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지회 소속 실버경찰봉사단 “경찰인 줄 알고 킥보드 속도 줄여요”
경기 평택시지회 소속 실버경찰봉사단 “경찰인 줄 알고 킥보드 속도 줄여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11.07 14:15
  • 호수 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노인회 평택시지회 소속 실버경찰봉사단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평택시지회 소속 실버경찰봉사단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등생 등·하교 교통안전계도, 학교·공원 주변 환경정화

공공일자리 참여자와 활동지역 중복문제 슬기롭게 극복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경찰관복과 유사한 단체옷을 입고 활동하니까 기분도 좋고 책임감도 더 든다.”

지난 11월 1일, 실버경찰봉사단 김옥남(75) 총무가 봉사하면서 느낀 점을 이 같이 말했다. 

이 봉사단은 대한노인회 경기 평택시지회 소속으로 지회의 노인대학 출신들이 2019년 봄에 결성한 노인자원봉사단이다. 60~80대 후반의 남(7), 여(23) 회원 30명으로 구성됐다. 대부분 공무원, 교사, 사업가 출신들로 스스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고 말하듯 나이에 비해 생기가 넘쳐난다.

이들이 여느 봉사단과 다른 건 경찰관복과 유사한 형태의 조끼를 입고 봉사한다는 점이다. 파란색 와이셔츠에 같은 계통 색의 넥타이를 매고, 왼편 가슴에 태극기와 ‘코리아’란 영문이, 오른편 가슴에 경찰 표식과 ‘안전’이란 한글이 부착된 조끼를 입는다. 얼핏 보면 경찰관과 구분이 안 갈 정도다. 

함기옥(84) 봉사단장은 “대한노인회를 통해 단원마다 한 벌 씩 단복을 전달 받았다”며 “모자는 비나 햇볕을 가리기 위해 등산모 스타일로 역시 모자 중앙에 경찰 마크가 부착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역의 초등학교 등·하교 시 교통안전계도와 학교, 공원 주변 환경정화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김 총무는 “책가방에 준비물까지 챙겨 든 저학년 아이들은 횡단보도 건너는 일이 버겁다”며 “가능한 한 노인 한 사람이 한 아이를 보호하며 안전하게 건넌다”고 말했다. 

봉사단을 가장 반기는 이들은 부모와 학교 교사들이다. 직장에 나가는 한 학부모는 “출근 차량들이 학교 주변에 몰려 늘 불안했는데 어르신들이 손주 돌보듯 차량들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준다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봉사를 하면서 사소한 사고 횟수도 줄었다고 한다. 함 단장은 “킥보드를 타고 질주하다가도 우리를 경찰관으로 보고 멈칫거리거나 속도를 줄인다”며 “전보다는 무단 횡단하는 노인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봉사단의 한 단원은 “우리도 무단 횡단을 곧잘 했지만 경찰서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봉사하고 나서부턴 절대로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들은 봉사를 마친 뒤 함께 식사를 하며 활동 시 느낀 점, 개선할 점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 자리에서 공공일자리 참여자들과의 사소한 마찰 얘기도 나왔다. 

함 단장은 “공공일자리 참여자와 우리가 서로 활동지역이 중복될 때 그분들이 자기들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으로 쳐다본다”며 “그분들에게 우리는 ‘무보수 봉사’란 점을 알려 안심시켜 드린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들 봉사단은 홀몸 어르신 말벗 등으로 봉사의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익재 평택시지회장은 “실버경찰봉사단은 경찰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어르신들의 따듯한 손과 눈으로 보살피고 돕는 일을 한다”며 “노인대학에서 배운 어른다운 역할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범 어르신들”이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