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삶] 노원구립 실버악단 전속가수 박승장(69)씨
[이 사람의 삶] 노원구립 실버악단 전속가수 박승장(69)씨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4.28 15:22
  • 호수 1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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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 전파하는 실버가수

▲ 노원구립 실버악단 전속가수 박승장씨가 4월 10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창립 공연에서 트로트 '있을 때 잘해'를 구성지게 부르고 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4월 10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강당. 노원구립 실버악단 전속가수 박승장(69)씨가 트로트 가요 ‘있을 때 잘해’를 구성지게 부른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반짝이 양복과 백구두, 빨간색 나비넥타이도 멋지게 소화해 냈다. 자연스러운 시선처리와 매끄러운 손짓까지 무대매너도 예사롭지 않다.

이날 공연은 박씨가 실버악단 활동을 시작한 뒤 가진 첫 무대. 객석에는 600여명의 어르신들이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긴장은커녕 여유로움 마저 느껴졌다.

이러한 대담한 무대 매너는 어디서 나왔을까. 그동안 지역 노래자랑은 물론 방송국 가요제, 라디오 방송 노래자랑 등 수 차례 참여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박승장씨가 실버악단 전속가수의 길을 접어 든 때는 지난 3월. 구청에서 실버악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내 자리를 찾았구나’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원서를 넣었다. 며칠 후 찾아온 오디션. ‘꼭 전속가수가 돼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부른 노래가 결국 합격통지서를 안겨줬다.

오디션이 떨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연초 방송국 가요제에 참여한 게 도움이 컸다”고 말하는 박씨. 그는 지난 1월 한 방송국이 주최한 어르신 가요제에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기상을 수상해 주변에선 이미 스타다.

박씨의 전직은 경찰공무원. 노래와 관련된 일을 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30년 동안 경찰로 활약했다. 10여년 동안 경찰합창단으로 활동했을 정도로 노래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경찰관 노래자랑, 지역 노래자랑, 방송국 라디오 노래자랑 등 나가기만 하면 척척 상을 타왔다. 교회에서는 15년 동안 성가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노래 사절단으로 활동하면서 음악봉사도 했다. 박씨는 지난 2003년 서울의 한 스포츠센터가 주최한 연말 노래자랑에서 입상을 하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선보였다.

노래 사절단으로 활동하며 중국 연길에 초청돼 중국국립예술단과 합동 공연도 펼쳤다. 하지만 지난해 스포츠센터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자 박씨를 포함한 10여명의 노래 사절단은 ‘다사랑회’ 예술단을 구성,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며 노래봉사를 펼쳐왔다.

박씨는 실버악단 전속가수가 되면서 노래에 대한 애착이 더 커졌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은 실버악단과 호흡을 맞추는 날이다. 하루 2~3시간씩 하는 연습이지만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최근에는 박현빈의 ‘샤방 샤방’과 박상철의 ‘황진이’에 도전하고 있다.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직접 남대문 시장을 찾아 반짝이 의상도 구입했다.

노래를 잘 부르는 비결을 묻자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내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속가수로 활동하다보니 목 관리도 열심히다. 목에 좋다는 날계란은 물론 도라지 원액도 즐겨 마신다. 목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축이는 일도 잊지 않는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박씨는 “경제적 불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를 살아갑니다. 노래를 통해 잠시나마 행복을 전해주는데 제 작은 바람”이라고 말한다.

박씨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는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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