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대한노인회 충남 계룡시지회장 “경로당 군림하는 세력 제거하자 박수쳐줘”
김정수 대한노인회 충남 계룡시지회장 “경로당 군림하는 세력 제거하자 박수쳐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2.06 09:54
  • 호수 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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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회장 수당 반납·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노인회 건물 증축 등 추진 실적

노인대학 겨울특강, 코로나종식기념 예능대회 등 노인사회에 생기 불어넣어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대한노인회 충남 계룡시지회에는 조금 색다른 슬로건이 붙어 있다. ‘정의로운 노인 밝아지는 사회’. 지난 1월 말 계룡시 금암로에 위치한 계룡시지회에서 만난 김정수(84) 계룡시지회장에게 “젊은이도 아닌 노인이 특별히 정의롭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하고 물었다. 

김 지회장은 “노인이나 젊은이나 정의로운 건 마찬가지”라며 “옳은 건 옳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옳은 것에 힘을 실어주고, 동참하고, 양보하는 것도 정의에 포함 된다”고 덧붙였다.

김 지회장은 “노인대학에서 인사말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정의로운 노인’을 지향해야 하며 예컨대 선거도 똑바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누가 밥 먹으러 가자, 우리는 친척이라는 등의 말에 넘어가지 말고 소신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계룡시 인구는 4만5000여명, 노인인구는 5700여명이다. 계룡시지회에는 3개 분회, 40개 경로당, 회원 1800여명이 있다. 김 지회장은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동장 등 30여년 공무원 생활을 지냈다. 계룡시지회 경로당 회장을 거쳐 지난 2022년 2월에 재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추진 실적 중 하나로 ‘갈등 유발하는 경로당 회원 정리’가 눈에 띈다. 무슨 말인가.

“경로당 회장은 심부름하고 뒷바라지하는, 봉사와 희생의 자리이다. 저는 회장의 장(長)자가 어른 ‘장’이 아니고 책임자란 뜻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노인들 위에 군림하는 자리로 착각하는 이들이 일부 있다. 저는 그런 걸 보고도 못 본 척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하는 걸 알면서도 이익을 위해 잘못 간다. 저는 잘못 가는 쪽으로 가지 않아 젊었을 적부터 많이 싸워가며 이 자리까지 왔다(웃음).”

-어떻게 정리했나.

“대한노인회 정관에 따라 조치하고, 경미한 부분은 그 자리에서 구두 경고를 하기도 한다.”

-그런 경로당이 어느 정도였나.

“전체의 30% 정도였다.”

-그렇게 하면 원수 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재선에도 영향을 받는데.

“조직에 해를 끼치는 사람이 사라지면 남은 사람들은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재임에 나서자 그 사람들이 나를 떨어트리려는 운동을 했지만 결과는 압도적인 승리였다(웃음). 그런 이들을 내보내니까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쳐준 것이다. 역설적으로 내 편 안든 사람들을 내보낸 건 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다. 경로당 병폐 중 하나를 개선 한 것이 성과이자 보람이기도 하다.” 

김정수 계룡시지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최일규 사무국장.
김정수 계룡시지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최일규 사무국장.

-잘 하고 있는 회장들에 대한 대우는.

“경로당 회장은 경로당 문을 열고 닫고, 가스·전기도 점검하는 등 하는 일들이 많다. 시에서 그런 점을 인정해준다는 표시(보답)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시를 상대로 몇 년을 설득했다. 다행히 활동비를 지원해주게 되었다.”

-시에서 협조가 잘 되는가 보다.

“94세 된 선친을 최근에 여읜 계룡시장께서 노인들을 부모 모시듯 잘 모신다. 노인들이 필요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최대한 협조해주는 시장의 방침에 따라 공무원들도 노인회를 대하자 지역사회도 노인회를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  

-노인대학 ‘겨울특강’은 처음 듣는다.

“노인회에 와서 노인대학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 노인들이 그나마 노인대학에 다니면서 사는 재미를 느낀다. 처음에는 30여명에 불과한 노인대학에 ‘누구든 나오고 싶으면 다 오라’고 하자 120명이 모이더라. 학기는 끝났지만 더 나오고 싶은 사람(50여명)을 대상으로 3월 16일까지 매주 목요일, 노래 위주로 특강을 진행한다.”

-그 많은 인원이 들어갈 장소가 있는지.

“제가 와서 노인회 건물을 증축했다. 6억여원을 지원 받아 원래 건물을 확장했고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그런데도 강당이 비좁아 노인대학을 일주일에 두 번 나눠서 연다. 저 때문에 노인대학장과 직원들 일이 더 많아져 미안하기도 하다. 최소한 150명을 수용하는 강당을 새로 지어달라고 시에 요청해 승낙을 받았고 설계비 등 예산도 세워졌다.”

-지회장 수당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우리가)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업무추진비가 전국서 가장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경로당에서 지회에 출연하는 회비 중에서 얼마를 떼 내 지회장 수당을 준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의 쌈짓돈을 받아먹고 일을 하겠다고? 그럴 수는 없다. 나로 하여금 노인들의 의식이 조금이라도 바뀌고 뭔가 나로 하여금 그분들의 마음이 좀 뿌듯해지면 그걸 최고의 보람이라고 여긴다. 예컨대 노인대학 같은 거 하면서 저분들이 좋아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계룡시지회는 그라운드 골프를 잘 하는 것 같다.

“그라운드 골프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3군 본부가 이곳에 있는 관계로 경로당 회원 중에 군 출신들이 많다. 현역 시절 골프를 많이 쳐본 실력이 빛을 보는 게 아닌가 싶다.”

계룡시지회는 2022년 9월에 열린 전국노인건강대축제 바둑 부문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작지만 큰’ 지회의 위상을 보여줬다. 

-서울에서 동장만 세 곳을 역임한 뒤 무엇을 했는지.

“공무원 생활 30년을 끝내고 잠깐 건설사를 운영했다. 60이 채 안됐지만 당시로선 인생 다 끝난 것으로 여기고 노후 관리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고향(당시는 논산시 두마면)에 내려와 10여년 농사를 졌다. 이후 자유선진당 계룡시장 후보로 나갈 기회도 있었으나 여러 사정을 감안해 포기했다. 주위에서 경로당 회장을 맡아달라고 해 노인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김정수 계룡시지회장은 지난해 5월에 ‘코로나19 종식기념 노인 장기자랑 및 예능대회’ 개최를 통해 코로나로 지친 노인들을 위로하는 등 남다른 사업으로 노인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부터 실시할 문화탐방사업도 그 중 하나이다. 김 지회장은 “노인들은 나들이를 좋아하지만 선뜻 나서지를 못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산악회 같은 친목단체를 만들어 다니듯이 제가 그런 역할을 맡아 이끌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임기 내에 꼭 하고 싶은 일은 노인회를 매력 있는 단체로 만들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노인회에 가입하게끔 하는 것”이라며 “젊은 노인이 연장자들을 받드는 경로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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