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경색 후폭풍 …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게 특단 대책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경색 후폭풍 …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게 특단 대책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0.31 10:15
  • 호수 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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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춘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레고랜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공사를 위해 설립한 강원중도개발공사가 회생신청에 들어가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3년 10월 ‘레고랜드 코리아’ 개발을 위한 본 협약(UA)을 체결했다. 이때 의무 불이행으로 멀린이 손해를 입을 경우 강원도가 특수목적법인(SPC)과 공동으로 배상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레고랜드 부지를 최대 100년간 무상임대(50년간 무상임대 후 50년 범위 내에서 재임대 협의)한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포함됐다.

강원도는 중도에 레고랜드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2년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을 설립했고, 2020년에는 새로운 유동화 특수목적법인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했다. 이후 특수목적법인은 2021년 11월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에게 발행하고 대출을 받았으며, BNK투자증권은 해당 어음을 신한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에 매각함으로써 대출자금을 조달했다. 

채권은 쉽게 말하면 ‘돈 받을 권리가 적힌 증서’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10억원을 1년 뒤에 갚겠다’라고 적힌 채권을 B에게 내주면, 돈을 빌려주는 B는 1년 뒤 A에게서 ‘10억원+이자’를 받는 것이다. 즉, 특수목적법인은 레고랜드를 지으려고 2050억원어치의 채권을 내줬고, 10여 개의 금융사가 이것을 받고 돈을 빌려줬다. 

그러나 강원도가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라는 실적에 너무 매달린 탓인지 처음부터 불공정계약 논란에 휘말렸다. 레고랜드의 연 매출이 800억원을 넘어서면 매출의 90%를 운영사인 멀린엔터테인먼트가 갖고 나머지 10%를 강원도 등 국내 투자자들이 나눠 갖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공사부지로 예정됐던 춘천 중도 지역에서 선사시대 유물들이 대거 발굴되면서 중단 위기에 처했다. 건설 계획은 변경됐고, 개장 시점도 미뤄졌다. 더불어 강원도는 2014년 공사 착공을 강행했지만 유물 발굴,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7년이나 늦어졌다. 

공사가 지연됨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지자 강원도는 결국 2018년 12월 17일 레고랜드 코리아를 멀린이 직접투자 개발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총괄개발협약(MDA)을 체결하면서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 주체를 멀린에게로 넘겼다. 그사이 GJC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러자 GJC의 대출에 대해 지급보증을 약속했던 강원도가 지난달 돌연 그 약속을 파기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9월 28일 “GJC가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050억원을 (강원도가)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GJC에 대해 회생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모두 발행할 수 있는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이름이 적힌 채권은 기업 채권보다 신뢰도가 높다. 그런데 강원도가 빚 부담이 크다며 ‘못 갚겠다’라고 해버리니 채권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지자체가 써준 채권도 이렇게 떼이게 생겼는데,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어떻게 믿냐는 것이다. 

이 같은 불신이 퍼지면서 채권을 찾는 곳이 사라져 채권을 발행하고 사업할 돈을 끌어모으려던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금리 인상과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우량 공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유찰되는 등 단기 자금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500억원 규모로 3년물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계획을 접었다. 인천도시공사 채권 신용등급은 ‘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A+’로 우량 공사채에 속하지만, 목표액의 불과 20%인 100억여원의 자금만 들어왔다. 섣부른 지급보증 파기가 엄청난 후폭풍을 불렀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러자 정부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 흐름이 경색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α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중 1조6000억원 규모의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해 10월 24일부터 회사채·CP 매입을 재개했다. 금융당국 또한 11월 초부터 추가 펀드 자금요청(캐피탈콜)도 본격적으로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은 위기의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피해가 어디까지 확산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자금 경색이 금융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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