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도륙을 낼 일”
[백세시대 / 세상읽기] “도륙을 낼 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6.19 10:18
  • 호수 8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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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신문·방송에서 비리 공직자들의 면상을 보면 기분이 몹시도 불쾌해진다.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가 도를 넘었다. 그중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은 구토를 일으킬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전 민주당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국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한동훈 장관은 역시 사이다 같은 발언을 했다. 한 장관은 “두 의원이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며 “돈 봉투를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여부를 돈 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도둑을 잡기 위한 경찰대책회의 자리에 도둑이 끼어들어 수사하지 말라고 훼방 놓는 것과 같다.

민주당의 정의롭지 못한 집단행동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도 다수의 힘으로 부결시킨 바가 있다. 이 대표 자체가 선거법 위반을 비롯 대장동·백현동·정자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등 여러 범죄 혐의로 재판에 불려 다니고 있는 마당에 그 아래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공무원들의 비리는 지능적이고 교활하기까지 하다.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확대 정책을 펴는 사이에 산업부 공무원들은 이면에서 돈벌이를 했다. 산업부 과장들과 사무관은 안면도에 국내 최대인 300MW급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업자의 로비를 받고 태양광 부지로 쓸 수 없는 목장용 초지에 태양광이 허가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로비를 들어준 산업부 과장은 2년 뒤 해당업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문제가 국회에서 논란이 되자 산업부 공무원들은 국회 제출 답변까지 허위로 작성했다고 한다. 

산업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에 앞장서 온갖 비위를 일삼았다. 산업부 실장 출신인 채희봉 전 청와대 비서관은 월성 1호기 영구 폐로를 주도했고 그 뒤 가스공사 사장이 됐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월성 1호기의 계속 가동을 제언한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윽박지르며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산업부 국·과장들은 휴일 밤중에 사무실에 몰래 숨어들어가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

근무태만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은 고위직 공무원의 뻔뻔함이 혀를 차게 만든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상습적인 지각생이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이 출근해야 하는 날 89일 가운데 83일(93.3%)을 지각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하루도 제 시간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직자로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일반 회사였다면 바로 잘렸다.  전 위원장의 “주말도 없이 밤새도록 일 중독자처럼 일했다는 사실을 은폐·왜곡한 것”이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중요한 건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주말에 밤을 세워 일하는 건 조직의 룰이 아닌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그것이 규칙을 어기는 것을 상쇄할 수 없다.

전 위원장은 또 ‘갑질’로 징계 받게 된 권익위 고위간부를 위해 탄원서를 써주기도 했다고 한다. 갑질 행위 근절을 총괄하는 권익위로서 할 일이 아니다.   

중국 명나라 황제 주원장(1328 ~1398년)은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황제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백성들이 잘 살기 위해선 관리들이 청렴해야 한다”면서 부정부패한 관리를 엄하게 다스렸다. 부패한 관리에게는 ‘박피(剝皮)형’이 내려졌다. 이는 사람의 가죽을 벗기는 잔인한 형벌이다. 주원장은 벗긴 가죽을 허수아비에 씌워 관청문 앞에 세워 모두가 보게 했다. 관리들은 매일 아침 벌벌 떨면서 입궐해야 했다. 대신 백성은 태평시대를 누렸다.

1970년대 부정부패에 절어있던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을 ‘오적’(五賊)이라 하고 이들을 싸잡아 비난한 김지하(1941~2022년)가 살아 있었다면 저들에게 뭐라고 했을까 

“털끝만치도 양심 없는 도둑놈들, 도륙을 내겠다”고 일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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