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치명적인 ‘동맥 혈관질환’의 종류와 특징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치명적인 ‘동맥 혈관질환’의 종류와 특징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2.20 14:40
  • 호수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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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질환, 75% 이상 막힐 때까지 증상없어 … 식생활 서구화로 증가 추세

복부대동맥류, 터지면 사망위험 높아… ‘하지동맥폐색증’은 다리 괴사 불러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심장혈관, 뇌혈관 그리고 동맥과 정맥을 포함한 우리 몸의 혈관은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기 쉽다. 특히 식생활의 서구화, 운동 부족,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질환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을 제외한 동맥에서도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는데, 심하면 사망하거나 다리 절단까지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생활 서구화로 늘고 있는 ‘혈관질환’

혈관은 혈액을 공급하는 통로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막히거나 터지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심장 및 뇌혈관을 제외한 동맥 혈관질환에는 다리의 괴사를 일으킬 수 있는 ‘장골동맥폐색증’과 ‘하지동맥폐색증’, 뱃속의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복부동맥류’ 등이 있다. 

혈관질환이 계속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식생활의 서구화를 꼽을 수 있다. 기름진 음식들은 혈관에 노폐물을 쌓아 석회화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혈관 내부는 좁아지고, 점차 막히면서 혈액이 조직에 공급되지 못해 갖가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나쁜 생활습관도 혈관질환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이다. 특히 운동 부족과 흡연은 혈관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혈관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처음에 혈관이 막히기 시작하면 혈관엔 신경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75% 정도 막히게 되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갑작스럽게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뱃속 시한폭탄 ‘복부대동맥류’

동맥질환 중에서 가장 위험한 질환은 대동맥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어느 순간 압력이 높아지면서 파열하는 ‘복부대동맥류 파열’이다.  

심장에서 내려오는 혈액이 모두 뱃속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응급실 도착 전 사망률은 20%, 30분 이내에 응급실에서 수술실에 올라간다고 해도 그중 절반밖에 살리지 못한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환자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기 때문에 마취와 동시에 바로 소독하고, 혈관조영제를 넣어 터진 부위를 확인해 수술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때 터진 혈관을 막을 때까지 4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복부대동맥류의 가장 큰 원인은 혈관의 노화로, 인구 고령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질환 중 하나이다. 더불어 복부대동맥류 환자 중에는 당뇨병과 고혈압 등 혈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여성은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의 보호 작용 때문에 남성에 비해 발생률이 낮지만 더 작은 사이즈의 혈관에서 파열이 일어나고, 파열된 이후에도 사망률이 더 높은 특징이 있다.

복부대동맥류는 일단 파열되면, 과거에는 무조건 개복을 한 뒤 터진 혈관을 찾아 윗부분을 박리하고 인조혈관을 덧대 새로운 혈관을 만들었지만 혈액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혈관을 박리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최근에는 피부에 작은 구멍을 뚫고 이곳으로 풍선을 집어넣어 우선 혈액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막는 시술을 한다. 이후 스텐트를 넣어 혈관 통로를 확보하거나 인조혈관을 덧대 터진 곳을 막는다. 이는 개복술에 비해 시간도 빠르고 생존율 또한 높일 수 있다.

식생활의 서구화, 운동부족 등으로 인해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다양한 동맥질환이 발생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그림은 (왼쪽부터) 정상 동맥혈관, 혈전이 생긴 동맥혈관, 혈전으로 인해 동맥혈관이 꽉 막힌 모습.
식생활의 서구화, 운동부족 등으로 인해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다양한 동맥질환이 발생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그림은 (왼쪽부터) 정상 동맥혈관, 혈전이 생긴 동맥혈관, 혈전으로 인해 동맥혈관이 꽉 막힌 모습.

◇다리괴사 부르는 ‘장골·하지동맥폐색증’

말초동맥질환 중 대표적인 것은 ‘장골동맥폐색증’과 ‘하지동맥폐색증’이다. 장골동맥은 복부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골반 안에 있는 큰 동맥으로,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인해 막히면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특히 이 질환을 포함한 말초혈관질환은 걷거나 달릴 때 다리에 통증이나 경련이 있지만 쉬면 증상이 금방 가라앉는 특징이 있다. 이때 혈액이 통하지 않는 막힌 쪽 다리는 차가운 느낌이 든다. 

만약 평소 엉덩이 부위부터 허벅지 쪽으로 이어지는 근육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혈관외과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통증 정도로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피가 통하지 않아 조직이 괴사될 수 있어서다.

하지동맥폐색증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늘어나면서 50대 이상 환자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동맥폐색증 환자는 걷거나 달릴 때 다리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하지만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곧 가라앉는다. 질환이 진행되면 다리가 차갑게 느껴지고, 발가락 색깔이 검게 변한다. 또한 발의 상처도 잘 낫지 않아 심하면 다리가 괴사될 수 있다. 

장골동맥폐색증과 하지동맥폐색증은 치료법이 같다. 사타구니 피부를 0.5㎝ 절개하고 가느다란 와이어를 넣어 칼슘을 깎아내거나, 풍선으로 넓히는 식이다. 이것이 어려우면 스텐트를 삽입해 혈행을 확보하는데, 의학용어로는 ‘경피적혈관중재술’이라고 한다.

◇건강한 혈관 지키는 법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 등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지방식과 고칼로리 식단을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며, 운동은 혈관의 탄력을 강화시켜주는 최고의 예방법이다. 

심폐운동뿐만 아니라 근육을 키워주는 근력운동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담배는 혈관에 가장 큰 적이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흡연하는 사람에게 4배에서 8배까지 혈관질환 발병률이 높아졌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혈압과 혈당 관리도 중요하다. 혈관에 신경이 없다보니 혈관이 망가지는 것을 초기에 알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또한 고령자도 혈관질환 고위험군이므로 나이가 들수록 혈관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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