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익히면 노후가 즐겁다”
“배우고 익히면 노후가 즐겁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6.11 13:57
  • 호수 17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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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부터 영화·UCC 제작, 강연참여 등 어르신들 늘어
▲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움의 기회를 놓친 중고령 여성들을 위해 만학의 꿈을 키워주는 양원초등학교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길어진 노년기를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 자기 계발에 힘쓰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복지관이나 경로당, 각 지자체가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

이회승(74·경기 의정부 신곡2동) 어르신은 강연 듣기 마니아다. 노인정책은 물론 노인건강, 노인성(性), 노인일자리 등 노인관련 강연이 열리는 날이면 만사 제쳐놓고 강연장으로 달려간다. “노후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듣고 배워야 한다”는 게 이 어르신의 오랜 신념이다.

강연을 들으면서 ‘나도 강단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 2007년 가족상담학 자격증을 취득, 같은 해 박사학위도 받았다. 이 어르신은 일흔이라는 나이에 ‘실버강사’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고진문(79 고양시 주엽동) 어르신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정규교육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 끝났다. 하지만 늘 배우지 못한 한을 가슴에 안고 살아야 했다. 그러던 중 인근 지역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운 뒤 검정고시반에 입학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학교에 다녔다.

‘나이 들어 배우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핀잔이라도 들을까봐 주위엔 알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업을 들은 결과 최근 중입 검정고시에서 최고령 합격자라는 영예를 안았다.

고 어르신은 “앞으로 글공부와 컴퓨터학습을 계속해 한 많은 인생을 담은 자서전을 꼭 내고 싶다”며 “남은 인생 공부에 모든 시간을 투자해 대학에도 진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지자체는 물론 복지관, 경로당, 학교 등에서도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나섰다.

전남 영암군이 시행하고 있는 ‘왕인 문해(文解) 학교’는 보릿고개를 극복하면서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2007년 말 문을 연 이른바 한글 대안학교다.

농한기에만 개강하는 이 학교에는 한글을 모르는 비문해 어르신 700여명이 몰려 글을 읽고 쓰며 한글을 깨우치면서 배우지 못한 한을 풀어주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제1기 문해학교에서 266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바 있다.

대한노인회 경기 용인 기흥구지회(이양구 지회장)도 2007년부터 용인시평생교육원과 함께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글교실은 기흥구 3개 경로당을 매주 1차례씩 방문, 2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한글교실은 열고 있다. 실력에 따라 초·중·고급반으로 나뉘며, 고급반을 수료한 경우 평생교육원 인증도 받는다.

지역 복지관이나 문화원은 신세대 어르신들을 위해 컴퓨터 활용은 물론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찍기, 영화 및 UCC(개인이 직접 만든 영상물)제작, 라디오 방송 진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움의 기회를 놓친 중고령 여성들을 위해 만학의 꿈을 키워주는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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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2009-10-23 08:40:05
언론,방송에도 많이 소개되는 학교죠
작년에는 사돈들이 수능에 동시에 응시해
큰 화제가 되었죠

양지 2009-10-22 08:07:32
3년 연속 대학 합격 100%를 자랑하는 일성여중고에서 만학의 꽃을
피우세요

두두 2009-10-17 08:26:30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40대에서 80대까지의 주부 만학도들이 공부하는 2년제 평생교육시설입니다. 3년 연속 대학 합격을 자랑합니다

수선화 2009-10-16 08:05:16
네 저희 엄마도 일성여중고에 다니시는데요
학교에 입학하시고 나서부터 너무 행복해하세요
자신을 찾으셔서 너무 기쁘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