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초 다투는 ‘뇌혈관질환’, 평소 경험 못한 극심한 두통 땐 응급실 찾아야
분초 다투는 ‘뇌혈관질환’, 평소 경험 못한 극심한 두통 땐 응급실 찾아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5.30 11:21
  • 호수 8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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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뇌세포 죽어가는 ‘뇌경색’… 발병 후 3시간 골든타임 중요

뇌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가족력 있다면 반드시 뇌 검사 받아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수만 가지 질병 중 응급을 요하는 대표적 질환은 역시 혈관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뇌혈관질환은 심혈관질환과 함께 초응급질환으로 분류된다. 터지거나 막히면 곧바로 사망할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뇌혈관질환에는 ‘뇌경색’과 ‘뇌동맥류’가 있다. 뇌경색은 혈관이 혈전(피떡)으로 막히는 질환으로, 혈액공급이 차단되면서 뇌세포가 빠르게 괴사한다. 이른바 ‘허혈성 뇌졸중’이다. 서둘러 공급로를 확보해주지 못하면 사망 아니면 편마비와 같은 평생 후유증이 남는다. 

뇌동맥류는 혈관의 일부가 꽈리처럼 불룩해지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압력으로 인해 얇은 부위가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두 질환 모두 뇌졸중의 범주에 들어있지만 발생 기전이 다른 만큼 증상과 치료, 예방법 또한 다르다. 이에 뇌혈관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벼락 두통과 편마비만 알아도 응급상황 대처

갑자기 발생해 심각한 후유증이나 사망위험까지 높은 뇌졸중은 예고없이 발생하지만, 두 질환에 대한 특징을 사전에 알고 있다면 신속한 대처와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편마비 또는 언어장애가 온다.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균형을 잡지 못하기도 한다. 

반면,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은 ‘벼락 두통’이 특징으로, 평생 이런 두통이 없다 싶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다면 지체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경색은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이다. 발병 후 3시간 안에 혈전용해제를 투약하거나 시술을 시행해 혈류를 확보해야 뇌세포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뇌출혈에는 골든타임이 따로 없지만 최대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운 좋게 출혈량이 많지 않고, 혈액이 응고되면서 출혈이 멈추면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출혈이 심하면 현장에서 사망할 확률이 높고, 응급처치를 받아도 평생 후유증을 남긴다.

◇고령화로 인해 증가하는 ‘뇌경색’

과거에는 뇌졸중 환자 중 뇌출혈이 훨씬 많았지만 이제는 전체 뇌졸중 환자의 60~70%가 뇌경색 환자다. 고령화와 함께 고지혈증, 비만, 심방세동 등 부정맥 환자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인 것이다. 

혈전은 심장이나 굵은 동맥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데, 혈관에 생긴 노폐물 찌꺼기인 죽종이나 누수된 혈액이 응고돼 만들어진다. 또한 심장의 펌핑 기능이 고장나 생긴 혈전이 혈관을 떠돌아다니다 뇌혈관을 막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뇌경색은 혈관이 막히면서 뇌세포들이 시시각각 죽어가기 때문에 뇌세포를 살리기 위해선 혈전을 녹이는 용해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뇌경색 환자 모두에게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는 없다. 

△출혈 가능성이 있는 환자 △최근 큰 수술을 받았다거나 혈소판 수치가 낮아 지혈이 안 되는 환자 △과거 뇌출혈 경험이 있는 환자 △수축기 혈압이 185 이상일 정도로 혈압관리가 되지 않는 환자 등에는 사용을 할 수 없다. 결국, 절반 정도의 환자에게만 혈전용해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수 없다면 혈관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환자의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집어넣어 혈관을 막은 혈전을 빼내는 시술이다. 카테터 끝에 스텐트가 달려있어 이를 펼쳐 혈전을 잡아 끌어내며, 음압으로 빨아들이는 시술법도 있다.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지만 한 번에 혈전을 제거해야 하므로 정확하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신희섭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혈전이 제거되면 환자 상태는 드라마틱하게 바뀐다”며 “편마비가 풀려 정상적으로 걷는가 하면 어눌한 발음이 명확해지고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눈동자도 생기를 되찾는다”고 설명했다.

◇뇌출혈, 재출혈 막는 것 중요

뇌출혈 환자에게 시급한 것은 재출혈을 막는 것이다. 동맥류가 다시 터져 2차 출혈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환자의 CT 영상과 뇌압을 참고해 혈관 내 시술을 할 것인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혈관 내 시술은 사타구니 동맥으로 카테터를 집어넣어 동맥류까지 진입시킨 뒤 백금 코일로 뇌동맥류를 메우는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릴 정도로 빠르고, 주변 조직을 건드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뇌압이 높거나 동맥류의 위치에 따라 불가피하게 개두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때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최선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동맥류는 혈관에 생긴 염증이 원인으로 손상된 혈관 내벽이 높은 압력으로 늘어나 주머니를 형성한다. 흡연, 또는 고혈압, 여성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가족력도 있다. 동맥류가 2개 이상인 사람의 직계가족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검사받기를 권하는 이유다. 

신 교수는 “뇌동맥류를 진단받게 된다면 터지기 전에 제거하면 된다. 크기는 3㎜부터 30㎜까지 다양하다”며 “요즘 의학계에선 시술 대상의 크기가 계속 작아져 직경 3㎜라도 제거하기를 권한다. 게다가 시술 방법이 간편해지니 미리 제거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뇌동맥류는 반드시 정기검사를 받아 동맥류의 변화를 체크해야 한다. 위험인자인 흡연이나 폭음을 삼가고, 여성호르몬 조절 약제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또한 혈압을 갑작스레 올리는 무게 운동, 숨을 오래 참는 수영, 찜질방 등도 피해야 한다. 

그는 “평소 비만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혈관 위해요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운동으로 혈관의 탄력성을 길러주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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