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광주 39층 아파트 외벽 붕괴 참사… ‘같은 업체 유사 사고’ 너무 어이없어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광주 39층 아파트 외벽 붕괴 참사… ‘같은 업체 유사 사고’ 너무 어이없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1.17 10:18
  • 호수 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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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서 신축 중이던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외벽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현재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실종자들의 소재와 생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는 지난 1월 11일 광주시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장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갑자기 23∼38층 양쪽 외벽과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시공사 등과 현장 노동자 394명(22개 업체)의 안전 여부를 점검한 결과, 총 6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그중 1명은 13일 붕괴현장 1층서 발견했으며, 나머지 5명의 행방은 13일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외벽이 붕괴한 28~31층에서 창호 공사를 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 현장 주변에서 휴대폰 위치가 잡혔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1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명도 건물 잔해에 맞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국은 건물의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장 인근 91가구 주민 116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사고가 난 화정아이파크는 지하 4층·지상 39층, 총 7개동 847세대 규모로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다. 이 건설사는 지난해 6월에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공사 중 노후한 건물 외벽이 무너지며 버스정류장을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낸 바 있다. 

당시 회사 대표는 사고 현장을 찾아 관리감독 소홀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7개월 만에 또다시 터진 이번 대형 참사는 그동안의 안전 강화 약속이 말뿐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공능력 9위인 굴지의 건설사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그동안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콘크리트가 양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타설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겨울철엔 기온이 낮아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열풍 작업을 한다. 

만약 공사기간 단축 등을 위해 충분히 굳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위층 작업을 하면 무너질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위험성을 알고도 공기(건축공사에 소요되는 기간)를 맞추려 강행한 것이라면 천인공노할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7개월 만에 같은 지역에서 같은 회사가 비슷한 안전사고를 낸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학동 붕괴사고에 대한 반성은 말뿐이었고, 재발 방지 대책이 제대로 시행됐는지도 의문이다. 시행사는 물론 관리·감독기관이 제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학동 참사로 하도급업체 관리자 등을 기소했으나 정작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기업 시공사는 빠져나가고 하도급 업체만 벌을 받은 것이다. 이런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는 되풀이되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사고가 난 공사장 주변 주민들이 공사장 상층부에서 콘크리트 잔해물이 떨어지고 도로가 균열됐다며 제기한 안전 관련 민원을 번번이 묵살하기만 했다. 이에 광주시는 1월 12일 사고 현장을 포함해 현대산업개발이 진행 중인 5곳의 아파트 공사에 대한 건설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때늦은 조치다. 철저한 현장 관리 감독으로 공사를 진작 중단시켰어야 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내팽개치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발주와 설계, 감리, 원청, 협력업체 등 건설현장 각 사업 참여 주체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도록 법의 허점을 보완하고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하며 반드시 현장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원청의 책임을 묻고, 탈법을 엄격히 제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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