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부산 돌려차기남과 사적 제재 논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부산 돌려차기남과 사적 제재 논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6.12 11:21
  • 호수 8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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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업기록 은폐 및 위조, 금전매수 등의 혐의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에 체포된 상태에서 형사법원의 기소인부 절차에 출석했다. 이때 대중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무죄보다 ‘머그샷’ 공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머그샷이란 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사진을 말한다. 미국의 범죄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봐온 그 사진이다.

범죄자의 신원을 목격자나 피해자에게서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찰서 유치장이나 구치소, 교도소에 구금하는 과정에서 이름표나 수인번호를 들고 촬영한다. 이때 정면과 측면을 촬영한다. 미국에서는 범죄의 종류, 피의자 국적과 관계없이 경찰에 체포될 경우 머그샷을 촬영하고 공개한다.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체포되더라도 예외 없다. 실제로 1977년 미국 뉴멕시코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체포된 빌 게이츠의 머그샷을 지금까지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머그샷은 그대로 보존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머그샷을 공개하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 법무부 유권해석상 머그샷 공개 자체는 가능하지만, 피의자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최근 엽기적 살인을 저지른 정유정처럼 신상공개를 하더라도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증명사진으로 대체한다. 더군다나 피의자 허락 없이 머그샷을 무단으로 올리면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얼마 전 부산에서는 무방비 상태의 여자를 뒤에서 돌려차기로 쓰러트린 남자의 범죄 현장을 그대로 담은 CCTV가 공개가 돼 대중들의 공분을 샀다. 일명 부산 돌려차기남이라 불리는 이 가해자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범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연이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구치소 안에서도 ‘탈옥해 피해자에게 보복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반성의 모습 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에 한 유튜버가 법적 처벌을 각오하고 그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속시원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일부에서는 사적 제재라며 비판하고 있다.

초범이나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다소 가혹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 돌려차기남처럼 전과가 14범에 달하는, 교화가 불가능한 사람까지 인권 운운하며 나라에서 감춰주는 것이 과연 정의인지는 의심스럽다. 

가해자의 인권에 집착하면 피해자의 인권은 땅에 떨어지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이 지켜줘야 할 대상은 피해자이지 결코 가해자가 아니라는 점을 꼭 상기해 현실적인 법 마련과 집행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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