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현대미술 4대 천왕’ 유에민쥔 개인전, 예술의전당 ‘한 시대를 웃다!’
‘中 현대미술 4대 천왕’ 유에민쥔 개인전, 예술의전당 ‘한 시대를 웃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3.05 15:27
  • 호수 7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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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다 드러내며 ‘웃는 남자’ 통해 시대를 풍자
중국 현대 미술 4대 천왕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유에민쥔은 치아를 다 드러내며 웃는 남자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대표작 ‘잔디에서 구르다’(Rolling on the grass, 2009)
중국 현대 미술 4대 천왕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유에민쥔은 치아를 다 드러내며 웃는 남자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대표작 ‘잔디에서 구르다’(Rolling on the grass, 2009)

‘中 현대미술 4대 천왕’ 유에민쥔 개인전… 냉소적 사실주의로 유명 

소더비서 590만 달러에 낙찰된 ‘처형’, 현대인 그린 ‘방관자’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나는 사람들이 웃는 것을 그린다. 그것이 큰 웃음이든, 절제된 웃음이든, 미친 웃음이든, 죽을 듯한 웃음이든, 혹은 단순히 사회에 대한 비웃음이든.”

중국 미술가 유에민쥔(59)의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웃고 있는 남성 캐릭터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은 눈에 익을 것이다. 특히 그는 장샤오강, 팡라쥔, 정판쯔와 함께 ‘중국 현대 미술 4대 천왕’이라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유에민쥔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5월 9일까지 진행되는 ‘유에민쥔 개인전: 한 시대를 웃다!’ 전에서는 2007년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 달러에 낙찰된 ‘처형’을 비롯한 대표작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다칭(大慶)에서 태어난 유에민쥔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베이징(北京)으로 옮겨와 학창 시절을 보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톈진(天津)에 위치한 석유공장에서 일을 하다 ‘85 신사조 미술’(서양의 모더니즘을 도입한 현대주의적인 청년 미술 사조) 운동이 한창이던 1985년 허베이 사범대학의 회화과에 입학한다.

선생님으로 교단에 서고자 했지만 1989년 벌어진 ‘천안문 사태’를 겪고 큰 회의감을 느꼈고 다음 해인 1990년부터 전업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국 현대 미술사의 한 획을 긋는 4대 천왕으로 불리고 있는 그가 만든 작품들은 시대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전시의 첫 번째 공간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에서는 중국의 냉소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유에민쥔의 회화적 경향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중국 문화혁명기의 ‘홍색 회화’에서 묘사되는 인민들의 희망차고 결의에 찬 모습과는 반대로, 회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바보나 얼간이,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묘사돼있다. 

‘처형’이 대표적이다.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마드리드 수비군의 처형’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체제가 혼란스러운 시대에 무기력하게 대응한 군중의 모습이자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학살 당하는 순간에도 아무런 저항 없이 벌거벗은 채 웃고만 있는 군중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한 시대를 웃다’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픈 자화상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중 ‘방관자’가 가장 눈길을 끈다. 작품 속에는 벌거벗은 채 물에 빠진 남자가 허우적거리고 있다. 구조를 요청하는 그는 기이할 정도로 입을 벌려 웃고 있다. 헌데 오른편에 길게 늘어진 배에 탑승한 외국인들은 그 모습을 방관하며 구경하고 심지어는 휴대폰을 들이밀며 촬영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남의 불행을 흥밋거리로 취급하는 현대인들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세 번째 공간인 ‘사(死)의 찬미’에서는 생과 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소개한다. 이 공간에서는 웃는 얼굴보다 커다란 해골 그림이 유독 눈에 띈다. 죽음을 의미하는 ‘사’(死)는 부서진 뼈를 사람이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즉, 인간은 죽음을 머리에 이고 사는 존재이며 삶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으로 ‘기사회생’이 이러한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안도하는 모습의 웃는 얼굴 위에 해골 형상을 그린 작품으로 우리의 삶에 공존하는 죽음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보다는 함께 안고 살아가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조각 광대’ 공간에선 그의 조각 작품들을 소개한다. 다만 앞선 작품들과 달리 기괴한 느낌이 강하다. 버젓이 양복 입은 남자의 뒤통수에 코뿔소, 사자 등의 동물 얼굴이 매달려 있어 섬뜩하다. 

마지막 공간인 ‘일소개춘’에서는 웃는 얼굴상이 뭉개지고 분열되면서 다른 유형의 생명체로 변화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웃음 띤 얼굴은 텅 빈 채 하늘과 구름을 담은 그림자가 되기도 하고, 꽃송이나 서구 르네상스 명화 속 인물로 변신한다. ‘한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라는 뜻의 ‘일소개춘’이란 선불교적 화두를 바탕으로 작가의 자화상이나 인물 군상이 명화 속 인물이나 동물, 식물로 변신하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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