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복지관 ‘시니어 실내악단’ 오디션 현장을 가다
서초복지관 ‘시니어 실내악단’ 오디션 현장을 가다
  • 황경진
  • 승인 2009.02.07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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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긴장… 이렇게 떨기는 처음”

각양각색 이력 지닌 어르신 12명 참가 ‘후끈’
바이올린겷옆 클라리넷 등 숨은 실력 뽐내
선발단원 하반기부터 본격 연주 봉사 활동

 

“빠바밤~빠바밤~”
서울 서초노인종합복지관의 한 강의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악기 연습에 한창이다.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 악기 종류도 다양하다.

 

<사진설명> 시니어 실내악단 오디션에 참가한 박삼진(61)˙백승심(60)부부가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설명> 박순애(61)씨가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완벽하게 연주해 심사위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강의실 풍경이 이채롭다. 미리 준비해 온 악보를 보며 연습 삼매경에 빠진 어르신은 물론 꼼꼼히 악기 점검을 하는 이도 있다. 조용히 멜로디를 점검하는 어르신도 눈에 띈다. 어르신들의 행동은 저마다 달랐지만 모두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50~60대 어르신들이 마치 음대 실기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초조해 하고 있었다.


서초노인종합복지관(관장 서경석)이 1월 29일 오후 이 복지관 강당에서 마련한 ‘시니어 실내악단’ 오디션 현장의 풍경이다.


시니어 실내악단은 어르신들의 건전한 여가문화 형성은 물론 은퇴노인들의 사회참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노년문화를 형성코자 마련됐다.


이날 오디션에 참가한 어르신들은 모두 12명. 젊은 시절 악기를 연주했거나 노후에 취미로 배운 서초구 55세 이상 어르신들이 대상이다. 대학에서 악기를 전공한 어르신을 비롯해 전직 음악교사, 성가대 연주자, 지역 오케스트라 단원, 취미로 악기를 배운 어르신 등 이력도 각양각색. 연령대도 55세부터~70세까지 두텁고, 한 쌍의 부부도 참가했다.


오디션은 한 사람씩 심사위원 앞에서 자신이 준비한 한 곡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디션 당락을 좌우하는 기준은 연주실력 뿐만 아니라 봉사정신도 포함됐다.


이날 심사에는 박상연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단장과 서경석 서초노인종합복지관장이 참여했다. 오디션 부문은 바이올린을 비롯해 첼로, 클라리넷, 피아노, 플루트 등 다섯 종목. 12명의 어르신들은 종목에 따라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했다.


첫 종목은 바이올린. 최고령자인 송예경(70) 어르신이 첫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송 어르신은 음대 작곡과를 전공한 뒤 첼로를 배워 대학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 경력자다. 송 어르신이 무대에 오르자 순간 강당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 위에 오른 송 어르신은 준비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긴장이 풀리지 않았는지 음정이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내 안정감을 되찾았다.


송 어르신은 “악기연주를 통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50년 만에 바이올린을 꺼내들었다”며 “오디션을 어떻게 치렀는지 모를 정도로 떨리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오디션 참가자 가운데 수준급 연주 실력으로 심사위원의 호응을 얻거나 부부가 멋진 호흡을 선보인 부부가 특히 눈에 띄었다.


남편이 편안한 마음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도록 옆에서 피아노로 화음을 넣어 환상의 하모니를 보여준 박삼진(61)겧慂쩍 60) 부부가 이날 오디션의 백미였다. 아내 백승심씨는 이날 첼로 연주로 오디션에 참여했다.


백씨는 “취미생활을 위해 7개월 전부터 남편과 함께 악기를 배우고 있다”며 “남편과 함께 음악도 배우고 노후에 봉사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바이올린은 전공한 박순애(61)씨는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완벽하게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서경석 관장은 “이번 오디션은 지역 어르신들의 건전한 여가생활은 물론 봉사를 통해 활기찬 노후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며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 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디션을 거쳐 시니어 실내악단으로 선발된 어르신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정기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은 뒤 올해 하반기부터 서초지역 어린이집을 비롯해 요양원, 경로당 등을 방문, 연주봉사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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