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인적분할에 감춰진 ‘4세 승계 밑 작업’ …속내는?
동국제강, 인적분할에 감춰진 ‘4세 승계 밑 작업’ …속내는?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2.12.23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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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체제 전환 ‘악재’ vs ‘호재’ 의견분분…명분은 “주주가치 제고”?
동국제강 본사(사진=연합뉴스)
동국제강 본사(사진=연합뉴스)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최근 동국제강이 인적분할과 동시에 승진, 신규 선임 등 총 13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자 명단에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아들 장선익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선 동국제강이 지분율이 낮은 장 전무의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주주의 지분율 강화를 위한 인적분할에 소액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동국제강은 지난 9일 인적분할로 기존 철강 사업을 열연 사업 신설법인 ‘동국제강’(가칭)과 냉연 사업 신설법인 ‘동국씨엠’(가칭)으로 나누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존속법인인 ‘동국홀딩스’(가칭)는 지주회사가 된다. 동국홀딩스(존속법인)라는 지주회사 밑에 철강 사업을 맡을 사업회사를 두고 이를 쪼개 열연 사업에 동국제강(신설법인), 냉연 사업을 맡을 동국씨엠(신설법인)을 각각 두는 형태다.

분할 비율은 동국홀딩스16.7%, 동국제강 52.0%, 동국씨엠 31.3%다. 존속회사 동국홀딩스는 자산 5997억원(부채비율 18.8%)을 가진다. 신설 동국제강은 자산 3조4968억원(부채비율 119.0%)이고, 동국씨엠(가칭)은 1조7677억원(부채비율 83.7%)의 자산 규모로 나눠가진다.

인적분할은 기업을 분리할 때 새로 생긴 법인의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같은 배율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인적분할은 호재로 여겨진다. 지배구조가 투명해진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다. 특히 인적분할은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 등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인 재료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동국제강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인적분할을 진행한 OCI, 대한제강, 현대백화점 등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OCI의 주가는 회사분할 결정을 공시한 다음날 5% 이상 떨어졌다. 대한제강도 인적분할 공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현대백화점도 인적분할 공시 다음날 3% 이상 내렸다.

지난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국제강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06% 하락한 1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인적분할 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한 동국제강 주가는 6거래일만에 11.5% 급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 동국제강은 인적분할을 결정함과 동시에 승진 9명, 신규 선임 4명 등 총 13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선 동국제강의 인적분할이 오너 일가의 승계 밑 작업이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장 전무의 낮은 지배력으로 인한 지분 확대 필요성은 꾸준히 언급돼 왔다. 장 전무의 지분율은 부친 장 회장의 지분 13.94%를 합쳐도 15%가 채 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특수관계인 지분은 올해 3분기 기준 26.24%다. 이 중 장 전무는 0.83%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장 전무는 내년 1월부터 승진하면서 본사로 복귀한다. 그는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원자재 구매실장을 맡는다. 철강사는 제조 원가에서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이는 실적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로 꼽힌다. 

부친 장세주 회장의 복귀도 장 전무에게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내년 주주총회에는 장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임기는 2023년 5월 17일부터 2025년 5월 16일까지 2년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장 회장은 등기임원인 사내이사로 8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다.

장 회장은 지난 2016년 횡령·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받아 경영에서 물러났고, 2018년 가석방됐다. 현행법상 5억원 이상 횡령으로 유죄를 받으면 형 집행 완료 후 5년간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당초 취업제한 기간은 2023년 11월까지였지만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동국제강은 “이번 결정은 전적으로 재무적 체력 회복에 따른 존속회사 등이 각 사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주가치 향상을 추구한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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