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강화 성공은 복지정책에 달려
중도강화 성공은 복지정책에 달려
  • 관리자
  • 승인 2009.07.09 21:05
  • 호수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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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남시욱 언론인·전 문화일보 사장
▲ 남시욱 언론인·전 문화일보 사장
국정기조를 중도강화와 사회통합으로 전환한 이명박(MB)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부터 친서민 민생행보에 나섰다. 그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의 소상공인 밀집지역인 한국외국어대 인근 골목상가를 2시간 20여분 동안이나 구석구석 누볐다.

구멍가게 주인, 빵집 주인, 새마을금고 직원, 토마토 노점상, 떡볶이집 주인 등을 만난 MB는 현장에서 불경기로 고통 받는 이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그들을 위로했다. 점퍼 차림을 한 MB는 구멍가게에서는 뻥튀기를, 토마토 노점상으로부터는 토마토를, 떡볶이 집에서는 어묵을 직접 사는 등 친근감을 보였다. 그리고는 이 지역 상인 등 주민 20여명과 불낙버섯 전골로 오찬도 함께했다.

오랜만에 보는 MB의 반가운 민생행보였다. 후보 시절 자신이 달동네 출신임을 내세운 MB는 그 동안 촛불시위와 노무현 자살사건 역풍을 맞는 과정에서 어느 새 서민보다는, 부자 편을 드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아 인기가 크게 하락했다. 이른바 ‘강부자 내각’이라고 비판이 자자했던 첫 조각 이래 용산철거민 참사사건에 이르기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대세력으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그래서 MB는 과감하게 국정기조를 바꾸어 서민을 위한 시책을 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MB가 서민민생을 국정의 우선과제로 삼은 것은 좋지만, 거기에는 많은 과제가 뒤따른다. 그것은 바로 경기회복과 복지지출 증액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경기가 회복돼 영세상인들의 장사가 잘 돼야겠지만, 경기회복이 잘 안되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복지지출을 늘려 사회안전망을 강화함으로써 서민생활에 혜택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MB가 아무리 상가골목을 누벼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MB가 노무현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역풍을 맞은 것도 검찰의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노사모와 민주당 등 야권의 주장 탓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는 고인이 된 노무현이 서민을 챙기는 대통령이었는데 반해 MB는 부자 편을 드는 대통령이라는 식으로 노무현 추모분위기가 돌아간 탓이다.

하기야 지난해에 MB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편성한 2009년도 예산안이 공개되었을 때도 참여연대 등 일부 진보단체들은 노무현 정부와 MB정부의 복지정책을 비교, MB정부가 성장에 치중해 복지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 정부와의 사이에 복지논쟁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

심지어 당시 일부 비판론자들은 MB의 이른바 ‘능동적 복지’ 정책을 허구라고까지 비난했다. 이들은 MB정권 들어 복지정책이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과 성장정책에 밀려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사태가 이렇게 되자 기획재정부가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2009년도 복지예산은 SOC(사회간접자본), 교육·산업·문화 등 16개 분야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이며 절대액도 노무현 정부 당시에 비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면 실제 MB정부에 들어와 복지정책은 어떻게 되었는가. 통계를 보면, 2009년도 복지관련 예산은 노무현 정부가 짠 전년도에 비해 10.4%가 늘어난 73조7000억원 규모이고,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 소관예산만은 전년에 비해 14%나 증가한 27조9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 측은 정부의 해명을 반박, 2009년의 복지예산 증가는 실제로는 이미 노무현 정부 당시 만들어진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 확대와 노인장기요양보험 증대분 및 건강보험 재정부담금 증액 등 법정지출분 증가에 의한 것으로, MB정부가 새로 늘린 액수는 23%에 지나지 않으며 삭감된 것도 있다고 공격했다. 실제로 모든 노인들에게 지급되던 월 1만2000원의 교통비가 없어진 것을 비롯해서 지역사회 서비스 투자사업과 장애인수당, 노인돌봄서비스, 그리고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삭감됐다. 또한 지역아동센터 예산도 약간 깎여 말썽이 일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MB정부의 앞으로의 과제는 간단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한국의 복지예산 규모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가 평균치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해서 구조적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OECD의 평균 복지예산이 GDP(국내총생산)의 20%인데 비해 한국은 8%에 불과하다.

이 사실은 앞으로 MB정부가 복지예산을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여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MB정부의 능동적 복지정책은 서민에 다가가려는 MB의 중도강화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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