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신진수 전 국회의원
[인물포커스] 신진수 전 국회의원
  • 김용환 기자
  • 승인 2009.06.12 10:02
  • 호수 17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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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는 자기완성 향해 달려가는 완숙의 시기”

신진수 전 의원은 1959년 세계 보이스카우트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많은 활동을 벌여온 보이스카우트의 상징적인 인물이며. 1991년 세계 잼보리 대회 한국 유치의 주역이다. 자신은 "과거 보이스카우트가 아니라 현재도 보이스카우트"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신 전 의원이 ‘노인’과 ‘은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신 전 의원의 최근 화두는 “유전자는 사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뜻에 의해 반응한다. 민족의 기를 살리자. 가능성을 극대화시키자. 신바람 나는 대한민국, 신바람 나는 노년사회를 건설하는 데 힘을 보태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최근 대한노인회 안필준 회장을 예방, 대한노인회의 발전방향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대한노인회가 시니어들의 축적된 경륜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장(場)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진수 전 의원은 지난 1990년 3월 2일 청와대에서 당시 민자당 총재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책2조정실장 임명장을 받았다. 정책2조정실장으로서 신 전 의원은 금융실명제 유보를 주장하는가 하면, 첨단 기술 발전 없이는 경제종속에 이어 기술종속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평소의 확고한 신념을 피력하면서 1989년 당시 정부가 100억원으로 편성한 추경예산의 기초연구지원금을 600억원으로 늘리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 신진수 전 국회의원
이처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기도 한 신 전 의원에 대해 당시 김종필 최고위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일을 만들어 가며, 어떠한 질투와 오해 속에서도 결코 변명하는 데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지 않고 묵묵히 일을 개척해 나가는 신실한 일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협성학원 재단이사장 신진욱 전 의원의 친동생이다. 형제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펼친 보기 드문 케이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또 신일학원 재단 이사장으로 활약하면서 재단 사업의 일환으로 경북일보를 경영하기도 했다. 신일대학에서는 노인예술대학, 평생교육연구원 등 각종 부설기관을 설치해 전인교육, 평생교육에 정열을 쏟은 교육학자다. 특히 CBS 기획위원으로 10여년간 기독교방송에서 ‘오늘을 보람 있게’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교육철학자로서 노년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에릭슨의 생의 8단계 이론을 보면 유아기(1세), 전기 아동기(2~3세), 놀이기(4~5)세, 학령기(6~11세), 청소년기(12~20세), 초기성인기(21~34세), 성인기(35~60)세 노인기(65세 이상)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발달과정을 구분할 무렵에는 사람의 평균수명이 100세 또는 120세까지 늘어날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2020년에는 평균 수명이 120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보고서가 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자면 소년(Boy)은 23세, 청소년(Youth)은 45세, 젊은이(Young) 65세, 성인(Adult)은 95세로 구분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은 좀 지나치더라도 에릭슨의 생의 8단계 이론은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1960년대 공해 문제에는 관심조차 갖지 못했을 때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42세였다. 경제개발로 숱한 사회 갈등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수명이 지난 2003년 이미 73세에 도달했다. 건국 60년만에 인구는 3배, GNP는 520배, 자동차는 500배로 늘어난 것이다. 경이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노년세대가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자식교육을 위해 땀 흘린 결과물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역사적 통계를 보면 세계 역사상 최대업적의 35%는 60~70대 노인들에 의해 이뤄 졌고, 23%는 70~80대 노인, 그리고 6%는 80대 이상에 의해 성취됐다고 한다. 결국 역사적 업적의 약 64%가 60세 이상의 시니어들에 의해 성취된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노인과 노년기를 생각할 때 쓸모없고 의존적이며 더 이상 사회에 생산적으로 기여할 게 없다는 등 여러 가지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노년기는 상실의 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복된 단계며, 자기완성을 향해 갈 수 있는 완숙의 시기이다. 노년기에도 자기를 개발하고 미래를 꿈꾸며 남아있는 인생을 나누고 섬기며 산다면 밝고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것이 곧 아름다운 노년과 행복한 노후를 담보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 신진수 전 국회의원이 대한노인회를 방문, 안필준 중앙회장과 앞뜰에 세워 진 ‘봉사의 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고견을 들려 달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는 한국의 경우 ‘작은 사이즈’에서 잠재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작은 사이즈’라는 것이 인구 정체 또는 인구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뒤로 미룰 수 없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외국에서 한국에 시집 온 다문화 가정 여인들의 다산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고작 0.9%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저출산을 바라보는 시각부터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신, 출산, 육아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 가임 여성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임신이나 출산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육아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육아 문제를 우선 국가와 사회가 맡아서 해결해 줘야만 한다.

최근 한 어린이집에서 수족구 병이 돌았는데 원장이 이를 쉬쉬한 것이 드러났다. 부모들이 이러한 시설에 어린 자녀들을 맡기고 직장에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겠는가. 노인 중에 교사나 간호사 출신 등 육아를 잘 할 수 있는 인력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시범적으로 노인이 어린이 한 명을 전일제로 양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조건이 맞는 경로당을 선정해 시범 운영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우선 안심하고 어린 자녀를 온 종일 맡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실타래처럼 엉킨 저 출산 문제, 특히 육아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따로 놓고 보지 말자. 노인인력이 육아를 돕는 것은 육아 문제도 해결하고 차별화된 노인들의 경륜과 지혜를 활용하는, 이른바 윈-윈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다문화 가정의 주부 교육 등도 노인들이 맡아서 할 수 있는 일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신진수 전 국회의원은…
1942년 경북 의성 출생.
1969년~81년 영남대, 계명대 강사.
1975년~ 현재 인간개발원 부회장.
1976년~93년 보이스카우트 국제이사, 국제유스호스텔연맹 총재.
1977년~93년 신일대학 설립, 총장 및 이사장 역임. 1981년~ 91년 CBS방송 실행위원.
오늘을 보람 있게 등 12년간 방송 출연.
1981년~ 92년 11대, 13대 국회의원.
1982년 한, 미 수교 100주년 대통령특사.
1983년~ 현재 대구 제일교회 장로.
1988년~93년 경주 유스호스텔 회장.
1988년~94년 경북일보 회장.
1993년~ 현재 극동방송 운영위원.
2004년~07년 대한민국 헌정회 청소년위원장.
2008년 3~현재 (주)청호 ComNet 고문, 명예회장
Abilence & Lebuck 크리스챤대 남가주대 교육철학박사학위 취득.
직장교육, 양심건국, 양심판매, 양심구입, 성취동기 육성, 오늘을 보람 있게, 정치의 정도 등 저서 다수.

-1·3세대의 만남 또는 접촉이 우리 사회의 역동성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주장인지.
그렇다. 1964년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한인교회가 아닌 미국인들이 3000명 모이는 교회에 다니게 됐다.

나는 처음에 할머니들의 바이블스터디그룹(성경공부모임)에 참여했다. 유학 초창기라 접시 닦기에 바쁘고, 친구 사귈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들이 영어도 가르쳐 주려고 애쓰고, 서로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하려하는 등 인정이 넘쳤다. 그 때 만약 젊은이들이 모이는 자리에 끼었더라면 그러한 친절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 정착하기까지 그 할머니들의 도움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가. 이 사례는 두고두고 생각하게 된다.

‘터치의 신비’라는 말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만나고 부딪히는 가운데 깊어진다. 1세대와 3세대의 만남 또는 접촉이 그야말로 우리 사회를 윤택하게 하고, 세대 간 이해의 간격을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세대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3세대가 1세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소외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니어들의 축적된 경륜이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 계승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평소 주변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대한노인회를 방문해서 앞마당에 '봉사의 탑'이 우뚝 솟아있는 것을 본 순간 큰 감명을 받았다. 노인들이 정부나 지자체 또는 우리 사회로부터 시혜만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봉사의 해' 선정은 시의적절하다.

노인 중에도 여러 방면에서 가진 것이 많은 사람도 있고, 가진 것이 비교적 적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무엇인가 많이 갖고(to have), 무엇인가가 되는 것(to be)이 인격의 완성인 것으로 잘 못 알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인격의 완성은 이웃과 무엇인가를 나누는 것(to use)이다. 시니어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 가진 것을 나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꼭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축적해온 지식과 경륜, 지혜 또는 노동을 함께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노년사회에 딱 맞는 말이다. 가진 자가 가진 데 그치지 않고 나눠주려 하는 정신, 그것을 의무로 아는 사회 분위기, 바로 그것이 살아 있을 때 노년사회는 역동적일 수 있고, 주니어와 시니어의 간격이 줄어들고, 1세대와 3세대가 소통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환 기자 efg@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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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환 2009-09-16 15:39:52
좋은 글 내용입니다. 많은 일을 한 분인데 너무 일찍 앞서가다가 많은 오해도 질투도 받은 분이 강건함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