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후쿠시마 오염수, 누구 말을 믿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후쿠시마 오염수, 누구 말을 믿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6.12 11:30
  • 호수 8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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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신문을 보지 못했더니 그 사이에 생소한 단어가 눈에 띄었다. ‘알프스(ALPS) 처리수’. 알프스는 ‘다핵종 제거설비’라는 뜻으로,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이렇게 부른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이 말을 쓴다지만 우리에겐 후쿠시마 오염수가 귀에 익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운데 해법은 간단한 데에 있다. 그 어떤 방법보다도 가장 간편하고 안전하며 효과적이다. 이 해결 방법을 일반인은 생각조차 못할 수도 있고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우리 국민 가운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지 않는 이는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믿는 이는 더더욱 없다. 오염수 문제를 떠나서라도 일본인이 최소한의 양심이나 윤리관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죄를 하지 않을 뿐더러 자기들이 동아시아 국가에 저지른 반인륜적 과오를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일본은 지난번 G7 정상회의 만찬 식탁에 후쿠시마 식재료로 만든 술과 음식을 올렸다. “먹어도 괜찮다”는 일종의 쇼였다. 외국 정상들과 언론사 기자들은 만천하가 보는 앞이라 밥상을 물릴 수도 없었다. 만찬 뒤 일본 측은 “후쿠시마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귀중한 기회”라며 감사해 했다. 

그렇다면 IAEA는 어떨까. IAEA 사찰단은 신뢰할 만한가. 사찰단의 입장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쪽이다. 일본이 이 국제기구에 후원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나온 입장 표명이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우리는 물론 세계 각국도 IAEA 사찰단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정의로운 과학적 판단을 내렸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 시찰단의 보고는 어떤가. 5박 6일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을 살펴보고 온 정부 시찰단의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과학 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주요 설비들이 설계대로 현장에 설치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상 상황 시 오염수 방출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의 말을 듣고 안심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후쿠시마 오염수로부터 국민 건강과 우리 어민의 생계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가 일본에 대한 배상 요구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올여름부터 바다에 방류되면 한·일 두 나라 수산물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우리 어민들이 직격탄을 맞을지 모른다. 일본은 오염수가 안전하다면서도 이로 인해 어민들에게 발생하는 전 방위적 피해에 대비해 7500억원 이상 규모의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만약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왜 이런 걸 준비했을까. 일본도 자신 없다는 반증이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기금과 배상 등 두 축으로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2021년 11월 300억엔, 지난해 500억엔 등 어민들의 피해대책을 위해 총 800억엔(약 750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우리 어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만큼 정부도 어민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원인제공자인 일본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즉 한국 내 피해 규모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일본에 손해보상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후쿠시마와 일대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이 수입된다 하더라도 국민 개개인이 그것을 구입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산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 앞선 기술력에 대한 우월감과 함께 혐한 감정이 바탕에 깔려있어서다. 일본서 팔리는 한국산 자동차는 한 해 200여대에 불과하다. 그것도 일본에 나가있는 우리 상사직원들이나 재일교포들이 구매한 경우다.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 해결책을 기본으로 한 다변화 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과 IAEA, 정부 시찰단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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