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파트를 아시나요?
라인파트를 아시나요?
  • 정재수
  • 승인 2009.01.09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병욱 부산동구지회 취업지원센터장

대한노인회 부산 동구지회 취업지원센터장으로 임명된 지도 벌써 1년 3개월이 흘렀건만 아직까지 헤매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 때론 한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을 취업시킨 후 가끔씩 답례 전화를  받을 때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진한 감동을 받기도 한다.

2008년 초여름이 시작되던 6월 중순, 부산 동구 초량동에 거주하는, 평소 친분이 있는 60대 초반의 김모 통장이 동구지회를 방문해 “통장 급여로는 용돈도 안 되니 건물 경비직 취업을 부탁한다”면서 구직 상담카드를 작성한 뒤 제출하고 돌아갔다.

경비직 구인업체가 나타나 김모 통장에게 전화를 하니 해운회사에 취업했다고 전해왔다. 그는 또 며칠 뒤 부산 중구 중앙동 제1부두에 있는 용신해운(주)에서 운전면허증 소지자이면서 60~63세 중 신체 건강하며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어르신 2명을 모집 중이라고 알려왔다.

모집 직종은 선박이 부두에 접안할 때 배에서 부두로 로프를 던져주면 그 줄을 끌어당겨 부두에 설치돼 있는 비트에 걸어주는 ‘라인파트’라는 작업이었다. 현장에 가서 실제로 작업을 해보니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월급은 조금 적지만 24시간 근무에 점심, 저녁식사가 제공되고, 4대 보험이 적용되면서 동구와 근거리여서 그런대로 좋은 조건이었다.

당장 채용담당자인 조동욱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 그에게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의 업무와 취지, 목적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더니 “정말 좋은 일을 한다”면서 “몇 사람이 면접을 거쳤으나 입사결정은 안 된 상태”라고 귀뜸해 신속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최병욱 센터장과 어르신들이 함께 어울려 '라인파트' 작업을 하고 있다.

대체로 취업이 잘 되는 1946~1948년생 어르신들은 별도의 특별 관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2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연락했다. 이미 취업한 2명과 운전면허증이 없는 10명을 제외한 8명 중 중구 중앙동 제1부두와 가장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어르신을 알선했다.

알선한지 1시간도 안 돼 업체 조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면접 결과 입사결정이 났다”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는 “연세 많은 어르신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면서 “앞으로는 직원 채용 시 신문에 모집공고를 낼 필요도 없이 대한노인회 소속 어르신만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그 뿐만 아니라 1명 더 알선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적임자를 추천했더니 이미 면접을 진행한 지원자도 제쳐 두고 면접과 동시에 취업시켜 주었다.

업체 측은 그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난 7월 초순경 어르신 1명을 더 알선해 달라고 부탁해 왔고, 9월 초에도 또 다른 알선을 의뢰해 2명을 더 취업시킬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그동안 계속 동결돼 왔던 급여가 5만원 인상되는 행운도 뒤따랐다.

조 감독과의 인연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서로 깊은 신뢰를 갖게 된 데다 혹시 인근 해운회사에 어르신들을 취업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주 연락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7월 말쯤 인근 아주선박(주)에서 동일 직종의 임시직 1명이 필요하니 알선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즉시 적임 어르신을 알선했고, 역시 취업에 성공했다. 이 어르신은 취업 후 열심히 일해 곧 정직원이 된다고 한다. 정직원이 될 경우 급여도 상당히 인상된다고 하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무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 현지 확인을 위해 용신해운(주)에 방문해 보니 어르신들끼리 식사당번을 정해 다정다감하게 반찬거리를 의논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함께 웃으며 본인의 건강은 물론 가정과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