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 -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노년만세”
활기찬 노년생활 -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노년만세”
  • 관리자
  • 승인 2006.08.2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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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사람에겐 나이가 ‘훈장’

노인대학·복지관·문화원 등 부담없어 인기
요리·문자메시지·댄스 배우며 ‘즐거운 回春’

 

 

조개가 입을 벌리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할까?

 

“냄비에서 무를 어느 정도 익힐까요?” “조개가 입을 벌리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고추장과 고춧가루는 얼마씩 넣어야 하나요?”

 

지난 2월 초 평일 오전시간에 한 아파트에서 열린 요리강습 시간. 60대 중반의 이모 할아버지와 박모 할아버지가 30, 40대 주부들 틈에서 아주 진지한 자세로 요리강사에게 연신 질문을 했다.

 

그 날, 그 아파트에서는 모 주방용품업체에서 요리강사로부터 ‘생선 매운탕 끓이기’ 강습이 있었다. 그런데 오전시간에 집에 있는 주부들이 얼마 되지 않아, 업체 측에서는 고심을 하게 됐다. 노인정의 할머니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는데 할머니들은 빠지고 의외로 할아버지 두 분이 요리를 배우겠다고 자청을 하고 나섰다.     

 

라면 정도 끓여 봤을 뿐 평생 밥 한번, 국 한번 안 끓여본 두 할아버지는 “늘그막에 아내도 부엌일을 하기 싫어하는데 조금이라도 배워 아내의 일손을 덜어주고 싶다”며 참여의사를 밝혔다.

 

처음에 앞치마를 둘러 입었을 때 매우 어색해했지만, 강사가 시키는 대로 동태의 비늘과 지느러미를 손질하고 아가미를 소금물에 깨끗이 씻으며 색다른 즐거움을 느꼈다. 박할아버지는 낚시를 다니며 “생선 손질은 해봤다”며 초보답지 않은 솜씨를 자랑했다.

 

“매운탕의 매운 맛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로 내는데 얼큰한 맛을 내려는 욕심에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국물 맛이 텁텁해진다”는 강사의 설명에 이할아버지는 메모까지 하면서 “그럼 어떻게 하지?”하고  질문을 했다.

 

드디어 동태 매운탕이 맛있게 끓고 시식을 하는 시간. 이할아버지는 생전 처음 끓여본 찌개가 너무 맛있다며 다음엔 어디에서 또 이런 강습이 열리냐고 묻기도 했다. 이왕 배우는 김에 손자들을 위해서 빵이나 과자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 달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함께 요리강습에 참여했던 주부들은 두 노인네를 향해 “원더풀!”을 외치며 “이런 시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있다면 인기 짱이겠다”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다.

 

춤 즐기면 몸치도 효리 되나?

 

“아니아니, 할머님 ‘하나둘셋둘’이 아니라, ‘하나둘셋셋’입니다.”

 

“알았어. 다시 할게. 그런데 할머니가 아니라, 누님! ‘젊은 누나’야 알지?”

 

“아예, 죄송합니다. 젊은 누님. 그럼 다시 시작합니다.”

 

모 자치센터의 노인대상 댄스 강습시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강사의 설명에 맞춰 좌우로 스텝을 밟으며 몸을 움직인다. 처음 강습이 시작될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 몇 사람은 몹시 망설였다. 평생 춤은 커녕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거울 앞에서 춤을 추라니… 너무 멋쩍어 손 사레를 쳤었다.

 

그러나 “내 모습이 ‘마돈나’나 ‘비’ ‘효리’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춤을 춰보시라”는 강사의 거듭된 설명에 몸과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중 황할머니(64)는 일주일에 두번 열리는 댄스시간을 기다리는 마니아가 됐다.

 

“젊었을 때 에어로빅, 힙합, 스윙같은 댄스를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영감이 ‘무슨 춤’ 하며 눈을 부라렸어요. 그땐 영감 말이라면 꼼짝도 못했어요. 귀찮은 영감도 없어졌으니 이제라도 내 마음대로 해 봐야지요.

 

하늘나라에서 내려와 나를 혼낼 거야, 어쩔 거예요.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렇게 재미있어하는 걸 보면 아마 영감도 후회할 걸요. 진즉에 하라고 내버려둘 걸하며.” 

 

황할머니는 처음엔 발도 제대로 못 떼는 몸치였다. 그런데 못 춰도 남의 눈을 의식 않고 밝고 자신 있는 표정으로 즐기다 보니 점점 재미가 느껴지고 정말 효리가 된 듯 춤에 자신이 붙었다고 한다.

 

춤을 배우면서 할머니는 여기저기 아픈 곳도 사라지고 늙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됐다고 한다. 황할머니는 생물학적 나이로는 예순넷이지만, 실제로 보면 칠팔년은 족히 젊게 보인다. 

 

집에서도 음악이 흘러나오면 엉덩이를 흔들며 리듬을 탄다는 황할머니. 손가락으로부터 시작하다가 팔, 다리, 어깨를 움직이며 리듬을 타다보면 온몸으로 음악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부지런히 기본기들을 익힌 후에는 할리우드의 스타안무가인 제이미 킹이 만든 ‘나이키 록스타 워크 아웃’같은 춤도 멋지게 소화해 내고 싶다는 게 꿈.    

 

나도 그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편지같이 생긴 그림을 눌렀어요.” “맨 위가 수신메시지, 다음이 발신 메시지! 여기를 누르라고?” “옳지, 옳지. 새 문장 쓰기가 나오네.” “‘ㅇ’은 불렀는데 ‘ㅏ’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난 2월 중순 모 노인복지회관에서 열린 휴대폰 교육 시간. 구모 할아버지(64)는 ‘묻고 또 묻고’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새로 사귄 연인인 이모 할머니에게 젊은 애들처럼 문자 메시지를 멋지게 날리기 위해서였다.

 

문자판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한참을 들여다봐야 하고, 엄지손가락 놀림이 굼뜨지만 문자 메시지를 받고 기뻐할 연인의 얼굴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손녀가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친구들끼리 문자 주고받는 것을 보고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손이 제트 엔진을 단 것처럼 날라 가. 어느새 보내고 어느새 답장 받고, 다시 또 보내고. 지들끼리 재미있어 키득거리고. 나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배우고는 싶은데 ‘할아버지 누구한테 보내시게요?’ 물어보면 ‘여자친구에게 보내려고 한다’ 솔직하게 대답하기가 민망해 가르쳐달라고 하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배우게 되니 정말 좋다는 구할아버지. 단축번호 입력이나 벨소리 바꾸기같은 버전도 배워서 연인에게 가르쳐 주겠다며 유치원생처럼 기대감을 가지고 눈을 반짝이며 배움에 열중하고 있었다.

 

자영업을 하다 이년 전 퇴직한 전할아버지(68)는 평소 일본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배우지를 못하다가, 작년부터 집 근처의 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일본어 초급강습에 참여를 한다. 지금은 초급을 마치고 중급과정을 이수중이다.

 

올해부터는 한문 서예와 동양화에도 도전을 하여 월요일과 목요일은 일본어, 화요일과 금요일은 한문, 서예, 수요일은 동양화 강의를 받는다.

 

일주일 단위로 취미와 교양, 문화 건강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어서 출근하듯이 이들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다보면 한 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전할아버지는 늙었다고 할 일없이 방구석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 못지않게 배우고 익히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한결 삶에 자신감이 붙는다고 한다. 올 하반기에는 단소나 가야금 같은 우리 악기도 하나 배워볼 생각이다. 

 

부지런한 사람에게 나이는 훈장이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 한낱 위로조의 구호가 아니기 때문. 나이가 들었어도 여가와 교육, 교양을 익히려면 기회는 무수히 많다. 노인들이 찾지 않아서 그렇지 찾기만 하면 바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국적으로 사회복지관이 394개, 문화원이 222개, 노인종합복지관이 109개가 있다. 모든 시군구에 최소한 1곳 이상이 있다. 이들 시설은 대부분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강료가 저렴하고 일부 강좌는 무료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거나 전화로 문의를 해보면 꽤 괜찮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앞서의 전할아버지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손해를 보는 것이며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젊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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