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인물포커스]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 장한형 기자
  • 승인 2009.06.20 10:54
  • 호수 1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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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 이웃찾아 나눔의 손길 펼쳐”

아직도, 세 개의 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사랑의 열매’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나와 가족, 이웃을 상징하는 세 개의 열매는 따뜻한 사랑을 나누며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홍콩 등 공동모금제도를 운영하는 세계 46개국의 공통된 의지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이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다. 1998년 7월 ‘사회복지공동모금법’ 발효에 이어 그 해 11월 설립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 이웃돕기성금모금을 효시로 현재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모금을 통해 공공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의 이웃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모금회는 2008년 모금액 2703억원 가운데 12%에 해당하는 290억원을 노인복지를 위해 지출하는 등 어르신들을 위한 사업을 매우 비중 있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제6대 윤병철(72) 회장을 만났다. 그는 경남 거제 출생으로, 하나은행 초대행장과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을 지낸 금융계의 거목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Q. 공동모금회는 어떤 기관인가.
A. 세계 각국은 다양한 사회문제와 민간복지 수요에 대응, 민간차원에서 자원을 모으고 지원하는 일정한 체제를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문 캠페인을 통해 모금된 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공동모금제도’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11월 설립돼 ‘사랑의 열매’를 상징으로 나눔문화 확산을 통해 어르신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장애인, 여성가족, 지역사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족의 손길처럼 따뜻한 나눔의 마음을 전해 행복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설립 후 첫해 213억원을 모금했던 공동모금회는 2008년 10배 이상 많은 2702억원을 모금, 국내 최대 모금기관으로 성장했다. 꼭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한 해 평균 1만여 사회복지기관과 단체, 400만명의 개인을 지원하는 배분사업을 펼쳐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엮어가고 있다.

올해는 민간차원에서 경기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위기가정과 취약한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하기 위해 ‘2009 행복나눔’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9년 총배분액 3178억원 중 1567억원을 소외계층의 생계와 주거, 교육, 의료 등에 지원하는 것이다. 2010년 2월까지 공동모금회의 16개 시도지회를 통해 연중 진행한다. 특히 올해 들어 다양한 기부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어려워진 경제·사회 분위기 속에서 민간 복지자원 확보와 급격한 빈곤층 증가에 따른 사회안전망 붕괴를 막기 위해 그 어느 때 보다도 나눔의 가치를 알리고 ‘희망’을 전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Q. 신임회장으로서 각오와 계획은.
A. 최근 사회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대부분 윤택하게 살게 됐으나, 어느 사회나 고르게 잘 사는 것은 어려워 소외계층이 있기 마련이다. 공동모금회는 모든 구성원들이 고르게 잘 사는 사회, 고르게 발전하는 사회를 희망한다. 우리사회의 소외된 부분을 어떻게 따뜻하게 보듬을 것인가 하는 것이 공동모금회의 고민이자 비전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부의 특별법을 통해 조직된 기관에서 우리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위해 봉사하게 돼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잘 할 수 있을지 적잖이 부담도 된다. 공동모금회가 지난 10년간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 온 것처럼 모든 직원과 관계자 여러분과 협동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노인인구 및 조기퇴직자 증가와 관련, 노년세대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장노년층의 복지증진을 위해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을 계획이다.

Q. 모금분과위원장·부회장도 역임했다. 보람은.
A. 지난 2007년부터 공동모금회를 위해 일했다. 그간 어려울 때일수록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는 개인 기부자들과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윤의 일부를 기부하는 기업들을 지켜보면서 크나큰 보람을 느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선진화됐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최근 들어 우리사회의 나눔문화는 경제, 사회발전과 함께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 정기기부보다는 재난재해 등에 따른 일시 기부, 극빈층에 대한 동정적 일회성 기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생활 속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 국가대표 홍명보 감독이 스포츠 선수로는 처음으로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으로 정식 가입했다. 또 미국계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코리아’ 임직원 1940명이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 값진 나눔에 동참했다. 넉넉하지 못한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분들이 이웃사랑 성금을 기탁하고 가슴에 사랑의 열매를 피우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모금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우리 국민들은 나눔의 손길을 줄이지 않았다. 지난 연말연시 ‘희망2009나눔캠페인’에서도 목표금액인 2085억원을 넘어 최종 2096억원, 사랑의 온도 100.5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1~5월 모금액도 지난해 757억원보다 102억원 늘어난 859억원에 달하고 있다.

▲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Q. 금융기업 경영이력이 있는데.
A. 최근 돈이면 다 된다는 ‘금전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있지만 돈은 사람을 조금 편안하게 할 뿐 행복의 조건은 아니다. 금융업도 국민의 자산을 관리하는 업종일 뿐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국민들께 마음의 평화와 온기를 드려 행복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일념이었다.

은행을 경영하면서 사회의 인적·물적 혜택을 받아 해당기업을 성장시켰듯 이제 사회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정성스런 모금액을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전문가로서 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공동모금회를 전문적이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이끄는 데도 헌신할 것이다.

윤병철 회장은…
1937년 경남 거제 출생
1954년 부산대 법학과 졸업
1985년 한국투자금융(주) 사장
1991년 하나은행 초대 은행장
1998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회장
2001년 우리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회장
現 한국FPSB 회장 및 한국FP협회 회장
現 한미파슨스 사외 이사
現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Q. 공동모금회의 사업현황을 평가한다면.
A.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국가가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해 다양한 욕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를 두고 있으며, 공동모금제도는 민간차원에서 복지서비스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등 지역복지에 대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공동모금회는 이 제도를 통해 지역간 경제발전의 차이로 인한 복지재정의 불균형 심화와 복지수준 격차를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일일이 직접적으로 간여하지 않고 공동모금제도를 활용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공동모금회는 기업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 지역사회와 시민 복지를 위한 기업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 공동모금제도는 지역 내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 낼 수 있고,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 기능을 보충할 수 있는 효과를 지닌 제도다. 따라서 앞으로도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민간의 참여를 촉진하고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의 복지총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Q. 노인복지와 관련, 관심영역은.
A. 사회적 일자리 등 소외계층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하며 자립할 수 있는 참여와 기회를 넓히는 복지에 관심이 많다. 공동모금회는 어르신들이 어린이들에게 국악과 전통놀이, 전래동화 등을 가르치는 전통문화지도사를 비롯해 예절지도와 생활지도, 학습지도를 보조하는 방과후교사, 노인이 노인을 돕는 노노케어 봉사단 등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살릴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활기차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어르신들이 노후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모든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적극적으로 활동해 노후생활의 어려움을 자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 어르신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서 당당하게 건전한 노년문화를 창출하고, 아울러 사회에 기여하는 일자리에서 나누는 삶을 살며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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