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지회, 고령자친화기업 만들어 노인일자리 새 모델 제시
부안군지회, 고령자친화기업 만들어 노인일자리 새 모델 제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7.02 13:40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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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전북 부안군지회는 고령자친화기업을 설립해 노인일자리의 새 모델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김종열 부안군지회장(가운데)과 마실밥상에서 근무하는 어르신들.
대한노인회 전북 부안군지회는 고령자친화기업을 설립해 노인일자리의 새 모델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김종열 부안군지회장(가운데)과 마실밥상에서 근무하는 어르신들.

지난해 한식뷔페 식당 ‘마실밥상’ 개업… 하루 300명 찾는 맛집으로

솜씨 좋은 어르신 10명 취업… 지회 영농사업단과 유기적 협력 구축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전북 부안군 부안읍에 ‘마실밥상’이라는 식당이 문을 연다. 대한노인회 부안군지회(지회장 김종열)가 출자해 만든 마실밥상협동조합이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선정돼 받은 2억원을 활용해 만든 식당이다. 성대한 개업식도 취소하고 조촐하게 출발했지만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밥, 국, 6가지 반찬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는 한식뷔페의 장점과 ‘할머니 손맛’을 앞세워 입소문을 탄다. 그리고 매일 점심만 영업함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300명이 이용하는 맛집이 됐다. 김종열 부안군지회장은 “대한노인회의 축적된 경험을 녹여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전북 부안군지회의 고령자친화기업인 ‘마실밥상협동조합’이 시작한 지 1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부안군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부안형 푸드플랜’ 사업의 파트너로도 선정되면서 향후 더 큰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부안군지회의 마실밥상협동조합은 2018년 김종열 지회장 취임 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회 노인일자리 사업이 발판이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부안군지회는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만 담당했고 그 인원도 20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2년간 농협장을 지낸 김 지회장의 경영 능력이 발휘되며 다양한 시장형 노인일자리를 창출해낸다. 대표적인 것이 5개의 영농사업단이다. 마늘, 양파 등을 재배하는 영농사업단은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내며 지역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문을 연 부안로컬푸드매장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노인일자리 1600개로 늘어나

이 외에도 카페, 누룽지제조, 바지락손질 등 다양한 시장형 일자리를 만들었고, 그 결과 올해 지회에서 관리하는 노인일자리는 1600개로 8배나 늘어났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지난해 고령자친화기업 공모에 도전,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부안군지회는 우선 김종열 지회장을 이사장으로 하는 마실밥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마실’(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은 부안군이 매년 5월경 개최하는 ‘마실축제’에서 따온 것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식당은 당초 별관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던 새 노인회관 인근 2층 건물을 활용했다.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선정돼 받은 2억원은 리모델링과 식당 운영에 필요한 도구를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식당 간판의 글씨(오른쪽)는 서예에 조예가 깊은 김종열 지회장이 직접 써 의미를 더했다. 

마실밥상은 테이블이 16개 정도로 크지 않고, 주변이 아파트 단지여서 입지도 좋은 편은 아니다. 점심 장사는 주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으로 인해 11시부터 손님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러한 성공에는 지회의 체계적 관리와 맛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참여 어르신들의 노력이 있다.

현재 마실밥상에 근무하는 어르신은 10명인데 5명씩 격주로 근무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해 2시 전후로 마감하고 1인당 월 80~85만원을 받는다. 특히 음식 솜씨가 좋은 어르신을 선발해 경쟁력을 높였다. 친환경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도 강점이다. 식자재 조달과 식단표 관리는 지회 직원들이 전담한다. 특히 SNS에 일주일치 식단을 미리 올리는 등 적극적인 홍보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다. 그 결과 자본금 마련을 위해 대출 받은 2000만원을 1년도 채 안 돼 모두 상환할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신금재 사무국장은 “김종열 지회장님의 오랜 경륜과 추진력, 젊은 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어르신들의 손맛 등 삼박자가 어우러져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면서 “배달 의뢰가 많아질 정도로 부안읍 외 지역으로도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단순한 식당 운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자체, 고령자친화기업, 노인일자리사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 있다. 

공익형 노인일자리와도 연결

마실밥상은 식재료 대부분을 부안 로컬푸드매장에서 구입한다. 앞서 밝혔듯 부안군지회의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단에서 생산한 농산물도 이 로컬푸드매장에 납품하고 있어 일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익형 노인일자리와도 연결돼 있다. 

부안군에서 어려운 독거노인 80명에게 매일 제공하는 도시락을 마실밥상에서 생산한다. 그리고 이 도시락은 공익형 노인일자리인 도시락 배달 어르신들을 통해 각 가정으로 전해진다. 지역에서 생산‧가공‧소비되는 먹거리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부안형 푸드플랜의 첨병 역할을 하면서 경쟁력 있는 시장형 노인일자리 창출, 그리고 실제 도움이 되는 공익형 노인일자리 운영이라는 3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안구지회 마실밥상협동조합은 또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오는 2023년 부안형 푸드플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안 푸드앤 레포츠타운’에 입주해 부안 대표 식당으로 발돋움을 노리고 있다. 또 여기서 더 많은 노인일자리를 파생시켜 어르신 수입 안정화도 꾀할 계획이다.

김종열 지회장은 “지난 1년간은 노인회가 운영하는 고령자친화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향후에는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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