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워라밸’ 선호… 민간형 노인일자리 인기 시들
노인들 ‘워라밸’ 선호… 민간형 노인일자리 인기 시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1.09 14:45
  • 호수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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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인사회에 분 워라밸 바람과 정부 노인일자리의 증가로 민간형 노인일자리 지원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월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박람회에 방문한 한 어르신이 일자리 사업 안내문을 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노인사회에 분 워라밸 바람과 정부 노인일자리의 증가로 민간형 노인일자리 지원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월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박람회에 방문한 한 어르신이 일자리 사업 안내문을 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센터별로 구직 어르신들 30% 가량 급감

공익·사회서비스형 더 선호… “개척한 일자리 사라질까 걱정”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코로나 시기도 잘 버텼는데 2022년 하반기부터 구인난이 본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열린 ‘2022 노인취업 우수기관‧센터 시상식’. 전국의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가 2022년 노인일자리 알선 목표를 4000명이나 초과 달성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지만 수상자들 대부분은 2023년 사업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 A취업지원센터장은 “12월이 새해부터 일하기 위해 센터를 가장 많이 찾는 달인데도  방문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고 토로했다.

전국의 노인회 취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민간형 노인일자리 알선이 구직 어르신들이 급감하면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다년간 쌓여온 복합적 원인이 한꺼번에 터진데다가 뚜렷한 해법도 보이지 않아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민간형 노인일자리를 찾는 어르신들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노인사회에도 파급된 ‘워라밸’(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뜻) 바람과 정부재정 지원 일자리의 확대다. 2014년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노인들이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해 오래 일하더라도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민간 노인일자리를 선호했다. 당시만 해도 구직자가 줄을 섰지만 구인기업이 턱없이 부족했고 아직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 숫자도 적은 시대였다. 2004년경부터 전국적으로 문을 연 노인회 취업지원센터는 일을 하고 싶은 노인과 인력이 필요한 기업을 연결해주는 큰 역할을 해왔다. 사업 초창기만 해도 노인들을 채용하려는 기업들이 적어 전국의 센터장들이 직접 기업들을 방문해 설득하며 구인기업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매년 취업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 노인회가 진행하는 사업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면서 노인일자리를 포함한 정부재정 지원 일자리가 100만개까지 확대되고 기초연금 지급돼, 취업지원센터 초창기 일을 시작한 어르신들이 70~80대로 접어들면서 돈을 적게 벌고 덜 쓰더라도 일을 적게 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즉,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선호하는 어르신들이 더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센터장들은 공통적으로 취업을 위해 구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어르신들이 코로나 이전보다 30% 가량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경기의 한 센터장은 “코로나 이후 어르신들이 개인 안전을 생각해서인지 가급적 일을 덜하려 하고 있고 공익형 일자리로 옮겨가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올해 공익형은 축소 움직임이 있었지만 원래대로 복원되면서 결국 전체 노인일자리는 88만3000개로 2022년보다 3만8000개 더 늘어나게 됐다. 특히 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7만개에서 8만5000개로 대폭 늘어났다. 공익형보다 두 배 정도 일하는 사회서비스형의 경우 베이비부머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으로 센터장들은 늘어난 숫자만큼 민간 노인일자리 구직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관계자는 “10여년 전만 해도 노후 대비를 거의 하지 못해 일을 구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최근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의 경우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으로 어느 정도 대비가 돼 있어 적게 일하는 일자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60대는 사회서비스형을, 70대는 공익형을 선호하는데 정부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대폭 늘려서 알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농촌지역의 경우 고령화로 인해 일할 수 있는 노인이 대폭 줄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통상 민간에 알선하는 노인일자리는 60대부터 많아야 70대 중반까지 취업이 가능하다. 70대 중반을 넘어도 건강하다면 면접을 통해 채용이 가능하지만 쉽지 않다. 그런데 농촌지역에는 이 연령대 노인들이 빠르게 줄면서 일할 사람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센터장들은 어렵게 개발한 문화재 발굴 등 고령 친화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B센터장은 “수년간 민간 노인일자리 발굴에 공을 들였는데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됐다”면서 “뾰족한 해법이 없지만 한 분이라도 더 취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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