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영화열정 대단 외국영화 1만5천편 소장”
“김정일, 영화열정 대단 외국영화 1만5천편 소장”
  • 연합
  • 승인 2009.04.24 13:40
  • 호수 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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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은희 납북생활 회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른 건 몰라도, 영화에 있어서만큼은 굉장히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었어요. 우리가 알기에 그토록 무서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문화적 소양이 있고 문화를 사랑하는지 신기했죠.”

3주기를 맞은 남편 고(故) 신상옥 감독의 행적을 기리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원로 배우 최은희(79·사진) 씨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신 감독과의 만남, 배우로서 활동, 납북 생활 등을 털어놨다.

북한에 납치돼 8년 정도 지내면서 신 감독과 영화 17편을 만든 그는 “소재 선택과 작품 활동은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영화를 봤더니 거의 이데올로기 위주였고 일반 영화는 볼 수 없었어요. 우리한테는 소재 선택 등을 완전히 맡겼죠. 그래서 신 감독이 이념을 떠나 예술을 할 수 있었고, 북한영화로는 처음 수출도 한 거죠. ‘돌아오지 않은 밀사’를 만들 때 북한 영화로는 처음 외국과 궁중 장면을 찍었어요.”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문화적으로 열정이 대단하고 굉장히 머리도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작품을 다 검열할 정도로 관심이 있었어요. 김 위원장은 심지어 무용을 악보로 만들 정도로 열심이었어요. 한국영화뿐 아니라 외국영화 1만5000편 정도 소장하고 혼자 보면서 세계를 영화로 공부한다고 하더군요.” 그는 “북한에서 정신적 고통만 있었을 뿐 예술가로 깍듯이 예우해 줬고, 경제적으로도 대우를 많이 받았다”며 “그렇지만 진정한 예술 작품을 하기는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신 감독 3주기를 맞은 소회에 대해 “돌아가신 지 엊그제 같은데 3주기라니 착잡하다”며 “주위에 계속 계신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코리아’를 통해 신 감독을 처음 만났고 연극 도중 액션 장면이 너무 힘들어 쓰러졌을 때 신 감독이 안고 병원에 간 인연으로 같이 살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신 감독과 자신을 “빛과 그림자 같은 사이”라고 말하면서 함께한 추억이 너무 많아 추려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그는 대화 없이 감정표현을 해야 했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 추위 속에 고생하며 찍었던 ‘성춘향’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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