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재혼 6회
황혼재혼 6회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2.24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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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에피소드 ②

3.
몇몇의 사람들을 만났으나 딱히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구나 나이를 먹고 이성교제를 한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차일피일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차에 친분을 쌓았던 원우회 총무가 전화로 인물도 좋고 똑똑한 여성분이 있다며 나에게 한 분을 소개해 주었다. 약속을 정하고 직접 우리 기원으로 방문하게 한다고 했다.

그동안 몇 명을 만난 일이 신통치 않았던 지라 반갑고 고마웠다. 전화를 끊은 후 몇 시간 뒤 한 여성이 기원을 찾아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마침 손님하고 바둑을 두고 있는 터라 손님을 내버려두고 바로 만날 수가 없어 양해를 구하고 사무실 방으로 안내했다. 바둑에 신경이 집중될 리 만무했다. 서둘러 그 판을 마저 끝내고 마치 젊은 시절 맞선 보는 심정으로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변고인가. 방에 점잖게 앉아 있어야할 여자가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어 방 한가운데서 이불을 쓴 채 누워있질 않는가.

순간 황당하기도 하고 살짝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이 여자가 대체 나를 어찌 보고 이러는가?’
제 정신이 아니라면 모르겠거니와 제 정신이라면 의심스러운 몸가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맞선보러 나온 여자의 행동으로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다시 닫고 돌아섰다.

그때 마침 둘째 딸이 기원에 와 있었다. 나는 둘째 딸더러 아버지가 급한 일이 생겨 손님하고 밖에 나가셨으니 다음기회에 만나자고 하고 돌려보내라 했다. 결국은 그 사실을 사무실에서 알게 되어 그 여성은 원우회로부터 퇴출되고 말았다. 그 여성은 그 다음 순서를 대체 어떻게 할 작정이었던 것일까.

4.
맞선보러 가려거든 반드시 혼자서 가야한다는 말이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할 일화도 원우회 총무가 우리 기원으로 보내 와 만나게 된 사람이었다. 그런데 혼자서 만나기가 쑥스러웠던지 보디가드를 두 사람씩이나 거느리고 왔다. 방으로 들어와 옆에 앉은 사람들은 자신들은 친구라며 들러리로 따라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말도 잘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친구로 따라온 들러리가 활발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내가 누구하고 맞선을 보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당사자보다 오히려 따라온 친구들이 더 인물도 좋았고 활발하게 이야기를 주도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나는 당사자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기회는 오지 않았다. 결국 맞선이 끝날 때까지 정작 당사자와는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 보지도 못한 채 헤어지고 말았다. 사단은 그 다음에 났다. 떠난 뒤 1시간쯤 있다가 사무실 총무에게 전화가 왔다. 왜 당사자와는 이야기도 않고 따라간 친구하고만 이야기를 했냐며 성질을 내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 기원에 온 맞선 당사자와 들러리로 따라온 친구들 사이에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우회 총무는 그 싸움을 말리느라 애를 먹었고 결국 맞선도 실패하고 말았다. 그동안 잘 지내던 맞선 당사자와 친구들도 원우회를 떠나고 말았다. 씁쓸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 그 당사자는 남자를 잘 만나 재혼해서 잘살고 있으며 지금도 가끔 만나곤 해 지금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았다.

5년 동안 원우회를 드나들었지만 나에게 인연은 쉽게 닿지 않았다. 뭔가 이뤄질 듯 하면서도 동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사람에게 재혼의 요건이 부족한 것 같았다. 잠시 조급한 마음을 가다듬고 정리정돈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 와중에서 3년 전부터 붓고 있던 주택청약적금이 추첨 1순위가 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우리 지역에 임대주택건설 계획도 있어서 기회만 오면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뤄 질수도 있었다. 우선은 나에게 최소한의 요건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계속>

정리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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