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과 불평등
연금과 불평등
  • 정재수
  • 승인 2009.01.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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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욱 언론인·문화일보 사장

선진국 노인들이 국가로부터 받고 있는 많은 복지혜택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부러운 것이 일반 국민연금이다. 연금은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어떤 혜택보다도 직접적으로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안정시키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교원연금은 일찍 도입돼 정착됐으나 일반 국민들은 최근까지 저소득층 노인에게 주는 월 8만~9만원 정도의 쥐꼬리만 한 기초노령연금 외에는 본격적인 연금을 받지 못해 노후생활을 위협 받고 있다.

다만 일반 기업체의 봉급생활자는 퇴직할 때 퇴직금을 받았다. 퇴직금은 기업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20년 이상 근속할 경우 2억~3억원에 불과하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이 돈을 몽땅 은행에 맡겨놓고 이자를 받아 생활비로 써도 월 120여만 원 정도다.

그런데 실제로 퇴직금을 받고 물러난 샐러리맨이 이렇게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관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퇴직 후 몇 년 사이에 퇴직금 대부분을 써버리고 만다. 내가 아는 A씨는 아들의 사업자금을 대어주느라 퇴직금을 모두 사용하고 말았다. 그나마 아들의 사업이라도 성공했더라면 다행이건만, 불운하게도 그 아들이 사업에서 실패해 A씨의 노후생활이 어려워 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이 온전하게 지급되기 시작한 2008년은 한국의 노인복지 역사상 획기적인 해라 할 것이다. 지난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만 20년을 맞아 그동안 보험료를 불입해 만기를 채운 60세 이상 노인 1만135명이 이른바 ‘완전노령연금’을 타게 됐다.

연금은 20년 이상 보험료를 불입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민연금제도 출범 당시 과도적 조치로 ‘특례노령연금’과 ‘조기연금’ 제도라는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

특례노령연금은 연금을 받을 나이(60세)가 됐으나 연령관계로 20년 만기를 채우지 못한 사람이 받는 연금이며, 조기연금은 경제사정 등의 이유로 60세가 되기 전에 미리 할인해 받는 연금이다.

그런데 문제는 완전노령연금 액수가 당사자들의 기대보다 적다는 사실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2008년부터 지급되는 완전노령연금은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112만여원, 가장 적게 받는 사람은 37만여원으로 평균 지급금액은 72만441원이다. 이 금액으로 노인이 생활을 꾸리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노인들이 받는 완전노령연금은 절대액도 적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공무원연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전직 기업체 직원 A씨와 비슷한 기간 동안 근속한 공무원 B씨는 월 2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무원연금개혁안은 너무도 실망을 주는 것이다. 지난해에 국민연금기금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연금지급액을 무려 33%나 삭감했는데도 정부가 제출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은 연금지급액을 겨우 9.5% 깎자는 것이다.

공무원 퇴직자는 보통 월 200만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어 9.5%가 깎이더라도 월 181만원을 받는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의 경우는 월소득 160만원인 사람이 20년 동안 연금보험료를 냈을 경우 월 34만원씩 받게 돼 있다. 만약 이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공무원연금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2008년 기준 2조원 정도를 국민의 혈세로 부담해 주던 것을 2010년에는 1조300억원, 2013년에는 2조900억원, 2018년 6조100억원을 집어넣어야 한다.

이래서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연금에 있어 공무원이 우대받는 관존민비제도, 즉 공무원과 일반 국민간의 불평등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국회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참다운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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