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간,대한노인회를회고하다 ⑭
박재간,대한노인회를회고하다 ⑭
  • 관리자
  • 승인 2009.07.24 11:09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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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창립 40주년] 1970년대말 중앙회 운영상황
1975년초 대한노인회는 전국적으로 시군구지회 68개소, 가입 경로당 730여개소, 회원수 5만5000명 내외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3년8개월에 걸친 필자의 노력 끝에 필자가 사무직에서 물러난 1978년 말에는 시군구지회는 185개소, 경로당은 8200개소, 노인학교는 116개소, 회원수 58만5000명에 육박하는 방대한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사실 그간 회장단을 비롯해 임원들은 필자가 4년 가까이 노인회를 위해 사비를 써가며 무료봉사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사무국장직은 그만두고 이사직으로 적을 옮김과 동시에 한국노인문제연구소 일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사무국장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관수 회장의 건강상태는 더욱 악화돼 사무실에 나오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노인회의 운영은 부득이 부회장 중심체제로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당시 회관의 재건축 일로 청와대 비서들이 노인회에 몇 번 들른 것이 사회에 알려지게 되자, 대통령이 대한노인회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그에 따라 노인회의 운영비 조달도 과거보다는 훨씬 수월해졌다.

권력과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이 자주 회관을 찾아왔고, 그 중에는 자진해서 노인회에 찬조금을 내놓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노인회에 운영비를 보조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의 일이다. 기업체로부터 찬조금을 얻어 오는 것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월해졌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때부터 중앙회에서는 계속 이권운동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져 나왔다.

이때는 주로 이병호 상임부회장에 의해서 회무가 처리됐다. 그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호인이기는 했으나 단체 운영에는 별반 경험이 없는 분이어서 직원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잘 처리해 주기만을 바라는 유형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은 청와대와의 관계를 과장해서 선전하며, 브로커들과 결탁해 단체의 이름을 팔아 이권운동으로 사욕을 채우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여러 건 터져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회장은 심신의 기능이 노쇠해 회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고, 상임부회장은 매사를 직원들에게 일임했었으니 그러한 사고가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필자는 당시 이사직에 있기는 했으나 상임부회장이 회장의 결재를 받아 하는 일이라 강력히 나서서 제지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박관수 회장은 수년간 병고에 시달리다가 1980년 9월 17일 명륜동 자택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이에 따라 대한노인회는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그의 장례를 대한노인회장으로 치르기로 결의했다. 장례는 5일장, 장지는 가족들의 뜻에 따라 경남 울산의 가족묘지로 결정했다.

9월 21일 오전 9시 자택 앞에서 있었던 의식에는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와 노인회의 전국 시군구지회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조문객 중 100여명은 버스 3대를 대절해서 울산의 장지까지 그를 호송했다. 필자는 그를 떠 내보내며 앞으로도 노인회에 그와 같은 아름다운 전통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박관수 회장이 타계함에 따라 대한노인회는 후임회장 선출문제로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1980년 10월 10일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상임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병호가 주재했다. 집행부와 일부 대의원들은 이병호 상임부회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하기 위한 사전운동을 한 바도 있어 시나리오에 따라 그가 신임회장으로 당선되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회의 도중 “이병호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분이기는 하지만 전국 300만 노인을 이끌어 나갈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대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회장 선출을 다음해인 1981년도 정기총회까지 보류하고 상임부회장인 이병호는 그때까지 회장직무대행을 맡아보기로 하고 해산했다.

1981년도 정기총회는 그해 1월 30일에 개최하기로 돼 있었고, 회장직무대행인 이병호, 상임이사인 구본석과 오기환 이사 등은 그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이병호를 신임회장으로 선출해 줄 것을 부탁하는 선거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면 총회에서 그의 당선은 거의 확정적인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필자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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