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인을 찾아서 -34회 최금선(108)어르신
100세인을 찾아서 -34회 최금선(108)어르신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3.31 10:39
  • 호수 16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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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이로 올해 109세를 맞이한 최금선 어르신.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우리나이로 109세라는 최금선 어르신은 외모로만 보아서는 7,80대라고 해도 믿을만큼 깨끗한 용모를 갖고 계셨다. 그러나 ‘소띠’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최 어르신의 입에서 나온 여러 가지 말들은 그 사실을 충분히 방증하고 남았다.

최 어르신은 1901년 경기 용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남한산성 수비대장을 맡은 무인이었으며 남다른 용력을 자랑하는 장수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신여성이었다.

아버지로부터 타고난 체력을 물려받고, 어머니로부터는 뛰어난 지능을 물려받은 최어르신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어도 집안에서 어머니의 지도로 한글을 깨쳤을 정도로 영민함을 보였다.  젊은 날에는 여자의 몸으로 장정도 들기 힘든 쌀 한가마니를 번쩍 들 정도로 힘도 남달랐다 한다.

최 어르신 가계는 놀라운 힘과 장수인자를 가진 집안이다. 부모님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떴지만 최 어르신의 언니는 102세까지 살았으며, 조부모와 일가친척이 모두 장수했다.

최 어르신에게 힘을 물려 준 부친의 일례는 그 용력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보여준다. 구한말, 일제의 지원을 받은 신식군대와 최 어르신의 선친이 이끄는 구식군대가 충돌했다. 최 어르신의 아버지 최경재 대장은 남한산성에서 패퇴할 수 밖에 없었다.

분루를 삼키며 한 밤에 산을 넘어 빠져나온 최 대장은 급하게 용변을 보려고 앉았다가 뒷덜미가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뒤를 돌아보니 웬 들개 한 마리가 뒤에서 달려들고 있었다. 안그래도 분을 삭이며 산을 넘는 형국에 순간 화가 뻗쳤다. 한달음에 때려 잡고보니 개가 아니라 범이었다고 한다.

이후, 관직에서 물러나 원래 세거지였던 용인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최 어르신은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의 집으로 출가한다. 용인 일대의 땅을 대부분 소유했다던 시댁의 부유함으로 인해 최 어르신은 일생 동안 큰 고생을 모르고 살았다.

출가해서 3남 1녀를 두고, 70대에 부군을 잃고는 큰 아들의 부양을 받다가 지금은 3남이 어르신을 부양하고 있다.

▲ 108세인 최금선 어르신(오른쪽)과 71세인 셋째아들 전기열씨는 흡사 70대의 어머니와 50대의 아들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 최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전기열(71)씨는 최 어르신의 장수비결로 우선 맺힌 것 없는 성격을 꼽았다. 가슴에 남겨놓는 것 없이 그 자리에서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뒤끝을 남기지 않는 성격으로 스트레스가 남을 여지를 두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괄괄하고 남성적인 성품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집안의 가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 어르신은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했다. 고기도 잘 드시고, 적정량의 밥을 하루 세끼 꼬박 드신다. 꿀이나 몸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도 좋아해 보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때그때 몸에 받는 약재를 원한다고 했다.

아들 전기열씨는 아마도 어머니께서 몸을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어르신의 사례는 놀라울 뿐이었다.

▲ 최금선 어르신은 맨눈으로 찬송가를 읽을 뿐 아니라 우렁차게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100세에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에는 시력이 좋아져 안경 없이 지금도 찬송가를 보며 힘차게 부른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다리를 다쳐 고관절 통증 때문에 걸음을 잘 못 걷게 됐었다. 병원 측은 자신이 없다며 치료를 포기했고, 퇴원 후에는 내리 닷새를 굶었다고 한다. 아들과 며느리는 어머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닷새 뒤 어머니는 일어나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으며 병원에서도 포기했던 다리는 자연적으로 아물었다.

동물이 몸에 병이 들면 스스로 굶어 치유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들 전기열 씨는 전했다.

몇해 전에는 키우던 개가 병에 걸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으나 회생 가능성도 적고, 치료비도 만만치 않다며 돌려보냈다. 그러나 최 어르신은 개를 개집 안에 들여놓고 모포로 꽁꽁 싸맨 후 며칠을 굶겼다 한다. 그 이후 개는 병이 완치됐고, 지금까지 잘 살아 있다.

▲ 최금선 어르신과 셋째 아들 전기열(71), 며느리 박미숙(70)씨.
최 어르신은 뛰어난 인자를 갖고 태어났으며, 자신의 몸을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손의 악력도 대단했을 뿐 아니라 맨 눈으로 찬송가를 찾아 읽는 인지력도 놀라웠다.

‘건강 100세’를 실현하고 있는 어르신을 뵙는 동안 부러움과 존경심이 떠나질 않았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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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민 2009-04-02 22:23:41
매주 이 연재를 볼 때마다 많은 감동을 얻습니다. 더구나 100세 어머니와 70세 아들 모습이 정말 나이를 잊게 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