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배달기사 정보도 택시·택배처럼 공개해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배달기사 정보도 택시·택배처럼 공개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6.19 10:04
  • 호수 8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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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문 앞에 시원한 빙수가 도착했습니다.”

며칠 전 날씨가 무더워 배달 어플을 이용해 팥빙수를 시켰다. 배달 어플로 주문하면 요청사항에 여러 가지를 적을 수 있는데 “문 앞에 놓고 문자를 달라”고 남겨놓자 이렇게 연락이 온 것이다. 어플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문 앞까지 배달기사를 오게 할 거면 직접 받지 왜 번거롭게 문자를 보내게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필자 역시 한동안은 직접 받았다. 수 백번 주문하는 동안 배달기사와 문제가 있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일부 배달기사들이 저지른 범죄 탓에 최근 생각을 바꿨다.

지난 5월 13일 한 배달기사가 대구의 한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20대 여성을 뒤따라간 후 흉기로 손목을 베는 등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범죄를 만류하려던 여성의 남자친구가 수차례 찔려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또 지난해 12월 전자발찌를 찬 범죄자 상당수가 배달기사로 활동하는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해당 배달 어플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선제적으로 성범죄 등 강력 범죄 경력이 있는 배달 기사의 업무를 제한하고 나섰지만 불안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떤 서비스는 특성상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카카오택시’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여성들에게 심야 택시는 공포였다. 실제로 수많은 범죄가 벌어졌고 택시 호출 서비스 등장 이후에는 이런 불안 요소가 크게 제거됐다. 또 한때 집 주소가 노출되는 까닭에 택배를 받는 것도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택배 역시 현재는 비교적 안심하고 받을 수 있다. 두 업종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게 된 건 택시기사와 배송원의 정보(사진, 이름 등)를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에게 노출시킨 덕분이다. 

혹여나 종사자에 의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데이터가 있기에 수사에 적극 활용, 조기에 해결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신분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에 범죄를 저지르는 데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배달기사의 정보는 휴대전화 번호 외에는 알 수 없다. 반면 배달기사는 집 주소를 비롯한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은 적은 정보를 가진 쪽에 불안감을 줄 수 있다. 택시 호출처럼 사진 노출이 힘들다면 최소한 이름이라도 공개해야 한다. 택배업계에서도 CJ대한통운은 배송원의 사진까지 공개하고 있고 그 외 업체들은 최소한 이름이라도 알려줘 신뢰를 얻고 있다.

최근 높아진 배달료로 인해 이용자가 줄면서 업계가 위기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신뢰감을 얻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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