으로 쓸고 가려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어느덧 한세월을 건너온 사람들이 연하장을 서두르며 송년의 술잔을 부딪치고 있다. 모든 현재는 흔적을 남기고 그것은 추억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이제 내 몸에 나이테 하나를 더 보태고 또 한해가 간다.


새로운 한해가 온다는 것은 훗날 아프지 않을 추억을 만들어 갈 기회가 온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해를 추억으로 보내기보다 기억에서 지우고픈 무질서했던 촛불시위, 이념적 교육의 갈등, 정치적 아집, 산업의 도산, 금융위기 속에서 정부나 국민 모두가 허우적거리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송년의 잔속에는 ‘인생은 60부터, 70부터’라고 목청을 높이며 여유를 부린다. 수년전 송년의 잔속에는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을 담아 건배를 했고, 지난해의 잔속에는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삼일 아프다가 죽자는 뜻)로 한발 앞섰다. 올해 송년의 잔속에는 ‘건백’(健百)(건강하게 백세까지 살자는 뜻)을 담아 건배하는 것이 유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나들고 있으며, 인간수명이 120세라고 세계 의학계가 공감하고 있으니 무리한 욕심은 아닐 듯하다. 하지만 후년에는 건강과 수명의 건배보다는 ‘사랑 두 배’(사랑을 두 배로 나누자는 뜻)로 하면 어떨까 싶다.

 

생명은 유한하지만 사랑은 무한한 것이기에 열배, 백배 더할수록 좋지만 요즘 미소 지어야 할 입가에 씁쓸함이 감도니 아쉬움이 크기만 하다. 그리고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지만 해마다 사람 얼굴은 같지 않나. ‘연년세세화상이세세년년인부동’(年年歲歲花相以歲歲年年人不同)이라는 시구와 같이, 그래서 송년의 술잔은 쓰지만 각별한가 보다.


해마다 세밑은 다가온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노년은 외면 않고 빠르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를 맞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송년의 잔에 지난 한해를 성찰하고 새해의 설계를 담아 높이 들것이지만 노년의 잔에는 ‘건백’을 담아 목청을 높일 것이다. 그러나 허허로운 석양빛임을 모르고 그러랴 만은, 그렇지 않고서는 가슴에 맺힌 노년의 얼룩진 덮개가 지워지겠는가.


더 큰소리로 ‘건백’의 잔을 높이 들자. ‘인생은 이제부터’라고 더 큰소리로 외치며 2009년 새해에는 자기의 분에 맞는 소박한 꿈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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