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송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 회장
이영송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 회장
  • 정재수
  • 승인 2009.02.13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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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어르신 40만명 봉사운동·우리전통 알리기 나설 것

올해 4월 지부결성대회 겸한 정기총회 개최
어르신 건강세미나·봄, 가을 정기검진도 추진
재외국민투표권 역기능 최소화하는데 노력


대한노인회가 건국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소피텔 앰버서더호텔에서 해외동포가 살고 있는 175개국 중 최초로 미주를 대표하는 미주총연합회를 결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날 결성식에는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부위원장, 구자온 로스앤젤레스 재미한국노인회장, 서향벽 대뉴욕지구 한인상록회장, 신영균 시카고 한미노인 상록회장, 문재만 콜로라도 노인회장, 김성복 달라스 한국노인회장, 박광규 죠지아 아틀란타 한미노인회장, 김흥진 남가주 샌디에고 한미노인회장과 미국 전역에서 노인대표 160여명이 참석한 바 있다.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는 2월 7일 LA한인타운 JJ 그랜드호텔에서 총회 준비를 겸한 임원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모임은 흩어져 있던 노인단체를 하나로 묶어 공통의 관심사와 과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심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현지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영송 초대 회장은 뉴저지, 하와이, 오렌지 카운티,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롤스캐롤라이나, 워싱턴 D.C, 씨애틀 등 7개 지역에서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에 참여할 것을 약속받았고, 올해 20~25개 지역에서 지부 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주총연합회는 오는 4월 지부 결성대회를 겸한 정기총회를 개최키로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2월 11일 개최된 대한노인회(회장 안필준) 2009년 정기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방한한 이영송 미주총연합회장을 만났다.


회장을 맡으신 후 미국 현지에서 바쁜 일정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미주총연합회 결성 의의를 간단히 짚어본다면.
미주 지역에는 한인회, 무역협회, 상공인연합회 등의 단체가 있지만 40만 전 미주 노인을 하나로 묶는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가 결성된 것은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뿌리의식을 계승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모국과 미주지역을 연결하는 교량역할도 미주총연합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미주총연합회가 결성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으나 대한노인회 안필준 회장의 선견지명과 결단이 대단히 중요한 몫을 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미주에 살고 있는 노인들을 대신해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미국 사회는 경제위기와 오바마 대통령 당선 등 적잖은 변화를 겪고 있다. 현지에서 감지되는 최근의 변화 양상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90일간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는 ‘프리비자’를 실시함으로써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길게 줄 서 비자를 받아야만 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안방에서 컴퓨터 자판 몇 번만 두드리면 인터넷을 통해 여권을 발급 받아 미국을 여행할 수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몇 개월이 지나면 통과되리라고 전망된다. 물론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도 양국의 자유무역협정 비준에 힘을 보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자유로운 인적겧걋?교류의 빗장이 벗겨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거리는 더욱 좁혀지고, 결국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리나라와 미국은 더욱 가까운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사상 유례가 드문 세계적인 경제 위기 때문에 빛이 바랜 듯 보이지만 경기 회복과 함께 한미간 거리는 크게 좁혀질 전망이다.


노인의 정체성과 우리 전통문화에 대해 평소 느끼고 있는 점은.
 노인은 무대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아니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무대를 세운 장본인이다. 누가 그 무대를 세운 주인공들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역사란 과거 행적을 거울삼아 열린 미래로 나아가는 이정표이다. 또한 노년기야말로 원초적인 삶의 경쟁 속에서 벗어나서 후세를 이끌어주고 소외된 삶을 사는 이웃들의 동반자가 되는, 사랑과 나눔의 삶을 몸소 실천하는 시기다. 무릇 어느 가정이나 노인이 버티고 있어야 가풍이 유지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 민족의 노인을 공경하는 풍토가 다른 나라들과는 차별화된다는 점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숙종의 고사를 들려주기를 좋아한다.

변복차림으로 민정을 살피던 숙종이 주인에게 물었다.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소?  밖에서 들으니 이곳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더이다.” 주인은 희색을 띈 얼굴로 “빚 갚으며 저축하면서 부자로 삽니다. 그래서 저절로 웃음이 나는 가 봅니다”라고 대답했다. 숙종은 금방 쓰러질 듯 한 움막에서 살며 빚도 갚으며 저축도 한다는 말이 의아해 몰래 알아보았다. 하지만 조사결과 그 집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숙종이 다시 그 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예전에 했던 말의 뜻을 캐묻자 주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부모님 공양 하는 것이 곧 빚 갚는 것이고 제가 늙어 의지할 아이들을 키우니 이게 바로 저축 아니요? 어떻게 이보다 더 부자일 수가 있겠습니까?”

미국인들도 부러워하는 우리의 자산이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미주지역 40만 연장자들이 확실한 주체의식 속에서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모국과 미주지역을 연결하고 튼튼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과거 로스앤젤레스 찾는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노인회를 방문하는 인사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치인들이나 한국의 사회지도층이 미국에 오면 먼저 노인들을 찾아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노인들이 스스로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노인단체들도 안일한 생활에서 탈피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노인상을 구현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미주총연합회 업무 추진 방향은.
미주 각 지역을 들여다보면 자생적인 노인단체가 있는 곳이 상당수이다. 이를 결집시키는 역할이 중요하다.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는 본부를 로스앤젤레스에 두고 있지만 올해 안으로 25개 지역에 지부를 결성, 전 미주 지역 노인회를 아우르는 것을 단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대한노인회가 안필준 중앙회장을 중심으로 올해를 ‘노인봉사의 해’로 정하고 봉사탑을 세우는 등 결의를 다지는 것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미주총연합회 역시 지역 봉사활동에 역점을 둘 것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주총연합회는 아주 쉬운 봉사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월 1~2회 새벽에 모여서 코리아타운의 거리 청소를 하고 해장국 한 그릇씩 먹으면서 우의를 다지기도 하고, 혼자 사는 노인을 방문해 말벗하기, 밑반찬 만들어주기, 어린이 등하교 도우미 등 찾아보면 봉사할 것이 무궁무진하리라 생각한다.
설날과 추석 등 1년에 두어 차례 모여서 떡국잔치를 벌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주 지역에 우리 전통 알리기도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다. 가족 윷놀이, 사물놀이, 한복입기 등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은 하나 둘이 아니다. 또 노인을 위한 건강세미나, 봄가을 정기검진 등을 추진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국회가 재외국민투표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재외국민 240만명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는데.
정치권 인사들의 미국 방문 때마다 투표권 이야기는 단골 메뉴로 약속하고 돌아갔던 사항이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후 각 지역마다 영사관, 한인회 등에서 축하연을 베풀었다.
미국만 말하자면 이민역사 100년을 맞아 우리 동포 250만명 중 노인이 40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유권자만 따져 본다면 영주권자, 상사 주재원, 유학생 등을 포함하면 135만명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어떤 일에나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있기 마련이다. 미주지역 각 단체들이 정치적 성향과 지연, 학연에 따라 다소 시끄러울 것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5세나 2세들은 모국의 정치에 대해 무관심한 분위기이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고 세력화가 가능한 것은 역시 노인단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어쨌든 재외국민 투표권 행사와 관련해 파생되는 역기능을 최소화 하는데 노인들이 앞장 설 것이다.


이번 대한노인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소감은.
대한노인회 베트남지회가 결성된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순흥 초대지회장께 축하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 많은 협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미주총연합회, 베트남지회에 이어 세계 각 국의 대한노인회 지회가 결성되리라 생각하며, 외무부나 재외동포재단 등에서도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미주지역 40만 노인들은 뜨거운 모국애를 바탕으로 대한노인회와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우리에게 부여된 역할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2009년도 정기총회에서 각 연합회장과 지회장을 만나 노인사회를 위한 그 분들의 열정과 결의에 놀랐다. 총회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든든했다. 후세에게 도덕교육을 하는 것,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사회봉사를 통해 노인의 위상을 높이 는 것 등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다. 우선 미국에 돌아가 조직을 정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용환 기자 efg@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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