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기만한 ‘확률형 아이템’ 심판대 오른 넥슨
소비자 기만한 ‘확률형 아이템’ 심판대 오른 넥슨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3.01.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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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치장용 아이템만 운영” 밝혀
넥슨 CI (사진=넥슨 홈페이지)
넥슨 CI (사진=넥슨 홈페이지)

공정위 지난 3일 넥슨에 ‘심사보고서’ 송달
확률조작 행위 연내 마무리…심의 절차 착수
거짓·과장 소비자 유인…이용자 불신의 골 깊어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다시 한 번 넥슨에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4월 넥슨이 게임 ‘메이플스토리’ 등을 운영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속이거나, 공개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2021년 4월, 2022년 6월 총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결제를 하면 게임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제공되는 아이템이다. 게임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로또 1등 당첨 확률에 버금가 사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게임사의 확률 정보 공개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사를 마무리한 후 지난 3일 넥슨에 ‘심사보고서’를 송달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사건을 조사한 결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제재 의견 등을 기술해 보고하는 문서를 말한다. 

넥슨은 이미 지난 2018년 게임 ‘서든어택’의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허위로 표시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9억39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 건은 행정소송 끝에 4500만원의 과징금 부과로 확정됐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아이템 노출 확률을 거짓·과장하거나 기만적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면 과징금 등 제재를 받게 된다. 넥슨에 대한 이번 공정위의 제재 심사보고서도 이에 따른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첫 기자간담회에서 “온라인 게임에서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 관련 확률 조작 행위에 대한 조사를 연내 마무리하고 심의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30일 법안소위를 열어 계류된 게임법 개정안들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날 문체위는 이상헌, 유정주, 유동수, 전용기, 하태경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 5건을 병합해 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늘자 지난 2020년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내놓은 이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를 강화하며 규제에 반대해왔고, 국회에선 의견 차이로 2년 넘게 통과되지 못했다.

문체위는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게임산업법을 다뤘으나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았다. 당시 김 의원은 자율규제 정상 작동,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등을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했으나 이후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며 다음 법안소위 때는 반대의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넥슨은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넥슨은 지난 12일 출시한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확률형 아이템을 선보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게임 내에서 ‘꾸미기’가 가능한 치장용 아이템만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넥슨의 레이싱 게임 전작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에서는 주행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 거래돼 왔다. 당시 일부 게이머들은 확률형 아이템이 전형적인 ‘페이 투 윈(pay to win·돈을 지불할수록 승률이 높아지는 구조)’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넥슨 관계자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수익성을 목표로 출시된 것이 아니기에, 과금 유도를 통한 수익성 강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시 이후 확률형 아이템 배제 약속이 지켜졌지만 굳혀졌던 이미지를 돌이키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넥슨을 향한 이용자들의 불신의 골이 깊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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