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 활동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퇴직 이후 상실한 사회적 지위와 역할 보충 ▷긍정적 자아개념 유지 ▷노후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자아성장과 자아실현 부여 ▷사회적 관계망 형성 ▷신체 및 정신 건강 유지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음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에 비해 노인자원봉사 활동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인구의 6.5%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5세 이상 자원봉사자 참여 비율인 59.5%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았다.
노인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노인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노인 자원봉사 전담기관을 설치하고, 노인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적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4월 27일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국가발전을 위한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심포지엄에도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노인자원봉사자를 위한 전문 관리 체계 마련 시급
권중돈 목원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최근 노인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그 영역 또한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노인 자원봉사활동은 사회적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낮은 이유로는 건강 악화 및 경제적 어려움을 비롯해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과 정보 부족,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전문성 부족, 노인자원봉사 전문 인력 부재와 체계적 관리 부족 등을 꼽혔다.
이에 따라 권 교수는 ▷자원봉사 홍보 강화 ▷자원봉사 정보 제공 및 모집 활동 ▷노인에게 적합한 프로그램 개발 ▷자원봉사 교육 강화 ▷전문 자원봉사관리자에 의한 체계적 관리 ▷자원봉사 전담조직 설치 및 지원 강화 ▷노인 자원봉사 사회적 보상체계 강화 등을 노인 자원봉사 참여 촉진 과제로 제시했다.
권 교수는 “특히 노인 자원봉사활동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문 자원봉사관리자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노인자원봉사자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관리자 또는 조정자를 지속적으로 양성해 봉사자를 활용하는 기관에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이와 함께 노인의 경험과 지식, 기술 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 어르신들의 흥미와 능력에 맞는 자원봉사활동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선희 공주대 교수(사회복지과)도 “전문 노인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우수 프로그램 매뉴얼을 개발 및 배포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 아직 노인의 전문적 경험을 활용하는 활동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노인들이 퇴직 전 전문직 경험이나 자격증 소지 등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역할을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지역별 특색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노인자원봉사활동 구심점 될 조직체 구성해야
노인의 사회공헌활동의 가시화 또는 체계화를 위해서는 노인자원봉사활동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조직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됐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청소년의 경우 걸스카우트나 보이스카우트와 같은 조직이 구성돼 있어 활동이 전문화 및 체계화는 물론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반해 노인의 경우 이와 유사한 자원봉사활동의 가시화 및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행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이에 따라 ‘시니어스카우트(가칭)를 구성해 전국적인 조직망 결성 및 복장의 통일, 상징물 마련 등을 통해 노인의 사회 공헌활동을 체계화하고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원봉사센터의 고령친화성 제고도 강조했다.
정 박사는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248개의 자원봉사센터 가운데 노인 특화해 봉사프로그램을 개방하는 센터는 29곳 밖에 되지 않는다”며 “노인 자원봉사를 배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밖에 ▷노인 특성을 반영한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 ▷지역 특화된 노인자원봉사활성화 전략 마련 ▷노인자원봉사활동의 사회적 가치 인식 제고 등을 주장했다.
반면 김현숙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소장은 “현재 대한노인회를 비롯해 한국퇴직자협회, 한국시니어클럽 등 노인단체에서도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노인자원봉사활동을 위한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기 보다는 기존의 노인자원봉사활동 사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원봉사,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생활 제시
발제토론에 이어 열린 질의응답시간에 평택 실버인력뱅크 김영돈 팀장은 “노인자원봉사 개념이 너무 일자리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수 늘리기에 급급해 있다”고 지적한 뒤 “민간영역 차원에서 자원봉사 협의체가 만들어져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은정 보건복지가족부 노인지원과 사무관은 “노인 일자리와 노인자원봉사 개념만 가지고도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라며 “복지부에서도 일자리와 자원봉사 둘 다 중요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자발적 단체와 연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한형수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서구는 현재 노인자원봉사활동이 40~50%에 이르고 있지만 국내는 5~6%에 미치고 있다”면서 “하지만 90년대부터 시작한 국내 노인자원봉사활동을 생각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닌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현재 압축적 고령화를 맞고 있지만 노인 자원봉사를 통한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생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노인자원개발을 위한 전문직은퇴노인자원봉사프로그램’을, 서경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이 ‘노인자원봉사를 통한 신노년문화운동 시니어코리아’를, 이 심 사단법인 어린이 유괴·성범죄 추방 국민운동본부 대표회장이 ‘어린이 유괴·성범죄 추방 국민운동’ 사례를 발표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