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어르신 10명 중 6명은 집에서 넘어져 “집안 문지방 없애는 등 개조 지원해야”
낙상 어르신 10명 중 6명은 집에서 넘어져 “집안 문지방 없애는 등 개조 지원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03 09:16
  • 호수 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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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조 매뉴얼 마련했지만 지원은 일부 지자체서만 진행 

일본은 국가서 지원… 현재 사는 곳에서 노후 보내게 도와야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강원 춘천에 사는 최영자(가명‧65) 씨는 지난해 자택 욕실에서 넘어져 6개월간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남편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식 집을 전전하는 등 큰 고생을 했다. 그런데 지난 설 연휴 또 한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번에는 거실로 나오다 문턱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손목이 부러지는 것에 그쳤지만 십수 년 넘게 살아온 집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최 씨는 “예전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현재 집이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다”면서 “자식들과 상의해 집을 개조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낙상을 당하는 어르신 10명 중 6명이 집에서 다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택 개조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8년~2021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고령자 안전사고는 총 2만3561건이다. 이 중 62.7%(1만4778건)가 낙상사고였으며, 사고 장소는 주택이 74%(1만1055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로·인도(847건) ▷복지·노인요양시설(587건) ▷여가·문화·놀이시설(474건) 순이었다. 주택 내에서는 ▷화장실·욕실(3369건) ▷침실·방(3179건) ▷거실(2190건) 순으로 많았다.

낙상사고로 인한 부상 부위는 머리·뇌(뇌막)가 3014건(20.4%)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리(무릎 위, 2425건), 둔부(1675건), 허리(1145건) 부상 또한 1000~2000여건에 달했다. 머리·뇌(뇌막) 부상의 경우 뇌진탕 사례가 많았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다리·둔부 부상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넘어지면서 손목을 사용하지 못해 하반신 부상에 취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일본 국민생활센터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사고 669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건수의 77.1%가 집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는 높은 곳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혹은 미끄러지거나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한 가장 분명한 해법은 고령 친화적으로 집을 바꾸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지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주택개조서비스 운영 매뉴얼’을 마련한 바 있다. 매뉴얼에 의하면 노인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감각‧신체‧인지‧생리기능이 쇠퇴해 실‧내외에서 낙상사고가 발생할 위험률이 높아진다. 예컨데 신체기능이 저하되면 다리와 허리가 약해져, 일어서거나 앉을 때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다리를 들어올리는 힘도 약해져 단차(방과 거실 사이 등의 높낮이 차)에 걸려 넘어지기 쉽다. 

이러한 경우 신체기능 변화를 고려해 주택 내 안전한 이동을 보장하는 것이 주택 개조의 목적이다. 예를 들어 현관의 경우 접이식 의자를 설치해 앉아서 신발을 갈아 신을 수 있도록 하고 복도와 거실에는 방으로 이동하는 경로에 턱이나 단차를 제거해 낙상을 예방한다. 

침실에는 전동식 가구를 설치해 옷가지 등의 수납을 편하게 하도록 돕고. 화장실에는 미끄럼방지 패드를 깔거나 높낮이 조절 세면대와 샤워기, 손잡이, 샤워용 의자 등을 갖춰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개호보험(장기요양보험)에서 20만엔(약 200만원) 범위 내에서 주택개조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강원 춘천시와 경기 화성시에서 ‘노인돌봄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200가구를 대상으로 주택 개조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400만원 규모의 개조 비용을 지원, 단순 개보수외에도 낙상 예방을 위한 미끄럼 방지장치, 안전손잡이, 보행장애 문턱제거 등을 진행했다. 

또 인천도시공사도 고령자 친화 맞춤형 집수리 사업을 진행한다. 전문가 집단을 통해 대상 고령자의 노화 및 행위를 분석해 낙상 예방 등 노인 친화적으로 개조방안을 제시한 후 시공까지 나서고 있다. 

이외에 일부 지자체에서 저소득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거 개선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과 달리 장기요양보험 등을 통한 국가 차원에서 본격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노인회에서는 우리나라도 주택 개조 지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집에서 가장 미끄러운 화장실이라도 낙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장은 “요양원 대신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어르신들의 경우 일본처럼 주택 개조 비용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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