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매우 특별한 쓰레기 수거 집게
[특별인터뷰] 매우 특별한 쓰레기 수거 집게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3.18 18:16
  • 호수 1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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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 성환3리 경로당 양주만 회장

▲ 양주만 어르신이 고안한 반자동식 쓰레기집게. 크기와 기능별로 다양하게 제작됐다.
최근 본지 편집국에 아주 ‘특별한’ 물건이 배달됐다. 이름하여 ‘골절예방 환경집게’.

크기별로 다양하게 제작된 집게는 스프링을 끼운 반자동식으로 작은 악력으로 집게를 오무렸다 펴 쓰레기를 주울 수 있도록 고안됐다.

집게들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폐품을 재료로 써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이를 테면, 우산대를 기둥으로 하고 병뚜껑을 손잡이 끝에 달아 놓은 형태다.

어떤 집게에는 쓰레기봉투와 야간조명을 달 수 있는 장치까지 고안돼 있었다.

집게에 붙인 다양한 문구도 특이했다. ‘골절은 쓰레기 줍기로 예방’ ‘아들이 뭐라 해도 흉하니 주으리라’ ‘쓰레기문화 의식개혁’ 등 재미도 있고, 의미가 담긴 내용이기도 했다.

집게의 제작자는 충남 천안시 성환3리 경로당 양주만(73) 회장. 양주만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워낙에 성실하고 깔끔한 성격 때문에 사람들이 길가에 함부로 버리는 담배꽁초나 쓰레기 등이 방치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모두가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 평소에 주변의 쓰레기를 모조리 줍는 습관이 있었지만, 하수구 같은 곳의 좁은 틈새에 있는 쓰레기는 수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본사로 보내온 반자동식 쓰레기 집게다.

70년대 자전거와 오토바이 판매·수리소를 운영했던 양 회장은 자연히 기계적 움직임에 대해 이치를 터득하고 있었다. 철사, 파이프, 스프링, 브레이크 와이어 등을 이용해 집게를 만들고 나니 매우 쓸모가 좋았다.

자신부터 항상 이 집게를 휴대하며 쓰레기 줍기를 실천했지만, 최근에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타고난 성실함과 뚝심으로 간암과 파킨슨 병까지 극복하고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양주만(73)어르신.

이 때문에 1980년대 중반, 당시 참여하던 ‘인산산악회’ 회원들에게 "그냥 산만 탈 것이 아니라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도 함께 줍자"고 제안했다.

양 회장이 회원들에게 제안한 것은 단지 ‘봉사’의 개념만은 아니었다. 산을 타면서 쓰레기를 줍자면 시선이 땅을 향하게 되므로 낙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반자동식 집게가 ‘등산스틱’의 역할을 하게 돼 관절의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회원들은 집게의 정교함에는 모두가 감탄을 했지만 쓰레기를 줍자는 제안에 선뜻 동참하는 이는 없었다.

양 회장이 다시 집게를 빼어든 때는 6년 전. 성환3리 경로당이 새로 생기면서 회장직을 맡게 됐다. 다시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강조하며 주변 환경정화에 노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로당 회원들은 산악회 사람들과는 달랐다. 모두가 환영하며 동참하기를 원했다. 정기적으로 환경정화활동에 나서고 폐품을 수집해 영세민 가정지원과 불우이웃 성금 전달 등 '공적부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천안시 성환3리 경로당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마을환경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은 73세의 고령인 양 회장에게 훌륭한 직장도 안겨줬다. 중견반도체 회사의 기숙사를 관리하는 사감으로 취직해 고령에도 꽤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현재 양 회장의 ‘반자동식 골절예방 쓰레기집게’는 70여개가 제작돼 훌륭하게 쓰이고 있다. 어르신들이 쓰레기 줍기를 하는 모습이 자칫 추레해 보일까 걱정하는 자녀들의 만류에도 양 회장은 고집을 꺾지 않는다.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추레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모습이 안 좋은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 때문이다. 양 회장의 이런 고집 덕분에 지금도 성환3리의 골목에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자라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맑은 미소가 넘쳐 흐르고 있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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