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북한 미스터리”
[백세시대 / 세상읽기] “북한 미스터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1.20 11:36
  • 호수 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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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난 당신이 나를 암살하려 했다는 것을 안다(김정은).”

“나는 여전히 당신을 암살하려고 한다(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가 최근 공개한 김정은과의 대화 중 일부이다. 폼페이오는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사전 준비 작업을 위해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과 '암살'을 소재로 이 같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농담으로 주고 받은 대화이지만 이 말에는 속마음이 담겨 있다. 즉 미국은 김정은의 말대로 김일성 때부터 북한의 사악한 지도자들을 암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북한도 이에 나름의 대응을 해왔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러시아, 중국과 함께 자신들의 이익과 정서에 맞지 않는 정적들을 마음대로 제거해왔다. 

1968년 쿠데타에 참가해 1979년 이라크의 대통령이 된 사담 후세인은 독재 권력을 휘두르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침공한 미·영 연합군에 의해 체포돼 처형됐다. 리비아의 철권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도 하수구에 숨어 있다가 미국의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이들에 반해 북한의 지도자들은 항상 천수를 누리다 세상을 떴다. 난다 긴다하는 미국 특수부대의 추격에서 안전한 비결은 무얼까. 미스터리이다. 

또 다른 미스터리는 해묵은 문제이기도 하지만, 왜 북한 주민들은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엎드려 있는가이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북한의 지도자가 됐다. 조선시대에나 볼 수 있는 3대 세습이다.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북한 주민들이 이에 저항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교육수준과 정치의식이 낮은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에서도 이런 경우 쿠데타 등 민중 봉기가 잇따르는데 이 나라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저항은커녕 마치 사이비종교 의식에서 최면에 걸린 사람들처럼 위대한 수령 동지라고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현대의 민주사회에서 진실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북한 정권이 자행해온 만행과 범죄행위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인권 유린, 정치 학살, 군사 테러, 마약 밀매, 사이버 테러 등등. 민주국가에선 교도소에서 몇 년 살다나올 정도의 범죄를 저지른 자도 이 나라선 재판 없이 바로 총살형이다. 오늘날 북한은 스탈린식 공포통치, 히틀러식 인종주의, 마오쩌둥의 인격 숭배를 합쳐 놓은 전체주의 세습 전제정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것이 미스터리이다. 

북한은 지난해 40여회에 걸쳐 65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핵개발에 여념이 없다. 미사일은 대당 10억~20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다. 외신을 비롯해 국내 북한연구자들은 그 나라 경제가 파탄의 언저리를 돌고 주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값비싼 무기를 공중에 쏘아 날려버리며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다고 비판한다. 반면에 북한 주민은 위대한 수령 동지 덕에 잘 먹고 잘 산다”, “핵무기 개발을 환영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조차 안 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이고 그게 충족되지 못했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로 인한 민심의 저항과 폭발은 그 무엇으로도 막지를 못한다. 북한 주민은 배가 고픈 게 빤한 데도 왜 빵을 달라고 집단 저항을 하지 못할까. 역시 미스터리이다. 

혹시 전 국민의 저항의식을 마비시키는 약을 수돗물을 통해 투약하는 건 아닐까.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한 영화가 떠오른다. 지구 오염으로 인간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생존자들이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난다. 우주선 안에는 40대의 책임자가 10세 정도의 남녀 10여명을 인솔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미래 인류의 대를 잇는 조상들인 셈이다. 책임자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적인 호기심에 행여 사고라도 일으킬까봐 성 발육을 억제하는 약을 음료수에 타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안 아이들이 책임자를 죽이고 정상적인 음료수를 마시면서 우주선 안에선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 

북한에선 지금도 상상 속의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의 미스터리가 언제 속 시원히 밝혀질지 모르는 상태이니 우리는 올해도 불안과 공포 속에서 고통스럽게 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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