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사망사고에 '조건'제시한 '환경시설관리'
근로자 사망사고에 '조건'제시한 '환경시설관리'
  • 김인하 기자
  • 승인 2023.01.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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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회사가 A씨 사망 관련, 언론에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는 합의서 제시”
회사 “이미 병세 악화된 채 면접…타 직원과 형평성 고려 합의서 공개불가 원했던 것”
(사진=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근로자 사망 이후 노조에 일체 함구 내용 합의서 종용 ‘논란’
위로금 합의 시, 언론 등 매체 언급할 경우 위약금 2,300만원

[백세경제=김인하 기자]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EMC)가 근로자 사망 이후 노동조합에 관련 일에 대해 일체 함구하라는 내용의 합의서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마포지부에 따르면 마포 소각장에서 14년간 근무해온 A씨는 지난 2019년 소뇌위축증 판정을 받고 병가를 냈지만 회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휠체어를 타는 상황에서도 출근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소속된 사업장은 지난 2018년 6월부터 삼중환경기술주식회사와 EMC가 공동수탁기관으로 선정된 곳으로 고용승계 과정을 거쳐 A씨는 EMC소속 근로자로 일을 했다.

A씨가 앓고 있는 소뇌위축증은 특별한 원인 없이 뇌가 쪼그라드는 증상으로 소뇌의 기능을 상실하게 해 걷거나 발음 등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다. 노조에 따르면 A씨 역시 몸 상태 악화로 걷다 넘어지기를 반복한 후 결국 휠체어를 탄 후에도 친형이 출퇴근을 도왔다고 한다.

A씨는 1년간의 병세 악화와 우울증 증세, 부양할 가족 등으로 인해 힘들어 하다 2020년 3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몸도 몸이지만 급여문제도 있었다. 급여가 일정하게 들어온 것이 아니라 노사 합의 이후에 120만원이 지급되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확인을 해보니 지급을 했다 안했다 하는 행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가 대기업으로 신뢰했는데 이 정도로 사람을 기만할 줄 몰랐다”며 “A씨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 준다는 각서를 써주겠다고 했을 때 받았어야 했다”며 토로했다.

EMC가 노동조합 측에 제시한 합의서 (사진=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마포지부)
EMC가 노동조합 측에 제시한 합의서 (사진=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마포지부)

A씨 사망 이후 2021년 EMC는 A씨의 사망건에 대해 함구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노조 측에 요구했다. 내용에는 ‘본 합의서 작성 이후 사용자(회사측)에 대해 본건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에 대해 민사상손해배상청구 및 형사상, 행정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으며,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도 회사 및 회사와 관계된 자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을 합의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회사가 고인의 상속인과 급여 및 위로금 지급에 합의하는 경우, 노동조합 및 노조의 대표가 언론, 미디어, 게시물, 배포자료 등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 언급할 경우 위약금 2,300만원을 지급하도록 돼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회사 측은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지만, 노조는 물론 유가족도 이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2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위로금 지급 등에 대해 합의 조정안을 발표했지만 회사는 강제 조항 사항이 아니니 협의의 의무가 없다고 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환경시설관리 관계자는 [백세경제]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고용승계 과정을 거쳤는데 당시 고인은 대상자가 아니었다”라며 “병가는 2018년 이전 회사에서 냈고, EMC에서 면접을 봤을 당시는 이미 병세가 있었고, 노동조합 측의 요청이 있어 주 2일 근로를 기반으로 특별 채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에서 출근을 강요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주 2일 근무는 했으나 점차 병세가 안좋아졌기 때문에 그마저 힘들어져 기록만 남기고 퇴근하는 일이 많아졌고 이후부터는 출근일 수도 없어져 회사는 급여를 지급할 명분이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예외가 생겨버려 형평성이 깨지는 것이기에 누군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발설을 금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끝으로 “회사에서는 작년에 경기도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위로금 지급과 관련한 조정안 발표와 관련해 조합 측에 의견 제시를 했으나 아직도 회신을 듣지 못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2018년 6월 고인은 병세가 초기여서 말하고 움직이는(보행하는)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고인은 고용승계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또 “해당업계 위의 회사가 고용승계 대상도 아닌 자를 단지 몇 안 되는 노조의 요청으로 단기간 근로자로 채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서울시에 마포자원회수시설의 사업개시를 위한 착수계를 내기 위해 고용승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을 논하는 이야기와 관련해선 “당시 마포자원회수시설에는 모든 직원이 알고 있었으며, 노조는 민간위탁운영이 매 3년마다 회사가 바뀌므로 환자가 발생하면 부득이 다음회사에도 부담이 된다는 사실에 대해 다른 직원도 대부분 같은 상황이라 몰라야 할 이유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서 종용과 관련해 회사 측과 노조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오는 2월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2021년 안전보건공단 조사결과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이 소각장 근로자들에게 검출됐다고 밝힌 적이 있어 발병원인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조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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