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인헌장
신노인헌장
  • 정재수
  • 승인 2009.02.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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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

우리나라에는 ‘경로헌장’이 마련돼 있어 각종 노인 관련 행사에서 낭독되곤 한다. 경로헌장은 날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하나의 시민헌장으로 제정돼 1982년 5월 8일 경로주간 기념식에서 처음 공포됐다.

이 헌장에는 노인공경의 전통윤리의 측면 외에도 인간은 늙어서도 인간답게 살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과 더불어 국가와 사회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노인공경과 노인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명시함으로써 노인에 대한 존중감을 이어 오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현재, 노인인구 500만, 평균수명 80세에 가까운 고령화 장수사회가 됐으며, 사회변화와 함께 노인의 위치나 신체적 사회적 상황도 바뀌었다. 공경의 대상이자 동시에 부양의 대상인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가정과 국가는 큰 고민에 빠진듯하다. 그 많은 노인을 위한 복지비용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노인의료비는, 생산인구 감소 현상을 제외하더라도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노인단체는 노인복지비용 확대와 노인권익 증대를 위해 목소리까지 높이고 있다. 그래서 ‘노인은 돈 들고 일 못하면서 고집만 부리는 사람’이란 부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건강과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활발한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거나 일을 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통해 사회참여활동을 하는 노인인구가 늘고 있다. 건전한 여가와 건강한 생활을 강조하는 노인여가문화도 발전되고 있다. 전문가와 노년학자들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노인문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창하는가 하면 일본의 ‘신노인운동’을 예로 들기도 한다. ‘신노년문화운동’의 필요성이 제기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노인복지관이나 시니어클럽 등에는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사회참여 활동에 적극적인 노인들이 매우 많다. 경로당에 계신 비교적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도 사회변화에 따라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노후를 즐겁게 보내려는 경향을 띠면서 스스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해 최근 노인복지관에서는 자원봉사활동을 기반으로 신노년문화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신노인헌장’이 제정, 발표됐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가 아닌 민간에 의해 제정되긴 했지만 그 의미는 매우 크다. 경로헌장은 노인을 수동적·객체적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만 신노인헌장은 노인의 자발적·주체적 역할을 강조하고, 사회의 짐이 아닌 힘이 될 수 있는 노인의 존재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고령사회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와는 반대로 행복한 노년을 만들면서 힘찬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경이적인 발전으로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으로서 자부심을 지닌 자랑스런 국민이며, 후손에게 더욱 행복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물려줄 책임을 가진 어른이다. 고령화의 급속한 변화시대에 노인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로 국가와 사회발전에 이바지한다. 과거 의존적인 노인상에서 탈피하고 자립적이고 활기찬 노인상을 제시하여 새로운 노년문화를 창달하는데 앞장서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온 국민과 함께 ‘행복한 노년 힘찬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한 신노년문화운동에 참여하여 다음과 같이 실천한다.

1.우리는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며 노년의 권익증진에 힘쓴다. 2.우리는 경륜과 지혜를 가진 어른으로서 가정과 사회에 전통문화를 계승하며, 존경받는 노인이 된다. 3.우리는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자원봉사 활동과, 각자에 맞는 최선의 일을 하여 보람을 가지며 사회발전에 기여한다. 4.우리는 노년의 건강을 지키며,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주체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솔선수범한다. 5.우리는 미래에 더욱 행복한 노년사회로 발전하도록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를 이끌어낸다.

이상과 같은 신노인헌장은 노인을 공경하고 기본적인 행복을 찾고자 하는 기존의 ‘경로헌장’을 존중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노인상을 제시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재정립해 행복한 노년을 만들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주체적인 의미의 새로운 헌장이다. 신노인헌장은 우리 사회에 새롭게 추진되는 신노년문화운동 ‘시니어코리아’의 출범과 함께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학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그 안을 마련해 지난 1월 19일 시니어코리아 발대식에서 처음 선포했다.

향후 이 헌장은 보다 다양한 의견수렴과 검증으로 보완돼야 할 것이며, 신노년문화운동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사회변화를 이루는 데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사회는 세계적인 추세며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어떠한 방법으로 사회의식과 동력을 새롭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미래의 행복이 좌우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노인헌장의 실천이 우리 사회에 확산된다면 고령사회에도 힘찬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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