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뒤죽박죽인 날이 있다. 이런 날은 평소에 잘 알던 사람 이름도 잘 떠오르지 않고 생각도 잘 정리되지 않아 참 정신이 없다. 그런데 머릿속만 이런 게 아니라 책상 위가 뒤죽박죽이어도 생각이 잘 안 떠오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서류를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르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몰라 고군분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책상 위가 잘 정돈되어 있고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으면 일도 수월해지고 업무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똑똑하게 채우면 일도 잘 되는 법이다.
이처럼 내가 있는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한다면 일하는 능률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함께 쓰는 공간을 정리해 보자. 물론 ‘내 공간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아냐? 뭘 이렇게 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쓰는 공간을 스스로 정리하면 일의 능률도 올라간다. 실제로 2010년 나이트와 해슬럼은 런던에 있는 사무실의 47명을 조사했는데, 이들에게 자신의 사무공간을 스스로 정리하고 꾸미도록 했다.
물건 뒤죽박죽, 능률 떨어뜨려
그 결과, 놀랍게도 스스로 공간을 정리하고 꾸몄을 때 생산성이 32% 가량 증가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을 하면서 함께 쓰는 공간으로는 회의실, 비품실도 있고 영업을 하는 공간인 매장도 있다.
사무실이나 매장 중에는 정리가 안 되어서 공간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들어서는 순간 어수선한 느낌이 드는 미용실, 문구 제품이 뒤죽박죽 섞여서 제대로 찾지 못하는 문구점 등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손님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될 수 없다.
실제로 한 미용실이 정리수납 컨설팅을 요청해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미용실은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인데도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었다. 안 쓰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작은 화장품 등을 쌓아두고 있어서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잡동사니란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으로 손님에게도 보기 좋지 않고 일하는 사람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제대로 수납했더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미용실 직원들은 일의 능률이 오르고, 손님들은 더 자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 과감히 치워야
또 한 번은 110년이나 된 봉사단체인 국제로터리 사무실을 정리한 적이 있다. 총재를 비롯해 모든 임기가 1년이다 보니 사무실에 있는 서류도, 물품도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닌 상태였다. 사무실은 20년이 넘은 수십 개의 은행 통장부터 매달 발행되는 잡지, 기념품, 오래된 매뉴얼 등 필요할 것 같지만 사용하지 않는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담당자와 논의한 끝에 앞으로 다시 쓰지 않을 것들을 모두 분류하고 정리하고 나니 새 사무실로 변해 일할 맛이 난다고들 했다. 이처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의 물건들은 개인 물건보다 정리하기 쉽지 않으니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주요 18개 나라에 글로벌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의 경우 ‘18가지 스피릿’을 중요시하며 기업 경영에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는 ‘정돈’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청소와 정리만 잘해도 업무의 효율이 높아지고 매출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마이크 넬슨의 ‘잡동사니 증후군’이라는 책에서도 잡동사니를 정리해야 생활이 정리된다고 말하고 있다.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