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의 치매 회원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경로당의 치매 회원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03 09:18
  • 호수 8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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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심화로 곳곳 골머리… 운영규정에는 대응 기준 등 미비
경로당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 회원 대응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이 치매인지선별검사를 받는 모습.
경로당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 회원 대응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이 치매인지선별검사를 받는 모습.

80대 4명 중 1명 치매 환자 추정… 가족돌봄 없어 경로당 방치도

선제검사로 조기대응 시급… 치매 회원 대응 시스템 마련해야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점점 악화돼 폭력적으로 변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애를 먹었습니다.”

A경로당은 최근 치매에 걸린 한 회원 때문에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한 동네에서 평생 가족처럼 지낸 해당 회원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치매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보호를 전혀받지 못해 증상이 빠르게 나빠진 것이다. 이로 인해 타 회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 등 경로당 분위기를 크게 안 좋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했고 결국 가족에 의해 해당 회원이 요양원에 입소되면서 문제가 일단락됐다. A경로당 회장은 “또 다시 같은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경로당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80세에 육박하면서 치매 회원에 대한 대응 방법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3년 1월 현재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치매환자수는 93만5000여명에 달한다.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80세 이상으로 좁힐 경우다. 80세 이상 인구 200여만명 중 59만여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되며, 이는 4명 중 1명에 해당된다. 

현재 경로당 회원 상당수가 치매를 앓고 있고 이로 인한 회원 간 분쟁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다만  대한노인회 정관과 운영규정에는 치매 회원에 대한 대응 규정이 분명하지 않다. 더군다나 치매 회원의 출입을 막는 것 또한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회 관계자는 “농촌의 경우 혼자 지내는 어르신이 많은데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 초기인 이 분들을 경로당에서 케어하지 못하면 되레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면서 “가족이 돌봐야 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경로당에 방치되는 경우도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합리적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1년 또는 6개월 단위로 주기적으로 치매검사 1단계에 해당하는 치매인지선별검사를 받는 방법이다. 치매 진단을 받게 되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받지 않은 상태에서 경로당에 방치돼 악화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는 총 3단계의 검사를 통해 확진 여부가 결정된다. 1단계는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에서 실시하는 치매인지선별검사로 질문지에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치매가 의심되면 협약병원을 통해 2단계 진단검사(신경인지기능검사 등)와 3단계 감별검사(뇌영상촬영 등)를 실시해 치매 여부를 가린다.

문제는 상당수 어르신들이 치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1단계 검사를 기피하면서 초기에 발견해 진행 속도를 늦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일부 어르신들은 1단계 검사 결과를 불신하며 치매 의심으로 판명이 나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음 단계 검사를 거부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하지만 1단계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 대부분 ‘치매’로 확진이 나오고 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센터에서 통계를 내보니 1단계 검사에서 치매 의심으로 나온 어르신 중 97%가 실제로 치매 진단을 받았을 만큼 정확도가 높다”면서 “1단계 검사에서 괜찮다고 나왔어도 본인이 이상을 느끼면 상담을 통해 정밀하게 체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 치매안심센터는 노인회와 협약을 맺고 경로당 방문 검사를 통한 치매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같이 검사를 받으면 참여율이 높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여기서 1단계 검사를 진행하고 의심 사례로 추정되면 개별적으로 결과를 통보해 2단계~3단계 검사를 진행하도록 연계해준다. 

이때에도 본인이 추가 치매 검사를 원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이에 대비해 치매안심센터는 고위험군으로 해당 검사 대상자를 등록해 주기적으로 치매 검사를 독려하며 추적‧감시한다. 다만, 이 방법의 경우 센터에서 경로당을 방문하는 횟수가 제한돼 있어 결국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치매 검사를 받겠다는 인식 확산이 필요한 것이다.

정신종 제주 일도2동 연수경로당 회장은 “본인 건강과 경로당의 화합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년에 한 번씩 치매 검사를 받으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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