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권위 있는 한류시상식의 등장을 기대하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권위 있는 한류시상식의 등장을 기대하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1.20 11:27
  • 호수 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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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그렇게 권위 없는 상은 처음이다.”

1월 18일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코미디언 이경규가 한 말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쟁쟁한 후배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지상파 3사에 모두 출연중인 그는 지난 12월 진행된 KBS‧MBC‧SBS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모두 수상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자신이 보다 큰 상을 받지 못한 것을 유머로 표현한 말이면서도 동시에 개근상‧정근상 수준으로 전락한 시상식을 비판하는 작심발언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대중문화 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BTS를 중심으로 한 K팝은 당당히 하나의 장르가 돼 팝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통하고 있고, ‘오징어 게임’ 성공 이후 글로벌 OTT기업들은 한국드라마를 제작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고 평생을 영어 대사로만 작품을 봐온 영미권 시청자들이 우리가 그러는 것처럼 자막을 보며 시청하도록 변화시키고 있다. 대중문화 곳곳에서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상식만큼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특히 지상파 3사가 각각 진행하는 연예대상, 연기대상이 특히 그러하다. 케이블과 종편이 현재처럼 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의 인기 방송들은 시청률 30%를 쉽게 기록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고, 유튜브 OTT가 가세하면서 10% 시청률만 올려도 성공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지상파의 영향력은 축소됐다. “2022년은 ‘우영우 변호사’랑 ‘진양철 회장’이 다했는데 상은 엉뚱한 배우들만 받았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공동수상을 남발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자 상을 지나치게 쪼개고 듣도 보도 못한 이름으로 새로운 상을 만들어 수여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상 하나도 못 받으면 XX’라는 조롱도 듣고 있다.  

또 연기대상의 경우 지나치게 시청률 중심이다. 언젠가부터 최고 시청률 작품의 주인공이 시청률대상인 아닌 ‘연기’대상을 받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방송국이 사람들의 비판에도 귀를 막고 시상식을 강행하는 이유는 결국 광고 수익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굳이 시상식을 방송국에서 할 이유는 없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지상파, 케이블, 종편 등 모든 방송국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을 만든다면, 현재 우리나라 소프트파워를 고려하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받을 수 있다.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백상예술대상을 보다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무명 배우가 주목받듯 한류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우리나라 배우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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