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지체장애인 교육봉사하는 박옥남(67)씨
성인 지체장애인 교육봉사하는 박옥남(67)씨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3.25 08:53
  • 호수 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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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노년] 한글 깨우쳐 준 데 이어 올해는 ‘검정고시’ 도전

▲ 성인 지체장애인 교육·봉사하는 박옥남 씨.
“사랑하는 선생님께, 그동안 몸 건강하신지요? 저는 선생님께 떠나신다니 마움이 아파요. 선생님께서 한글을 열심히 잘가느쳐서 고마워요. 2008년 11월 11일 정임순 올림.”

지난해 겨울, 박옥남(67)씨는 특별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삐뚤빼뚤한 글씨와 맞춤법이 서툰, 짧은 편지였다. 언뜻 보면 한글을 갓 뗀 초등학생이 쓴 편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지난해 인연을 맺은 늦깎이 제자 정임순(68)씨다.

박씨와 정씨의 인연은 지난해 7월 시작됐다. 박씨는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이 전직교사를 대상으로 성인 지체장애인들에게 교육봉사를 진행하는 ‘늘해랑 배움터’ 강사로 활동하던 중 학생으로 참여한 정임순씨를 만났다.

정씨는 현재 지체장애와 장루장애(배변 또는 배뇨기능의 장애)를 앓아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하지만 배움에는 한계가 없다고 했던가.

정씨는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복지관을 찾았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고 ‘편지를 써보는 게 꿈’이라던 정씨의 소원이 이뤄졌다. 늘해랑은 ‘늘 해처럼 밝게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배움의 장’이라는 의미다.

박씨는 정씨 외에도 적게는 40대부터 많게는 60대까지 나이 많은 제자가 15명이나 더 있다. 학생들 가운데는 뇌병변·지체·장루·언어·청각·지적 장애 등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거나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 극심한 장애를 앓고 있는 제자도 있다. 하지만 다들 공부에 대한 욕심은 수험생 못지않다.

▲ 박옥남(67·왼쪽)씨가 성인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박씨는 25년 간 교사활동을 하다 지난 2005년 퇴직했다. 지난해 초 ‘늘해랑 배움터 강사를 해 보지 않겠느냐’는 사회복지사의 제의를 받고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가르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있었기 때문이다.

늘해랑 배움터에는 박옥남씨 외에도 7명의 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2달 동안 장애인복지 분야 전문가를 초청, 장애인 교수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 같은 해 7월부터 매주 2차례씩 나눠 국어와 수학을 가르쳤다.

박씨는 장애를 가진 늦깎이 학생들을 가르치며 얻은 게 많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찡그리고 불평한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이분들은 작은 행복에도 웃을 줄 알고 감사할 줄 알아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지요.”

박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늘해랑 나눔터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올해는 학생들에게 검정고시까지 권유해볼 작정이다. 박씨는 4월부터 시작되는 교육을 통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줄 준비에 한창이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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