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바당수업’ 전, 바다와 뭍서 생업 일구던 옛 제주인들 모습 조명
서울역사박물관 ‘바당수업’ 전, 바다와 뭍서 생업 일구던 옛 제주인들 모습 조명
  • 관리자
  • 승인 2023.06.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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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제주도의 교류 강화 일환의 하나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해녀 등 제주도민들 생업 현장으로서의 제주도를 조명한다. 사진은 전시장에 소개된 주요 자료들.
서울시와 제주도의 교류 강화 일환의 하나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해녀 등 제주도민들 생업 현장으로서의 제주도를 조명한다. 사진은 전시장에 소개된 주요 자료들.

농기구부터 각종 어구 등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소장품 100여점

원조 해남 ‘포작인’ 관련 자료, 물소중이·물적삼 등 해녀 작업복 눈길

[백세시대=관리자] ‘남테’. 이름조차 생소한 이 농기구는 조의 씨를 뿌린 후 씨앗이 잘 묻히도록 흙을 단단하게 밟는 데 썼던 농기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제주도에서만 사용됐다. 과거 화산 활동으로 인해 화산토가 주를 이루는 제주도에서는 씨앗을 파종한 뒤 땅을 단단히 밟아 가뭄 피해를 줄여주는 밧볼림(밟기) 농법으로 자연환경을 극복했는데 이때 사용한 기구가 ‘남테’이다. 이렇듯 제주도는 관광지로만 알려졌지만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에서 알 수 있듯 도민들에게는 치열한 생업의 현장이었다.

아름다운 경관 너머로 제주도민들의 삶의 현장으로서 제주의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30일까지 진행되는 ‘바당수업’ 전에서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38년간 수집해 온 소장품 중 10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지난 2월 서울시와 제주도가 맺은 ‘서울시-제주도 교류 강화 업무협약’에 따라 마련됐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 ‘바당(바다) 밖 뭍’에서는 4면이 바다이고 현무암질 화산 지형이라는 독특한 ‘땅’과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의 삶을 다룬다. 제주도는 약 180만년 동안 수많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섬이다. 제주도를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마그마의 성분, 분출할 당시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마그마가 지하수, 지표수 또는 해수 등과 만나면 격렬한 폭발이 발생하게 되고 다양한 해산쇄설물이 형성된다. 

현무암질 용암류는 유동성이 큰 파호이호이 용암과 유동성이 작은 아아 용암으로 구분한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토질의 특성을 소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외에도 제주 특유의 농기구인 ‘남테’를 비롯해 물허벅(물동이)을 진 아낙들의 사진 등을 소개해 척박한 환경을 개척해나가는 제주도민들을 보여준다. 

2부 ‘바당 위 아방’에서는 해녀의 전신으로 알려진, ‘포작인’으로 불린 제주 해남의 역사를 조명한다. 조선시대 초까지만 해도 바닷일은 ‘포작인’이 전담했다. 당시 해남들은 최고 수심 20미터 정도에 서식하는 전복을 땄다. 포작인이라는 단어 뜻 역시 전복을 채취하는 사람을 말한다. 또 배에서 고기를 잡거나 수군에 동원되기도 했다.

문제는 당시 지역 특산품을 임금에게 바치는 공납제도로 인해 포작인들은 고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포작인들은 고된 전복 채취를 피하기 위해 도망쳤고 그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결국 제주에서 어업의 주체는 남자에게서 여자로 바뀌었다. 전시에서는 ‘금남선생 표해록’ 등 기록자료와 테우(통나무배), 수경, 그물추, 족바지(뜰채), 공쟁이(해조류 딸 때 쓰는 갈퀴 모양 도구), 갈치술(갈치를 낚는 줄낚시어구) 등 어구를 통해 해남의 역사를 살펴본다.

이어지는 ‘바당 아래 어멍’에서는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를 일군, 해녀들의 역사를 소개한다. 포작인들이 떠나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지만 공납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결국 제주 여성들은 ‘물소중이’(속옷), ‘물적삼’(윗옷)을 입고 소살(작살)을 들고 물 아래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남성들도 버텨내지 못한 제주의 거친 바다에 맞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전시에서는 비늘이 달린 쇠창살에 대나무 자루를 달고 고무줄을 매 추진력을 가해 바닷물고기를 잡는 작살과 울룩불룩한 나무 자루에 한쪽 끝은 낚시바늘 모양, 다른 한쪽 끝은 두 개의 비늘 돋은 날이 달려있는 작살 등 해녀들이 사용했던 어구를 소개한다.

제주도민들은 풍어와 함께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신을 모시는 제(祭) 문화가 발달하기도 했다. 4부 ‘바당의 신’에서는 이러한 제주도의 제 문화를 살펴본다. 제주에는 마을 전체의 수호신을 모시는 본향당과는 별도로 해신당 계통의 당이 따로 있는 곳도 있고, 본향당이 따로 있지 않고 해신당 계통의 당신(堂神)을 마을 전체의 본향당신으로 모시는 마을들도 있다. 이러한 해신당신들은 해상의 일들을 관장하고 수호하는 것으로 여겨져 바닷일에 종사하는 집에서는 이 신들을 중시하고 해상의 안전과 풍어를 신들에게 빈다. 전시에서는 무구류를 포함한 ‘잠수굿’ 상차림과 배방선(제주 칠머리당굿의 한 절차)을 재현했다. 

마지막 공간인 ‘바당을 담다’에서는 제주 풍경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등의 방류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근해에 서식하는 포유류로 2012년 서울시에서 서울대공원 돌고래쇼를 중단하고 자연 방사를 결정하면서 관심을 받아 왔다. 작년 ‘비봉이’를 적응 훈련시키고 방류함에 따라 8마리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이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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