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2026년까지 2만3000여명 어르신 영상자서전제작
충청북도 2026년까지 2만3000여명 어르신 영상자서전제작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6.12 15:38
  • 호수 8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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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등 지자체들이 지역 시대상을 파악하는 사료로서 가치 있는 어르신 영상자서전을 제작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충북도에서 제작한 영상자서전에 출연한 김숙종 충북연합회 노인지도자대학장.
충북도 등 지자체들이 지역 시대상을 파악하는 사료로서 가치 있는 어르신 영상자서전을 제작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충북도에서 제작한 영상자서전에 출연한 김숙종 충북연합회 노인지도자대학장.

다양한 어르신들의 굴곡진 인생사 기록     

시대상 보여주는 사료로 가치… 제작인력 양성도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1970년, 충북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임춘자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던 여중생의 가정집을 찾는다. 한참을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걸었고 학생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맨발이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방문했던 이유는 영특한 제자를 고등학교에 꼭 보내라고 부모님을 설득시키기 위해서였다. 학생의 아버지는 선생님의 성의 때문에 딸에게 시험을 보라고 했지만 “떨어지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차마 시험을 망칠 수 없었던 여중생은 ‘청주여고’에 합격했고 노력 끝에 고위 공무원(충북농업기술원 최초 여성 원장)이 됐다. 이 영화 같은 사연의 주인공은 현재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노인지도자대학에서 활동 중인 김숙종 학장이다. 김 학장이 유튜브 채널 ‘충북영상자서전’에 출연해 밝힌 이야기다.

최근 충북도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지역 어르신들의 인생을 영상자서전으로 제작하며 주목받고 있다. 영상자서전은 지역 주민들이 시대별로 겪은 개인사를 구술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사료(史料)로서도 가치가 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먼저 충북도는 ‘추억 공유 디지털 영상자서전 사업’(이하 자서전 사업)을 통해 충북의 사회·문화·역사 등 기록 유산 남기기에 나섰다. 어르신의 일생이나 남기고 싶은 인생의 단면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 채널 ‘충북영상자서전’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충북도는 올해 6000개의 영상을 제작하는 등 2026년까지 2만3150건을 제작·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 11억3000만원을 책정하고, 2026년까지 37억2000여만원을 투입한다. 

영상 제작은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충북노인종합복지관, 보훈·민간단체 등에 맡겨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충북도와 지자체는 제작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충북도 보훈단체인 6‧25참전유공자회, 상이군경회, 고엽제전우회, 월남전참전자회, 재향군인회 등은 전쟁에 참여해 나라를 지킨 어르신들의 사연을 중점적으로 제작하고, 충북노인종합복지관 등은 그 외 공직에 있었거나 농사를 지으며 대한민국 발전에 공헌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식이다. 

영상자서전을 제작하는 모습.
영상자서전을 제작하는 모습.

영상 제작은 어르신들의 방대한 인생을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 등으로 나눠 기억에 남을 주요 에피소드를 구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튜브에 게시되는 만큼 편집 과정을 통해 20분 내외로 압축해 밀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와 함께 충북도는 영상자서전 제작 인력도 양성한다. 촬영·편집·유튜브 업로드 등 영상 교육을 마친 어르신 등을 ‘영상자서전 인생기록사’로 위촉해 자서전 제작에 투입한다. 이들 기록사는 시·군별 15명 이상 165명을 양성한다. 

신응섭 충북도 노인복지팀 주무관은 “영상자서전을 만들고 싶다는 분이 1000여명 줄서 있는 등 관심이 많다”면서 “개인의 기록이면서 지역 전체의 역사이기도 한 영상자서전이 새 형태의 문화 시민운동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제주MBC 방영을 목적으로 ‘제주 여성 생애사 영상 제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근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제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한 제주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업으로 올해에는 80세 전후 제주 여성 16명의 생애를 영상으로 담는다.

지역 기관·단체, 가족들의 추천으로 후보자를 모집하고, 전문가로 이뤄진 전담팀 회의를 통해 지역성, 희소성, 다양성, 나이 등을 종합 고려해 최종 선정됐다. 영상물은 오는 10월부터 제주MBC의 ‘제주여성 허스토리’를 통해 8회(편당 2명, 30분)에 걸쳐 방영될 예정이다.

이은영 제주도 성평등여성정책관은 “평범한 제주 여성 어르신의 기록을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고, 제주 근현대사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의미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어르신 자서전 제작에 나선 광주광역시 동구도 지난해 KBS ‘남도지오그래피’와 영상자서전을 제작‧방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학교를 나오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 돼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조동남 어르신 등 10명의 이야기가 22년 9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방영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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